이 책의 원제는 ‘무(無)보다 적은(Less than Nothing)’이다. 무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더 적은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무의 문제는 독일 철학자 헤겔과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라캉이 함께 천착해온 주제다. 헤겔은 ‘무=없다’이지만 세계를 구성하는 여러…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뜻하는 홀로코스트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가. 혹시 광기에 찬 사악한 살인자들(나치)이 무력한 희생양들(유대인)을 도륙한 이례적 재앙으로 치부되고 있지 않은가. 아니면 문명사회라는 신체에 자란 암종(癌腫)처럼 부주의하게 방치하면 언제든 다시 현대사회를 위협할 수 …
제헌절인 17일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1인 시위가 각지에서 열렸다. 그들은 ‘헌법 제1조가 어디 갔어?’라고 물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2008년 미국산…
#1. 조촐하지만 우아한 와인 파티가 열리고 있다. 다양한 화제를 놓고 이야기꽃과 웃음꽃이 피는 그곳에서 누군가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진다. “유머와 아이러니의 차이를 잘 모르겠는데 누군가 설명 좀 해줘.” “유머는 우리말로 해학쯤 되고 아이러니는 반어잖아.” “그 정도는 나도 알겠는데…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새삼스럽게 늙은 여자를 발견한다. 쪼글쪼글한 주름, 칙칙한 기미,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순식간에 여자는 슬퍼진다. 인생의 시곗바늘이 탄생보다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공포심마저 든다. 여자는 그렇게 뒤숭숭하게 중년을 맞는다. 이 책은 30년 넘게 중년 …
정기호 성균관대 조경학과 교수가 같은 분야 학자 네 명과 차례로 마주 앉아 나눈 대담을 옮겼다. 정 교수는 머리말에서 “대화로 이뤄졌기에 짜임새에 ‘빈틈’이 있을지 모르지만 편안하게 이야기를 듣듯 책장을 넘겨 가길 바란다”고 썼다. 그 ‘빈틈’ 사이로 조경에 관심 많은 독자가 엿듣…
철학서를 읽으면서 이만한 감동을 받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마르틴 부버나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철학을 다룬 책에서나 접할 만한 감동을 안겨 준다. 엄밀하게 말하면 철학서도 아니다. 두 명의 필자는 미국 대륙의 서쪽과 동쪽을 대표하는 철학교수다. 드레이퍼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이 이야기를 이끄는 동인은 복수다.” 프랑스 좌파 지식인 2명이 함께 쓴 ‘대안은 없다’의 첫 구절이다. 무엇에 대한 복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영광의 30년’이란 세월 동안 급속도로 빈부격차를 줄여왔던 서구사회를 다시 30년 만에 경제적 파탄으로 몰고 간 신자유주의자들에…
사람은 참 각양각색이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어찌나 서로들 제각각인지. 분명 이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명제다 싶은데도 누군가는 고개를 젓는다.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이는 ‘가족이나 친구라 해도’ 예외가 아니다. 이 마지막 문장엔 분명한 메시지가 하나 숨겨져…
누구나 마감일이 코앞에 닥쳤거나 중대한 위기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평상시와는 달리,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며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해 재빠르고 탁월하게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을 한번쯤은 하게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마감일이 지나가거나 위기가 해결되고 나면 이러한 힘과 높은 …
‘니체의 철학으로 비춰본 한국인, 한국사회’ 부제만 읽어도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이 책, 한국사회를 분석해 놓은 뻔한 책들보다는 새롭다. 저자는 월간 신동아에 ‘크로스 인문학’이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원고에 니체 철학을 입혀 이 책을 완성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책 제목이 그대로 이 책이 다루는 주제다. 유신론자라면 “신이 창조하셨다”며 쉽게 답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어렵다. 아이들은 이렇게 반박할지 모른다. “그럼, 신은 누가 만들었죠?” 10대 시절 하이데거의 ‘형이상학 입문’ 속에서 ‘왜 세상은 무(無)가 아니고 유(有)인가?…
“슈퍼맨? 신선하진 않지. 왠지 조상님 뵙는 기분?” 맞다. 슈퍼맨은 식상하다. 한창완 세종대 교수가 쓴 ‘슈퍼 히어로’(커뮤니케이션북스)에 따르면 슈퍼맨은 1932년 구상돼 6년 뒤 공식적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일제강점기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투척한 해에 태어난 셈이다. 하지…
몇 년 전 강남 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옛 소설에서나 읽어본 ‘식모 방’을 발견했다. 1970년대에 지어진 대형 아파트의 주방 한쪽에 붙어 있는, 한 사람이 누우면 꽉 찰 정도로 코딱지만 한 방이었다. 시골에서 갓 상경한 가난한 소녀들이 서울 부잣집의 부엌데기로 고단한 하루를 보…
해라체로 된 제목이나 목차를 실은 책은 참 싫다. ‘저자 당신이 얼마나 잘났기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하는 반감부터 생겨 그런 자기계발서는 서평 도서 선정 회의에 들고 가지도 않는다. 그런데 ‘기회에 달려들어라(Lean In·모퉁이를 돌며 파고드는 사이클 기술)’라는 제목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