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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관계는 오래되었지만[책의 향기/밑줄 긋기]

    우리의 관계는 오래되었지만[책의 향기/밑줄 긋기]

    그러지 말자 하고 기다리다 들뜬 저녁/그이는 오지 않고 노을이 덮쳤다/넘어진 무릎 아래로 붉은 피가 모였다/핏빛이 붉어야 하는 그 이유를 아는 순간/노을은 다급하게 어둠과 섞이고/이 세상 다 무너진 듯 돌아보지 않았다(멍)황량하고 누추한 일상의 남루를 들여다보는 인은주 시인의 두 번째…

    • 202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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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

    [책의 향기/밑줄 긋기]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

    다음 날 아침, 냄비에 남은 라면국물을 일단 끓여서 밥을 푸지게 말았다. 그러고는 국물 한 방울,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먹었다. 지금도 누군가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을 꼽으라면 그날 먹고 남긴 라면국물에 말아 먹은 밥을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플러스사이즈 모델과 차…

    •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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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스타벅스 때문에 쿠바에 갔지 뭐야

    [책의 향기/밑줄 긋기]스타벅스 때문에 쿠바에 갔지 뭐야

    “그럼 스타벅스 생기기 전에 무조건 가자.”우리가 생각했던 쿠바는 스타벅스가 없는 국가이니까, 지금 아니면 쿠바 고유의 모습을 볼 수 없으리란 조바심에 휩싸였다. 내가 돈 벌고 마음의 여유를 만들고 사치를 누릴 준비를 할 때까지 스타벅스는 기다려 주지 않을 것 같았다. 언제든 쿠바에 …

    • 202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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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세 개의 바늘

    [책의 향기/밑줄 긋기]세 개의 바늘

    가장 많이 문장을 더했던 건 합정역 카페에서였다. 편집자 수업을 듣기 전 카페 콜마인에 앉아 커피와 함께 팥 크림이 든 케이크 한 조각을 먹으며 짧게는 몇 문장을, 길게는 한 문단 이상을 쓰고 시간이 되면 수업을 들으러 갔다. 그렇게 글 한 편을 완성했을 땐 오랜만에 오롯한 만족을 느…

    • 202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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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여름 상설 공연

    [책의 향기/밑줄 긋기]여름 상설 공연

    (…) 천변 벤치에 앉아/빈 가지 너머 꽃잎이 흩날리는 것을 보았다/눈처럼 날아와 우리의 그림자 위로 떨어지는 꽃잎/아름답지만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 거야/무성한 잎사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거대한 나무는 점점 더 거대해지고/우리는 냇물에 발을 담그고 오래도록 거대한 나무를 바라보았다…

    • 202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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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페르마타, 이탈리아

    [책의 향기/밑줄 긋기]페르마타, 이탈리아

    최후의 순간을 맞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자 문득 지금 저 화산이 폭발한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내 삶도 ‘지금, 여기’에서 멈추겠지. 새삼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여겨졌고, 성가시던 비도 생명을 축복하는 것 같았고, 몰려다니는 거대한 구름도 살아 있다는 …

    • 202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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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세상 끝에서 춤추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세상 끝에서 춤추다

    저는 갈수록 글쓰기 행위 자체가 번역이라고, 적어도 다른 것보다는 번역에 가깝다고 느끼게 됐어요. 그러면 원본은, 원래의 텍스트는 뭐냐고요? 제게는 답이 없어요. 아마 아이디어들이 헤엄치는 깊은 바다 같은 원천이 원본이고, 작가는 말이라는 그물로 그 아이디어를 잡아서 반짝이는 모습 그…

    • 202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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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세 발로 하는 산책

    [책의 향기/밑줄 긋기]세 발로 하는 산책

    일곱 남매 중 하나로 태어난 달마와 막둥이 보리, 오빠와 여동생입니다. 둘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꽤 다릅니다. 우선 달마는 수컷, 보리는 암컷이고요. 달마는 등 쪽 털이 조금 노릇노릇하고, 보리는 그보다 더 새하얀 털을 갖고 있습니다. 달마가 보리보다 체격은 좀 더 큰데 다리는 하나 적…

    • 202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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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처음 가는 마음

    [책의 향기/밑줄 긋기]처음 가는 마음

    (…) 그림자가 사라질까 봐 걱정하던 밤이 있었지 / 그림자는 오직 육체가 있어야 나오는 법 // 그림자의 가치를 알았을 때 / 나는 정신이 혼미해졌지 / 나는 그림자를 끌어안고 자는 사람 / 기적을 파는 상점에서 // 볕 쬐는 일과 공기 마시는 일이 / 기적이라고 했지 / 나만 그걸…

    •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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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마음의 주인

    [책의 향기/밑줄 긋기]마음의 주인

    타인의 모든 말을 내 귀로 가져올 필요가 없다. 훗날 내뱉은 사람조차 기억하지 못할 말을 마음에 욱여넣을 이유가 없다. 그 말은 그 사람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내 슬픔을 헤아리는 사람이 들려주는 말, 세상이 날 외면하는 순간에도 온전한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 20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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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월요일은 슬프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월요일은 슬프다

    (…)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만나 사랑한다는 것/기쁨의 날과/설렘의 날과/손끝의 스침과/달콤한 눈빛과/그 모든 행복의 단어를 한 사람에게서 얻는다는 것/그 모두를 기억하는 네 눈동자에서 내 눈을 떼고/그 모두를 기억하는 네 손에서 내 손을 떼고/이별의 빛이 출발한 그 별로 나는 …

    • 202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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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이토록 명랑한 교실

    [책의 향기/밑줄 긋기]이토록 명랑한 교실

    학습 활동지를 받아 든 아이들이 연필과 지우개를 꺼냈다. 말하지 않았는데도 연필과 지우개를 꺼낸 아이들을 보며 전임자 말처럼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여전히 별이 박힌 눈으로 나를 보는 아이들 (…) “활동지 맨 위에 각자 이름부터 쓸까요?” 내 말에 여섯 명 중 딱…

    • 202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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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내 따스한 유령들

    [책의 향기/밑줄 긋기]내 따스한 유령들

    쓸모없는 것들을/목숨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영혼의 강인함을/내가 원하나이다/내게 원하나이다(무신론자의 기도)병든 세계를 사랑과 온기가 깃든 시로 정화하려는 김선우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 202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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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식물과 나

    [책의 향기/밑줄 긋기]식물과 나

    산수국 잎을 적시는 소나기와 이들이 뿌리를 내린 흙까지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한여름 숲속에서, 제각기 다른 생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오늘도 힘을 얻는다. 작은 풀 한 포기의 기록일지라도 세상에 무가치한 일은 없다는 것을, 긴 관찰의 여정에서 배운다. 식물세밀화가인…

    • 202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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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밑줄 긋기]나의 복숭아

    [책의 향기/밑줄 긋기]나의 복숭아

    예쁘고 편한 스포츠 브라, 마음에 드는 레깅스를 입고 애플 워치와 블루투스 이어폰을 챙긴다. 이렇게 운동하면 꼭 전문적이고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유능한 모습으로 러닝에 집중하는 나’에 취해서 운동을 한 번이라도 더 한다면 그게 낫다. 어쩌면 좋은 기분이 드…

    • 20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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