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네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해 줘서 고마워/넌 처음으로 매듭을 묶는 하얀 운동화 같아/오래도록 함께 먼 길을 걸어가고 싶어/뒤꿈치가 아프고 쓰라려도 좋아/간혹 발길을 멈추고 붉은 발가락에/호, 입김을 불어 주고 싶어/때가 묻을까 봐 조심조심 걷는/너는 새 운동화 같은 사람이야/조금은…
아기는 내게 어떤 존재일까? 엄마와 아기의 관계는 무엇이며, 부모와 자녀는 어떤 관계여야 할까? 나에게 아기는 ‘손님’이라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낯선 손님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귀하고 기쁜 손님이다. … 내 의지대로 요구하거나 간섭하지 않고 손님의 의사를 존중하며 독립적인 관계를 유…
진정한 비평가는 아름다움의 원칙에는 늘 성실하게 헌신하겠지만 모든 시대와 모든 유파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거야. 굳어 버린 생각의 관습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정형화된 관점으로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을 걸세. 여러 형식으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그는 자기 의견의 노예가 되려 하지 않을 거야…
한 번은 무한한 갈증을 느꼈다/사랑스러운 요정에게 말했다/내 영혼에 그윽하고 심오하고 무한한 영감을, 빛과 열기와 향기와 생명을 갖고 싶다고/요정이 내게 하프의 말투로 말하노니, 오라!/ 그 속에는 희망의 신성한 언어가 있었다/아, 이상을 향한 갈증! 중남미 문학의 거장, 루벤 다…
나는 사실이 중요치 않은 상황에도 설득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늘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물론”이라고 답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설득의 단계들을 거치면 상대의 마음과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당신의 감정과 시각…
이런 나를 보고 동네 사람들과 가족들은 효녀라고 부른다. 하지만 난 그 말이 싫다. ‘효녀’라는 말은 분명 칭찬이지만, 잘 생각해 보면 계속해서 할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의무를 나에게 지우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남이 아닌 가족의 칭찬이 더 그렇다. 효녀라고 칭찬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
유적지에 조명으로 예쁜 빛을 쏘아 밤 볼거리를 만든 건 경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야간 도슨트 프로그램도 있고 야간에 주요 유적지를 도는 관광버스 시스템도 있다. … 낮뿐만 아니라 경주의 밤까지 봐야 그 나름으로 경주를 끝까지 봤다고 할 수 있겠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일본 교토와 …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성격의 사람들을 만난다. 보통의 사고와 이해 범주로는 수용할 수 없는 성향의 사람 말이다. … 역설적이지만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성격이 이상한 사람들이 버젓이 직장에 잘 다닌다. 정작 문제가 있는 사…
대학에 입학한 후 페미니즘 모임에 나가, 나와 친구들은 가슴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가슴을 숨기고 싶어 했던 시기를 너나없이 보냈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랐다. 가슴을 숨기고 싶었던 시간과 가슴이 크면 멍청해 보일 것 같았던 사춘기의 걱정이, 내 안에 자리 잡은 ‘여성 혐오’라는 걸 깨달았…
45년 전 아들이 학교 갔다 와서 공부하다 물었다. “엄마, 이 글자 어떻게 읽어?” 나는 어쩔 줄 몰랐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와야지!” 괜히 아들을 나무랐다. 그 다음부터 아들은 물어보지 않았다. 아들이 물었던 글자는 ‘다’에 ‘ㄹ’과 ‘ㄱ’이 달린 닭이었다. 글자를 배우니 이…
노력하고 또 인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이들은 힐링을 통해 위로라는 선물을 받는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괜찮아’라고 긍정해 주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런데 정말 괜찮은 사람은 괜찮다고 되뇔 필요가 없다. 자기 삶의 방식에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선언하는 사…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 식탁에 올리는 음식을 식품업계의 손에 맡겨뒀다. 우리 몸에 뭘 넣을지 그들이 결정하게 놔둔 것이다. 설탕이 범벅된 시리얼을 아침으로, 냉동 케이크를 디저트로, 또 가공 빵과 고기, 대량 생산된 치즈로 속을 채운 샌드위치를 먹었다. 식품회사가 만든 탄산음료를…
“잘 못 알아듣겠으면 ‘어허’ 하면서 웃으면 돼.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다 싶은데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면 ‘파돈 미(pardon me)?’라고 다시 물어보면 돼. 그러면 한 80%는 의사소통이 가능해.…(중략) 마음만 통하면 돼. 말보다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야.”…
네가 들은 것. 그것을 나는 바로 공유할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한다. 그 다음에는 상상한다. 거기에 무슨 소리가 있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들이 연달아 머릿속에 떠오르며 다양한 형태로 생겨난다. 이렇게 상상해도 괜찮다. 전혀 상관없다. 자유롭다. 공연히 가슴이 벅차오른다. 청…
어떤 일을 좋아하는 데 필요한 게 꼭 ‘열정’만은 아니다. 탁월한 능숙함이 그 일을 좋아하게 만들기도 한다. 열정이 폭발적이며 뜨겁다는 건 일종의 편견일 수 있다. 내가 아는 열정은 오히려 들뜨지 않고 차분한 것이다. 열정은 컨디션이 가장 좋지 않을 때도, 도무지 그 일을 할 마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