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 본 적이 없는 핀란드 농부이자 나무 스키를 만드는 노인 그럼프가 생애 처음 비행기를 탔다. 목적지는 한국. 서울의 한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간 손녀 걱정에 밤잠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 뚱뚱한 김 씨 소년과 오렌지색 얼굴에 대걸레 머리를 한 양키 …
음악을 즐긴다는 건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큰 호사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음악을 듣고 거기에 반응하며, 그것을 사랑하기까지 하는 것일까. 이 만만치 않은 질문에 작곡을 전공한 음악가인 동시에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인 저자가 답한다. 일단, 당신의 음악 취향은 어떤가. …
이 책은 쇼핑몰 주차장에서 유괴된 다섯 살 소년 로비가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6년에 걸친 이야기를 다룬 범죄 소설이다. 저자 조이스 캐럴 오츠는 올해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미국의 여성 작가다.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와 아동 유괴를 다룬 범죄소설이라는 안 어울…
‘몸집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여성 검투사의 싸움은 남성보다는 검의 타격이 약해 재미를 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생존을 건 싸움이므로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투구를 쓰지 않는 여성 검투사들의 특성상 긴 머리카락은 상대를 공격하거나 자신이 맞았을 때 움직임을 극대화시키는 효…
대도시 전셋집 두 채 값으로 68평 땅에 두 가구가 살 목조주택 두 동을 짓고 마당을 공유하는 ‘땅콩집’에서 4년째 살고 있는 건축가의 땅콩집 예찬서. 집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지 말고 삶의 공간으로 재규정하면 ‘마당이 있는 내 집’에서 아늑한 삶이 가능함을 자신의 가족사례로 보여…
책으로 옮겨진 그림을 본다는 것은 갤러리에 걸려 있는 그림 앞에서 느낄 수 있는 질감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함을 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점에서만큼은 예외라 할 만하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달을 그린 그림. 손가락으로 책장을 쓸었더니 섬 그늘의 명암을 표현한 물감의 두…
현대 중국 지식인들에게 문화대혁명 시기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암흑기다. 부모가 자식을, 학생이 선생을 고발해야 했던 이념 과잉시대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작가 리루이(李銳)는 이 상처와 정면으로 대면하자고 말한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중앙 정치와 무관하게 자신들…
‘손님은 기뻐하며 빙그레 웃고서 술잔을 씻고서 다시 따르니 안주는 어느새 없어지고 잔과 쟁반이 어질러진 채 서로 베고 배 안에 누워 자니 어느새 동녘이 훤히 튼 것도 모르고 있었네.’ 중국 북송 때 시인 동파 소식(東坡 蘇軾·1037∼1101)의 대표작 ‘적벽부’의 이 구절이야말로…
나노 연구가 왕먀오는 어느 날 전 세계의 군, 경찰, 정보요원이 모인 ‘작전 센터’에 초대된다. 세상 밖은 평온해 보이는데 그 구성원들은 자꾸 ‘지금은 전쟁 상황이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왕먀오는 신비로운 과학자의 모임인 ‘과학의 경계’, 집단지성이 만들어낸 불가사의한 …
등단 26년째를 맞는 작가의 여덟 번째 소설집이다. 감정을 절제한 정갈한 문장으로 타인과의 관계 맺기, 나와 다른 삶과의 공존이라는 주제의식을 드러낸 단편집이다. 2008년 가을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문예지에 실린 단편 8편을 엮었다. 작가가 출근하듯 도서관에 나가 매일 예닐곱 장씩…
‘은어 낚시 통신’의 작가로 익숙한 소설가 윤대녕이 3년 반 만에 펴낸 일곱 번째 소설집이다.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문예지에 실린 단편 7편을 엮었다. 읽다 보면 조미료를 치지 않아 담백하고 슴슴한 한 끼 식사를 하는 기분이다. 그의 소설에는 장르적 재미를 위한 억지스러운…
이 책을 소설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책을 읽다가 만나는 사진과 그림, 만화와 지도, 심지어 가로세로 퍼즐까지 바라보고 있자니 디자인 화보나 잡지를 보는 느낌마저 든다. 주인공 마리아나가 미용실에서 헬멧 모양의 스팀기를 쓰고 머리를 손질하는 대목을 보자. 맞은편에는 남자와 고릴라가 헬…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을 찾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부터 검색하는가? 어제 본 영화에 대한 내 감상평에 ‘좋아요’는 몇 개나 달렸고 리트윗은 몇 번이나 됐는지, 휴가지에서 찍어 올린 이국적인 사진에 맞장구나 부러움 섞인 댓글은 몇 개나 달렸는지 습관적으로 확인하는가? 그 정도는 아니어…
저자의 본명은 모니카 메닝 마시아스 빙당. 1972년 아프리카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의 2남 2녀 중 막내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긴 것은 1979년. 외삼촌이자 국방장관이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가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