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처럼 괴팍하지만 시크한 정보기술(IT) 영웅의 전기가 잘 팔리는 시대다. 가난했던 시절 성실과 끈기로 한국 박물관의 역사를 일군 인물의 ‘바른생활 교과서’ 같은 전기가 요즘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혜곡 최순우 선생(1916∼1984)의 이 전기는 읽기 시작하면 손에…
다가오는 휴가철. 이름난 휴가지는 도심 못지않게 번잡하다. 바가지 상술은 얄밉다. 스트레스를 풀러 왔지만 되레 쌓이기 일쑤. 인구 5000만 명을 넘었다는 한국에서 이제 한적한 곳은 없는 걸까. 박후기 손택수 이문재 김산 고영 등 시인 23명이 전국 곳곳의 오지를 찾았다. 강원도 골…
소설을 통해 전혀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싶다면 배명훈(사진)의 책을 집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가 전작에서 ‘창조’한 세계들은 이렇다. 647층의 초고층 타워국가 빈스토크(연작소설 ‘타워’), 중국 첩첩산중의 오지에 설치된 몇백 m짜리 크레인(단편 ‘크레인 크레인’), ‘천공의 성 라퓨…
예전 출판계 얘기 하나.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출판계도 깊은 수렁에 빠졌다. 종이 값 등 제작비는 오르는데 판매는 싸늘했기 때문. 활로를 찾기 위해 작가정신은 1998년 ‘소설향(香)’이라는 중편 시리즈를 선보였다. 100쪽 남짓한 얇은 분량, 신속한 편집·제작, 5000원의 …
왕따,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 뉴스가 활화산처럼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번번이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절차가 뒤따랐지만 황망한 소식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사회를 들썩이게 하는 이슈를 다룬 장편소설이라기에 책을 펼치는 마음이 조금은 무거웠다. 하지만 발랄 경쾌한 문…
한 노숙인이 아침에 일어나 누군가가 100만 엔(약 1475만 원)이 담긴 비닐봉투를 놓고 간 것을 발견한다. 노숙인은 뜻밖의 횡재로 이발도 하고, 양복도 빼입고, 고급 초밥집에 가는 호사를 누린다. 하지만 돈 봉투를 동네 부랑배들에게 날치기당하고 깊이 절망한다. 그는 결국 분신자살을…
맛깔난다. 일상의 편린 속에서 끄집어낸 보석 같은 대화들은 활어처럼 싱싱하고 감칠맛 난다. 이를테면 까칠한 소설가 요셉과 그의 팬이자 불륜 파트너인 도경의 매운탕집 식사 장면은 이렇다. 도경이 하얗게 생선살을 발라놓은 요셉의 앞 접시에 시뻘건 국물을 올리는 ‘친절’을 베풀자 요셉은 …
사업차 해외 대도시를 방문할 일이 잦았던 저자는 그곳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현장 교육을 받는 외국 아이들을 볼 때마다 한국의 손주들이 생각나 부러웠다. 평생을 사업에 몸담았던 그는 취미로 즐기던 회화와 조각, 건축 등을 이론적으로 배우고 싶어 64세 때인 2005년 명지대 대학원 미…
시인 안도현(사진)의 열 번째 시집. 등단 28년째를 맞은 시인은 따뜻하고 편안한, 대중성 높은 시들을 써왔다. 작가의 여린 감성은 여전하다. 시 ‘폭’은 있는 그대로 손 떨리는 연애편지로 옮겨질 듯하다. ‘바다의 폭이 얼마나 되나 재보려고 수평선은 뒷등에 등대 같은 연필을 꽂고 …
이 사랑 지독하다. 남녀 사이에 존중과 배려, 이해는 없다. 남자는 군림하고 여자는 철저히 복종한다. 여자는 주인을 따르는 충견 같다. 철저히 자존감을 버리고 바닥에 엎드려 기며 사랑을 갈구한다. 이 ‘사랑’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에로티시즘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은…
마을을 지키는 신목(神木)은 농경문화의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 마을 입구에 심은 당산나무는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고, 재앙을 막아주며, 동네의 쉼터이자 사랑방의 구실을 해왔다. 이 책은 청학동, 운주사, 장승 등 사라지는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가 30년간 찍어온 당산나무의 모습을…
프랑스의 권위 있는 출판사 갈리마르는 지난해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모은 ‘삶을 쓰다’를 ‘콰르토(Quarto) 총서’의 하나로 펴냈다. 세상을 떠난 작가들의 작품을 다뤘던 이 총서에서 생존 작가의 작품을 다룬 것은 처음. 콧대 높은 갈리마르가 일흔이 넘은 프랑스 대표 여성 작가를 특별…
1984년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단(丹)’의 작가가 펴낸 신작 소설. ‘단’은 단학(丹學)과 기(氣) 수련 열풍을 이끌며 45만 부가 팔렸고, 당시 사회적 화제가 됐다. 하지만 순문학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 ‘선도(仙道)로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다’ ‘우리 영토가 캄차카 반도까지 이를…
“어둠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그의 손. 그 기운이 각각의 줄로 팽팽하게 전달되더니 마침내 인형이 서서히 일어선다. … 그의 손이 나무를 깎고 뚫고 다듬어 마리오네트 인형을 만든다. 왼손에 깊게 팬 상처도 나무를 자르다 얻은 것이다. 손바닥도 숱하게 까졌다.” “하루에 300여 개의 …
장석주 시인은 7, 8년 전 문인 150여 명과 함께 독도를 처음 ‘봤다’. 한국시인협회 행사였는데 너울이 심해 섬에 오르지는 못하고 정박한 배 위에서 행사를 치렀다. 작가가 처음 본 독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초라했지만 이내 무언가 가슴에서 울컥 치밀어 올랐다. 독도의 모습이 ‘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