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반어법이다. 실상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학교폭력과 성추행, 도박중독, 방화, 살인 기도 등이 책장 가득 널려있다. 비정하고 냉혹하다. 2005년 ‘악어떼가 나왔다’로 등단한 작가는 ‘오즈의 닥터’(2009년)에 이어 일상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을 처절하…
“그냥요.” 10대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이런 답을 들으면 “넌 생각이란 걸 하고 사느냐”고 뒤통수를 때리고 싶은 어른이 많다. ‘그냥, 컬링’은 ‘그냥’ 너머에 숨은 아이들의 에너지를 바라본다. 고등학교 1학년 차을하는 엄친아보다는 왕따에 가까운 남학생…
왕의 총사(銃士)가 되기 위해 파리로 상경한 시골 귀족 출신인 달타냥이 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프로토스와 우연히 1 대 3의 결투를 벌이게 되고, 이들은 사나이의 진한 우정으로 묶여 여러 모험을 한다는 익숙한 줄거리. 1840년대 초 신문 연재된 대중소설을 넘어 이제는 고전 명작이 …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이 2010년 5월 크리스티 미술품 경매에서 1억640만 달러(약 1245억 원)에 낙찰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때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이 비자금으로 구입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미술품…
극작가, 음반회사 중역 등으로 일하던 저자는 1986년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길을 떠난 뒤 그 경험과 사색을 묶어 ‘순례자’와 ‘연금술사’를 펴냈다. 1989년 프랑스 피레네 산맥으로 두 번째 순례를 다녀온 뒤에는 ‘브리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를 썼다. 잠…
일본의 대표적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144회 아쿠타가와상이 발표된 1월 일본 문단은 발칵 뒤집혔다. 수상자가 중졸 학력에 날품팔이를 하는 일일노동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그가 열한 살 때 성범죄를 저질러 신문에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였다. 학교와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은 날씬한 허리선을 강조하고 치맛단이 풍성한 롱드레스를 입었다. 하지만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여성들은 활동성을 높인 바지를 주로 입는다. 이처럼 여성복을 변화시킨 결정적 계기는 뭘까. 책은 1900년부터 2000년 이후까지 서구 패션의 흐름을…
견고하게 돌아가는 세상도 작은 변화 하나에 큰 혼란을 겪기 마련이다. 나사 하나가 빠져버리면 공룡같이 거대한 기계가 멈춰서는 것처럼. 이 소설집은 그런 일상의 변주를 끄집어낸다. 단편 ‘허공의 아이들’이 펼치는 상상력은 이렇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집이 살짝 떠오르고, 사람들은…
《독일 스릴러 소설 ‘사라진 소녀들’(뿔)의 인기가 뜨겁다. 지난달 12일 출간한 이 책은 한 달여 만에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4위, 소설 부문 2위(9월 둘째 주 집계)에 올랐다. 22일 현재 3만5000부가 판매되며 올 하반기 가장 눈에 띄는 외국 소설로 떠올랐다. ‘사라진 소…
그늘지고 눅눅하다. 토악질이 날 만큼 역겨운 냄새가 지면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듯하다. 이 책은 문명과 사회에서 한 발짝 벗어나 음습한 개인만의 공간과 욕망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기괴한 분위기로 그린다. 단편 ‘뱀’에서 스물다섯이 되도록 변변한 연애 한번 못한 헌책방 여주인은…
1998년 3월 2일 오스트리아에서 열 살 소녀가 등굣길에 납치됐다.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소녀의 행방은 오리무중. 시간이 흘러 실종 사건이 잊혀질 무렵인 2006년 8월 23일. 앙상한 몰골의 한 여성이 한 시골집 창문을 두들기며 “살려 달라”고 애원한다. 경찰이 출동했고…
바로크 미술은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과장된 양태를 보인다. ‘기괴함(grotesque)’이란 용어가 대명사가 될 정도로 고전적인 예술에 어긋나는 이질적인 미술로 취급됐다. 이런 과장되고 과장된 미술 사조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16세기 종교개혁 후 가톨릭교회가 반종교개혁운동을 단행해 …
얼어붙은 땅 시베리아에서 살아가는 암호랑이 ‘블러디 메리’ 가족의 삶과 죽음, 생존에 관한 투쟁을 직접 보고 기록했다. 채 한 시간도 영상에 담기 어렵다는 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기 위해 저자는 십수 년간 시베리아를 뒤지고 한 평 남짓의 토굴에서 6개월씩 갇혀 지냈다. 사냥할 땐 거침없…
소리꾼 이자람이 문화 아이콘으로 쑥쑥 성장하고 있고 국립극장도 판소리에 토대를 둔 창극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주력하며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요즘 때맞춰 나온 판소리 입문서다. 부담 없이 책을 집어들 만큼 얇으면서도 내용은 알차다. 소리꾼이 누구인가부터 판소리의 대본인 사…
1990년대 학번은 ‘낀 세대’다. 불같이 타오르던 1980년대의 집단적 문화에도 온전히 끼지 못하고,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불어온 개인주의 문화에도 속하지 못한 세대. ‘세시봉’을 찾으면 왠지 늙다리 같고,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흥얼거리면 철없어 보이는 게 이들이다. 작가는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