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젊은 건축가인 저자가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핀란드 체코 등 유럽 10개국, 40여 도시, 80여 곳의 건축물을 순례했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루브르 박물관,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은 물론이고 소도시 작은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창턱에 앉아 ‘문 리버’를 부르거나 티파니 보석상점 앞에서 무심하게 페이스트리를 먹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세기의 연인’의 탄생을 목도했다. 하지만 실제 헵번이 맡았던 역할은 원작 소설에선 ‘콜걸’이었다. 특히 영화가 나왔던 1950년대 미국…
전국 수십 곳에 부동산이 있는 재력가 장우는 돈으로 사고파는 물질적 연애에 익숙한 남자. 그가 뜻하지 않게 동사무소 강당에서 열리는 촌스러운 결혼식에 참석한다. 가난한 부부, 저 싸구려 한복, 이 누추한 잔치지만 부부는 행복했고, 하객은 즐거웠다. ‘내겐 저런 것이 없다.’ 그는…
동생 고이치가 누나 아쓰미에게 말한다. “‘바나나피시’ 읽은 적 있어? 샐린저 거. 정확한 제목은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이었나.” “여름에 리조트 해안에서 시모어 글래스라는 남자가 우연히 시빌이라는 여자애를 만나게 되지. 그 애와 바나나피시라는 상상 속 물고기에 대해 이야기…
‘아빠는 부자였다. 인공위성 재벌이었다. 지구와 달과 화성에 천칠백 개가 넘는 인공위성이 있었고, 그중 열일곱 개는 우주정거장이었다.’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도입부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이 소설을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는 기존 독법을 버려야 한다. 낯선 인물과 …
결혼 전 더 많은 연애 경험을 위해, 혹은 멋진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남자들을 만나는 20대 여성들의 성(性)과 연애에 관한 얘기를 적나라하게 풀어낸 소설. 남자들은 “아 이렇구나!”라며 이마를 치게 만들고, 여자들은 “맞아, 맞아!”라면서 손뼉을 치게 만들 것 같다. 친구 …
폭력을 말한다. 아버지가 휘두르는 가정폭력, 학교에서 이뤄지는 학원폭력, 그리고 국가에 의한 폭력이다. 그 가운데 가장 처절한 것은 국가 폭력이다. 전남 여수에서 중학교를 나와 고교를 광주에서 다닌 작가는 까까머리 고교생 때 5·18민주화운동을 겪었다. 도시락을 나눠 먹던 급우를 하루…
중국 난징에 들이닥친 일본 군인들은 민가의 열여섯, 열넷 두 소녀를 성폭행한 후 참혹하게 죽였고 어린아이의 목을 대검으로 잘랐다(‘살인을 추억하다’). 도미니카공화국의 트루히요 독재 시절 민주투사들은 난쟁이가 입으로 성기를 물어뜯는 고문을 받았고(‘미라발 자매의 노래’), 아우슈비츠 …
“저는 소설에 메시지를 남기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올해 제 나이도 환갑인 데다 평소 작품에 메시지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다 보니, 이번 소설엔 제 생각과 주장을 담고자 했어요. 내는 책마다 ‘19금’ 딱지가 붙어 이번엔 피해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죠. 허허.” 돌이켜보면 1…
미국의 사진가인 저자는 1896년부터 1930년까지 북미 전역의 인디언 영토를 찾아다니며 70여 부족 인디언들의 일상을 앵글에 담았고 그 후 20권으로 이뤄진 사진집을 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900여 장을 가려내 한 권으로 묶은 것.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 있는 인디언들은 몸을 씻고…
잠에서 깨어보니 사람들의 구두코가 눈앞에 보인다. 맨홀에 빠진 것처럼 복부 아래 하반신이 땅속에서 굳어버린 남자. 그를 안에 넣고 굳어버린 정체 모를 금속은 그 성분도 모른다. 구조대가 와도 끄집어낼 수 없다. 왜 거리 한복판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됐는지, 그도 모른다. 전날 기억이 까…
여자가 ‘나쁜 남자’에게 끌리듯이 남자도 ‘나쁜 여자’의 유혹을 거부하기 힘들다. 한번 보면 시선을 떼기 힘든 절세의 외모에 세련된 매너, 그리고 남자들을 쥐락펴락하는 ‘연애 스킬’까지. 소설 속 여주인공 ‘나나’는 그렇게 태생적으로 ‘나쁜 여자’다. ‘어쩌면 모든 여성은 나나처럼…
세계적인 문호인 미국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927년 두 번째 부인 폴린 파이퍼와 결혼한 뒤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에 살림을 차렸다. 뒷마당에 큰 수영장이 있는 이층집은 각종 야자수로 둘러싸여 있다. 폭음을 즐기는 헤밍웨이였지만 매일 오전 8시에는 2층 작업실 책상에 앉아 오전 내내 글…
일본의 한 사립고등학교. 유능하고 밝은 성격의 젊은 남성 영어교사인 하스미 세이지는 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밝은 외양과 달리 그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자신의 행동에 방해가 되거나 의심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죽이며 학교는 가장 끔찍한 살인 장소로 바뀐다. ‘검은 …
40세 전후의 남성 작가 8명이 각기 다른 상상력으로 성(性)과 관련한 단편들을 풀어냈다.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며 성을 논하는 필력들이 자유분방하다. 김도언 씨는 ‘의자야 넌 어디를 만져주면 좋으니’에서 한 양성애자 남성의 얘기를 그렸다. 남성 애인에게서는 ‘사막’을, 여성 애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