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다. 매우 질기기도 하다. 먹고살기 위해 정조와 도덕관념, 아니 인간의 자존감까지 버린 한 여자의 추락이 지긋지긋하게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대도시 인근 물가의 한 닭백숙 집. 집에서만 뒹구는 무능한 남편 대신 갓난아기를 먹여 살리기 위해 윤영은 종업원으로 나선다. 어떤 것이든 처…
올해 2월 이집트 국민의 거센 반정부 민주화 시위 끝에 무함마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정권이 30년 만에 막을 내렸다.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수만 명이 펼친 평화적인 시위는 이집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촉발시켰다. 치과의사이자 소설가로 반무바라크 운동에 나섰던 저자는 이…
‘여행은 왜 가느냐고 누군가 나에게 물었지, 후후, 그걸 안다면 내가 지금 이 시를 쓰고 있을까/내가 태어나 배우고 싶었던 것은 단 한 가지, 여행술/…’(시집 ‘모든 가능성의 거리’ 중 시 ‘날개 달린 발로 페이지를 넘기는 천사’에서) ‘저녁 무렵 털털거리는 모터사이클을 몰고 눈 …
여기 한 중년 사내가 있다. 법대를 나와 목회의 길을 가고자 다시 신학대학을 갔지만 사랑하는 여성을 만나 일반 신도의 삶을 택한 사람. 대기업에 들어가 명석한 두뇌로 회사의 자금줄을 쥐락펴락하는 경리부장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룹 오너 아들들의 권력 다툼의 희생양이 돼 ‘비자금을 횡령한 …
강원 춘천시 남이섬은 오늘날 ‘나미나라공화국’이라는 테마 관광지로 연간 200만 명이 다녀가는 곳이다. 연인과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이자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한류 관광지이기도 하다. 소설집 속 표제작인 중편 ‘남이섬’은 그러나 시끌벅적한 남이섬의 현재에 주…
소설 ‘악마의 시’로 이슬람 과격 집단의 암살 위협에 시달려온 작가가 2008년 발표한 작품이다. 16세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 판타지. 계속되는 전투에 지치고, 미덥지 못한 왕세자로 인해 걱정이 많은 인도 무굴제국의 삼대 황제 아크바르 앞에 어느 날 금발의 젊은 유럽 사람이 나타난다…
최인호가 돌아왔다. 2006년 장편 역사소설 ‘제4의 제국’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작품으로 그는 ‘현대소설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이번 작품이 ‘자발적으로 쓴 최초의 전작소설’이라는 고백도 곁들였다. 그는 침샘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로 잠행에 들어갔다. 그래서 이번 작품…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에 약탈당했던 외규장각 도서가 지난달부터 네 차례에 걸쳐 한국에 돌아오고 있다. 외규장각 도서의 대부분은 조선왕실 의궤. 중요한 왕실 행사의 과정과 의례절차 등을 기록한 책이다. 의궤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은 여기에 각종 시각자료가 채색화로 수록돼 …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는 2005년 첫 단편집 ‘천년의 기도’로 단번에 평단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으로 단편소설집에 주는 프랭크 오코너상, 헤밍웨이상 등을 잇달아 수상한 작가가 지난해 미국에서 펴낸 새 소설집. 수록 작품은 모두 9편.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대부분 전통과…
제목부터가 독특하다. 고등학교 야구팀, 여자 매니저, 피터 드러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소재가 어떻게 얽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지 첫눈에는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러나 몇 장을 넘기다 보면 청소년 야구팀의 성장 드라마 속에 피터 드러커의 경영학 원리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
얼굴에 안개가 낀 모습으로 태어난 소년은 부모가 도망가고 외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자란다. 짙은 안개 가 덮인 듯 눈, 코, 입이 보이지 않아 ‘달걀귀신’처럼 보이기 때문에 소년은 후드티를 입어 얼굴을 가린다. 통증 같은 증세는 딱히 없다. 세수를 여러 번 해도 민얼굴을 볼 수 없다는 …
말 한마디에 연인 관계가 깨질 수도 이어질 수도 있다. 다음은 작품 속 두 상황. 5년째 사귄 커플. 여러 번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했고, 만나서 하는 일은 ‘기계적인 섹스’다. 자장면을 먹다가 남자가 심각하게 말한다. “우리 결혼할까?” 여자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 남자가 산통…
나뭇가지마다 새파란 새순이 돋는 5월은 숲에 생기가 가득한 시기다. 우거진 숲을 따라 산을 오르다 보면 양지바른 산자락에 서 있는 절을 한두 번은 마주친다. 불자뿐 아니라 등산객들도 가쁜 숨을 돌리며 속세의 찌든 피로를 잠시 잊을 수 있는 마음속 휴식처다. 길게는 천년 넘게 한자리에 …
만원 지하철, 늘어만 가는 업무량, 상사의 호된 잔소리…. 당장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지만 대출금에, 커가는 아이들 걱정에 언감생심이다. 직장인은 꿈을 꾼다. 언젠가 회사를 퇴직하고 연금 받아 유유자적하는 노후를.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지만 과연 그때는 행복할까. 나른한…
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 파리를 찾는 여행객의 필수 관광 코스. 그러나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 길을 잃는다. 어디서 무엇부터 봐야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 때문이다. 기를 쓰고 인파를 헤쳐가면서 ‘모나리자’를 보고 나면 다른 작품을 찬찬히 둘러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