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는 장르소설 마니아로부터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SF 작가다. 소설에만 머물지 않고 영화평론, 문화비평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다. 그가 3년 만에 내놓은 단편집이다. 그동안 발표한 단편과 미발표작까지, 아주 짧은 작품에서부터 중편 정도의 작품까지 골고루 선정한 13편을 묶었다.…
《 여기 산수화 한 점이 있다. 배경에는 산, 화폭 아래쪽 물가에는 초가지붕을 인 정자가 서 있다. 중앙에 선 나무는 잎이 무성하다. 저자에 따르면 ‘소탈한 붓질로 습작처럼 그려낸 한 점의 문인화 소품’이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그림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화가가 적은 글 때문…
베르나르 베르베르 씨의 시선은 역시 미래를 향하되, 새 소설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을 택했다. ‘카산드라의 거울’의 배경은 쓰레기하치장이다. 작가가 여행 중 돈을 도둑맞고 본의 아니게 노숙인 생활을 해야 했던 경험, 강연회에서 노숙인들과 토론을 했던 경험 등이 녹아 있어 현장감이 …
은희경 씨(51)의 새 소설 주인공이 17세 소년이라는 소식에 그의 1995년작 ‘새의 선물’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출세작이 된 ‘새의 선물’의 주인공은 냉소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12세 소녀였다. 15년 뒤 은희경 씨 소설에 등장한 소년은 어떤 목소리로…
한국현대문학사를 일궈온 작가들의 작품 모음이 나왔다. 개화기 단편소설선 ‘혈의 누’, 염상섭 작품선 ‘두 파산’, 이광수 작품선 ‘무정’ 등 1차분 10권이 출간됐다.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등 편집위원 4명이 참여한 이 전집의 특징은 독자가 작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충실하게…
남편과 아이를 잃고 막걸리와 빵으로 끼니를 이어가는 ‘나’. 그런 나는 어느 날 남편 선배의 친구인 이정섭을 만난다. 이혼 뒤에 아내와 딸을 이국으로 보낸 사내다. 공선옥 씨(47)의 장편소설 ‘영란’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상처를 보듬어가는 이야기다. 그 상처를 이겨가는 방식은 홀로…
국내에 ‘신화’ 바람을 일으켰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첫 권이 나온 지 10년째다.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은 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자 8월 세상을 떠난 작가의 유작이다. 왕위에 오른 숙부 펠리아스에게 내쫓긴 이올코스의 왕자 이아손의 모험이 펼쳐진다. 장성해서 펠리아스를…
차범석 원작 ‘산불’의 초연무대 연출(1962년) 등 1950∼70년대 한국연극계 대표적 연출가였던 지촌 이진순(1916∼84)의 글과 그와 인연을 맺은 예술계 인사 81명의 추억담을 모았다. 평북 신의주 출신의 지촌은 고 이해랑, 이원경 씨와 함께 3대 연극연출가로 꼽혔다. 극단 광…
문학이라면 ‘센’ 얘기를 다룰 것 같다는 편견이 있다. 문학이란 현실의 어둡고 지저분한 부분을 후벼 파야 한다고, 사랑 얘기도 독하게 해야 한다고 대개의 사람들은 여긴다. 올해의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김유철 씨(39·사진)의 장편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은 이런 편견에서 비켜나 있다…
페루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씨(사진)가 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국내외 출판계는 대체로 “받을 사람이 받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품질 보증 작가’란 의미다. 그 노벨 문학상 작가의 소설이 나왔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작품 중 최근작으로 2003년에…
“이제 건축물도 감상하기 위해 보러 가는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서울의 건물들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늘 본다는 이유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축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건축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의 집필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책에 소개된 312…
‘선생’이란 단어의 어감이 복잡한 시대다. 이제하 씨(73)의 장편 ‘마초를 죽이려고’는 ‘먼저 나서 응당 배울 것 있어야 할’ 선생의 의미를, 스승을 찾아 나선 한 사내의 이야기를 통해 묻는다. 실패한 인생이라 여겼던 부친에 대한 원망 때문에 화자는 외려 간절하게 마음을 두고 따를 …
웃음 그리고 짠함. 윤성희 소설의 키워드는 이렇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키워드가 구닥다리던가? 얼핏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이걸 풀어내는 윤성희 씨(38)의 스타일은 재치로 넘친다. 네댓 장에 한 번꼴로 푸핫, 터지는 웃음은 뒤끝 없이 유쾌하고, 슬픔의 감정은 과하게 흘러넘치지 …
“올해로 나는 마흔아홉의 나이가 되었다.” 이 단순한 한 문장이 얼마나 무거운지. 마흔아홉의 시간이란 ‘어렴풋이 드리워진 우울증의 그림자가 치통처럼 길게 지속되는’ 날들이다. 나이의 무게감은 누구나 엇비슷하겠지만, 작가가 풀어낸 문장을 마주하면 그 감각이 새삼 육중하다. 윤대녕 씨의 …
이런 얘기들이 있다고 하자. 1993년 서울 K대의 교양과목 ‘영화 속의 여성들’ 중 영화 ‘퀴르발 남작의 성’에 대한 설명, 1932년 출판사 편집장에게 소설 ‘퀴르발 남작의 성’의 원고를 넘긴 작가 미셸 페로, 2004년 ‘퀴르발 남작의 성’을 리메이크한 영화를 찍은 감독 나카자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