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는 친근하면서도 낯선 동물이다. 쓰레기봉지를 앞발로 뒤적이다 인기척에 쏜살같이 달아나는 모습은 유머러스하다. 하지만 늦은 밤 고양이의 울음소리나 몸을 낮춘 채 형광 눈빛을 번득이는 모습은 음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고양이는 멜로물부터 공포물에 …
“셰익스피어, 그는 희곡작가였다.” 극작가 이현화 씨가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한마디다. 이강백 씨는 극작가 중심에서 연출가 중심으로 바뀐 연극계 흐름에 힘겨워하는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10년만 견뎌봐, 어떤 연출가도 알고 보면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처럼 텍스트를 절대 못 벗어난…
저자는 천주교 한국순교복지수도회 수도원의 수사(修士)였다. 1976년 입회해 1985년 종신서원까지 했다. 수사로 전국 교도소를 다니며 장기수를 면담하고, 출소자의 보금자리인 ‘평화의 집’에서 하느님의 형제들을 돌봤다. 그러다 2000년 25년간의 수사 생활을 마감하고 소외되고 가난한…
지난해 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루마니아 출신 독일 소설가 헤르타 뮐러(사진)는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다.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집중됐던 관심에도 불구하고 번역된 책이 없었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 작가의 문학세계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간접적일 수밖에 없었다. 뮐러…
◇요이야마 만화경/모리미 도미히코 지음·권영주 옮김/264쪽·1만 원· 문학수첩◇연애 편지의 기술/모리미 도미히코 지음·오근영 옮김/384쪽·1만2000원·살림 한 작가의 신간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일본의 소설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들이다. 국내에서는 청춘소설 ‘밤은 짧아 걸어…
◇파라다이스/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임희근 옮김/296쪽, 304쪽·각 권 9800원·열린책들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단편 17편을 모은 새 소설집을 펴냈다. 개미들의 세계, 두뇌의 비밀에 이어 신들의 나라에 이르기까지 그는 과학, 신화, 철학 등이 어우…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인 작가가 경장편 ‘나쁜피’에 이어 내놓은 첫 번째 소설집. 먼저 선보인 장편에서 비정상적인 가족을 둘러싼 갈등과 참혹한 일상의 풍경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주목받았던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밑바닥 생의 적나라한 현실을 가감 없이 파헤친다. ‘…
마르셀 프루스트의 자전적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주인공 마르셀이 작가로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여기서 그가 예술 세계에 눈을 뜨도록 이끌어 주는 인물이 바로 화가 엘스티르다. 반듯한 인상에 하얗게 세기 시작한 수염, 허공에 고정돼 있는 꿈꾸는 듯한 시선……
‘편의적으로’ 말하자면 이 소설집에는 남녀의 인연에 관한 소설이 주로 실려 있다. 그런데 두 남녀가 빚어내는 감정들은 지나치게 뜨거워서 아프지도, 환멸이나 증오로 고통스럽지도 않다. 낯선 두 사람이 서로의 삶에 막 개입하기 시작할 때 생기는 의존, 적대의 양가감정은 이미 한 차례 휘발…
사람들은 흔히 예술과 법이 서로 동떨어진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영남대 교수로 재직하며 화가 고흐의 삶을 그린 ‘내 친구 빈센트’ 등을 펴냈던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는 “법은 역사적으로 시민의 생활에서 비롯됐고 시민의 생활을 위해 만들어졌다. 마찬가지로 예술도 시민의, 시민을 위한…
◇집으로 돌아가는 길/김이환 지음/440쪽·1만1000원·이타카“나는 죽음에 사로잡혀 있었다. 정확히는 자살에 사로잡혀 있었다.” 17세 소년 정우의 기억 속에는 일곱 살 무렵 검은 개에게 쫓기던 자신을 로봇과 고양이가 구해줬던 기억이 남아 있다. 기억이 희미해진 10년 뒤 어느 날 …
“사람들을 욕하고 비난하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야. 사람을 사랑하여라. 자연도 아껴 주고.” 2008년 8월 29일. 시인 김용택 씨(62)는 38년간 머무른 교단을 떠나면서 열두 명의 2학년 꼬마 제자에게 이 두 가지만을 당부했다. ‘공부 잘하고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라’…
◇효자동 구텐 백/백경학 지음/248쪽·1만2000원·푸르메1998년 독일 뮌헨대 객원연구원으로 있던 저자는 귀국 직전 영국으로 떠난 여행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저자의 아내는 두 달간 혼수상태를 겪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당했지만 독일에서 재활치료를 하며 점점 회복해간다. 귀국한 뒤…
12일 오후 3시경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법정 스님이 입적하자 서점 측이 따로 마련한 추모 코너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무소유’ 등 일부 대표작들은 벌써 품절돼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많았다. 직장인 우은애 씨(34·여)는 “서점을 세 곳이나 들렀지만 ‘무소유’가 품…
◇ 낙타/정도상 지음/248쪽·1만 원·문학동네“짧은 유서를 남겨놓고 아들 규가 자살했다. 생의 파도가 내 옆구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소설가 ‘나’의 아들 규는 15년 6개월을 살고 지하철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그 뒤 아들의 죽음을 이기지 못한 주인공은 몽골로 여행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