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뉴욕 맨해튼에 있는 암병동 대기실. 췌장암 말기 환자인 어머니(73)의 화학치료에 동행한 중년의 아들(50)은 긴장된 마음을 달래려고 어머니에게 묻는다. “요즘 무슨 책을 읽고 계세요?” 어머니는 퓰리처상 수상작인 윌리스 스테그너의 ‘안전함을 향하여’를 읽고 있다…
신달자 시인(70)이 결혼하고 서른 중반이던 1960년대 말. 시인의 노모가 딸네 집에 왔다. ‘보여 주고 싶지 않았던 풍경이 가득했던’ 집이었기에 시인은 빨리 가라고 노모의 등을 떠밀었다. 시인은 대문 앞에서 노모의 주머니에 1만 원짜리 한 장을 넣는다. “택시 타고 가.” 노모는…
“올 한 해 행복하셨습니까?” 잠시 머뭇거렸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내년은 행복할까요?” 바쁘게 달려온 한 해의 끝자락에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어떨까. 하루하루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사람도 연말이면 이렇게 되짚어 보게 된다. ‘내가 잘살고 있는 것인가. 나는 행복한가.…
빡빡한 학교생활에서도 학생들은 소풍과 수학여행이 있어 설레기 마련. 그런데 옆나라 일본에서 초창기 소풍과 수학여행은 지금과 분위기가 매우 달랐다. 일본의 기록상 최초의 소풍은 1885년 후쿠오카 도요쓰중학교에서 시작됐다. 전원 모자를 쓰고 양복이나 하카마(‘바지’라는 뜻의 일본 전통의…
인간의 몸을 아름답게 노출한 서양 미술과 달리 동양 미술에서는 주로 옷자락을 꽁꽁 싸맨 얌전한 사람을 표현한다. 그렇기에 근육질 몸을 자랑하는 금강역사(金剛力士)는 그 자체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부처의 호위병이었고 불법의 수호신이 된 금강역사는 사찰 입구와 불화뿐 아니라 탑을 …
서울의 신촌은 잠들지 않는 동네다. 요즘 같은 연말이면 더욱 그렇다. 자정을 넘은 도시는 좀처럼 시들지 않고, 인파들은 새벽까지 북적인다. 하지만 도시는 철저한 익명의 공간이다. 발 디딜 틈 없이 거리는 흥청거리지만 ‘나’, ‘너’는 철저히 외로운 개인이다. 마치 ‘뤼미에르(lumi`…
작가는 “무엇인가에 신들려 있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이 장편소설의 초고를 올 7, 8월 단숨에 써내려갔다. 경북 포항을 비롯한 동해를 돌며 여관방, 민박집, 카페와 찻집, 해수욕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트북을 켜고 키보드를 두들겼다. ‘단 한 번의 연애’란 제목은 지고지…
책의 부제는 ‘섬의 여인, 김만덕’이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 제주의 거상(巨商) 김만덕(1739∼1812)의 생애를 그린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 기대로 책장을 열었다면 뜻하게 않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당혹스러울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소설은 주로 조선시대 조정에서 보낸 관…
한옥, 그중에서도 고택(古宅)엔 오랫동안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렇기에 고택은 단순한 건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고택과 그 집에 살던 이의 이야기를 담은 책 ‘아버지의 집’과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이 나란히 출간됐다. 두 책 모두 사진을 중심으로…
“당신의 대표시는 무엇입니까?” 문단 경력의 많고 적음을 떠나 시인에게 이렇게 물으면 곤란해하기 일쑤다. 대개의 시인은 시가 발표되는 순간 자신의 손을 떠났다고 말하며, 평가는 독자와 평론가의 몫으로 남겨 두기 때문이다. 그래도 재차, 삼차 끈질기게 묻는다면 대개는 이런 그럴싸한 답변…
그가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까까머리 경복고 재학 시절인 1962년 11월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발을 디딘 그는 이제 칠순 나이 반백의 소설가가 됐다. 이 작품은 소설가 황석영이 작가 활동 반세기를 돌아보며 쓴 책이다. 자서전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19세기 전국 각지를…
미드(미국 드라마)에도, 좀비 이야기에도 흥미가 없던 기자에게 미국 폭스TV가 만든 ‘워킹데드’는 충격이었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케이블방송에서 방영하는 시즌1 재방송을 접한 뒤 연속 방영이라는 ‘덫’에 걸려 졸음을 참아가며 새벽 3시까지 시청했다. 좀비에게 둘러싸인 극한의 위기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열풍이 거세다. 올해 국내 소개된 ‘신참자’ ‘매스커레이드 호텔’이 줄줄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고, 대표작 ‘용의자 X의 헌신’도 동명의 국내 영화가 개봉하며 베스트셀러에 재진입했다. 후끈 달아오른 열기에 이번 신간이 휘발유를 끼얹을 수 있을까. 히가시노가 쓴 최…
상처와 회복에 관한 소설집이다. 인물들은 자신의 내면을 할퀴고 간 고통을 기억하고, 움푹 파인 상처를 가만히 응시한다. 지독한 슬픔과 공허가 책장 가득하다. 하지만 아무리 아픈 기억도 언젠가는 점차 희미해지듯, 깊게 파인 상처들에선 조금씩 새살이 돋는다. 인간의 고통과 치유는 어쩌면 …
‘야생초 편지’의 저자가 10년 만에 ‘야생초 편지 두 번째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생태 에세이를 출간했다. 전작이 그가 간첩 누명을 쓰고 13년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며 야생초 화단을 가꾼 이야기라면, 신간에서는 출소 후 지난 10년간 전남 영광의 산속에서 농사짓고 살아온 소소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