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정’이란 이름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된 건 올초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있는 ‘한국의 미’란 우리 그릇 전문가게에서였다. 흰색 백자토로 만든 네모난 그릇은 접시라고 하기엔 꽤 키가 높아 두부 같은 모양새였다. 용도를 묻자 점원은 “치즈나 조각 케이크를 올려 내면 어떻…
대만의 여름 날씨는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견디기 힘든 아열대 더위로 정신을 쏙 빼놓는다. 바다가 육지를 향해 밀어 보내는 습기를 잔뜩 머금은 해풍은 금세 셔츠를 땀범벅으로 만든다. 아침부터 태양이 작열해 한낮 기온이 섭씨 34, 35도까지 치솟으면 상점 앞 흑구…
《플라스틱 렌즈를 사용하는 토이카메라는 결과물의 품질만 놓고 보면 고가의 렌즈와 각종 이미지 보정 기술로 무장한 ‘디카’나 ‘필카’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하드웨어’의 열세를 다양한 촬영기술이라는 ‘소프트웨어’로 만회하는 재미가 토이카메라의 대표적인 매력이다. 이미 한…
《어렸을 적 지방 출장을 다녀오신 아버지가 선물로 사다 주신 장난감 카메라는 무선조종 자동차에 밀려 그 자리를 내줄 때까지 장난감 재산 목록 부동의 1위였다.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찰칵’하고 셔터를 누를 때마다 서울 남산타워에서 경주 첨성대로, 다시 돌하루방이 있는 제주도로 순식간에…
비행 시뮬레이터의 매력은 무엇보다 실제에 버금가는 높은 현실감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현재 상업적으로 운항 중인 다양한 항공기를 몰아 볼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실제 측정 자료에 따라 각국의 주요 공항이나 지형을 만들어 마치 전 세계를 컴퓨터 속에 옮겨 놓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변성보 씨(26·서울 강서구 가양동)는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계기판을 점검하며 비행 준비를 시작한다. 오늘의 비행구간은 김포공항∼제주공항 노선. 각종 버튼과 스위치를 차례로 작동시키고 이륙을 준비하면서 관제탑에서 전하는 날씨 정보에 귀를 기울인다. 도착지의 날씨 확인도 필수다.…
덜컹, 하고 버스가 멈춰 섰다. 꾸벅꾸벅 졸다 부스스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눈부신 햇살. 버스 전면에 붙어 있는 전자식 시계가 ‘이제 눈 떠!’ 하고 꾸짖는 듯 붉은빛으로 시간을 알리고 있었다. ‘6:28’ 금요일쯤 되면 일상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금요일 오후…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에 발을 내딛던 순간부터 직감으로 알았다. 독종처럼 굴지 않고 살아도 되는 나라. 묵직한 언행의 미덕이 있는 나라, 축복 받은 자연 덕분에 절제된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나라, 그곳이 노르웨이라는 걸. 오슬로 공항의 복도와 천장, 벽면의 마감재는 온통 연갈색 목…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나 자전거가 되리한평생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고말랑말랑한 맨발로 땅을 만져보리구부러진 길은 반듯하게 펴고, 반듯한 길은 구부리기도 하면서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움푹 파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내 두 바퀴에 감아 기억하리가위가 광목천 가르듯이…
봄은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이 쭉쭉 기지개를 펴는 계절.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이 모터사이클로 달리기 좋은 코스 5곳을 추천했다. ○ 곡성∼구례 국도 17호선 섬진강을 곁에 두고 이어지는 국도 17호선은 계절의 변화를 뚜렷이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라이딩할 …
《‘오토바이를 가지러 가던 날, 그는 아끼느라 잘 입지 않는 새하얀 순면 속옷을 입고 그 위에 오토바이의 진동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는 얇은 스판 바지와 몸에 착 들러붙는 검정 민소매 티셔츠를 입었다. 또 가죽 바지와 가죽 재킷을 겹쳐 입고 롱부츠를 신었다. 마지막으로 일 년에 몇…
2010 V가 등장하면서 1980년대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열광시켰던 추억의 외화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먼저 월요일 밤을 주름잡았던 ‘전격Z작전’이 있다. 1982∼1986년 방영된 이 드라마 때문에 손목시계에 대고 “키트 도와줘”를 외치는 아이들이 많았다. 주인공 ‘마이클 라이트’…
쥐 삼키던 다이애나녹색 피 파충류 외계인미드 ‘V’의 귀환이번엔 뭘 들고 찾아왔을까1980년대 중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오줌을 지릴 정도로 꾼 악몽에는 대개 두 사람이 등장했다. 첫 번째는 죽은 지 3일이 넘지 않은 ‘덕대골의 무명(無名) 시체’. 한 여인이 무덤을 파고 시체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