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는 자신이 깃들여야 할 집과 길들을 하루 종일 먹고 있다.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그 푸른 집들. 길들. 벌레의
걸친, 엄마 - 이경림 한 달 전에 돌아간 엄마 옷을 걸치고 시장에 간다 엄마의 팔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팔을 꿰고 엄
폐 깊숙이 차가운 공기를 빨아들인다 내 핏속에 야생의 호랑이는 살아 있다 나 도무지 살뜰하지 못해 나쁜 음식과
1 보여주마 얼음답게, 몸 속을 드나드는 톱날들을 환히 보게 해주마 물이 되는 살의 공포, 나를 썰음질하는
《똥구멍 새까만 놈 - 심 호 택 대엿 살 철부지 때 할아버지께 붓글씨 배웠지요 종이 귀할 때라 마분지에다 한
《감나무와 시인-박 진 형 김형 어디 있노 감나무 위에 있다 뭐 하노 감 딴다 감 따서 뭐 하노 먹는다 먹어
《화려한 오독 -임영조 장마 걷힌 칠월 땡볕에 지렁이가 슬슬 세상을 잰다 시멘트 길을 온몸으로 긴 자국 행서도
《별 똥 정지용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다. 다음 날 가 보려, 벼르다 벼르다 이젠 다 자랐소. -시집 '정지용 전집1'
《오랜만에 고향집엘 갔더니 웬 시계가 그렇게 많은지, 방마다 시계가 걸려 있다 부엌에도 정낭에도 헛간에도 마
《할머니는 이젠 상큼한 소년이 되었습니다 젊은 날 비녀도 풀어 버리고 여자도 싹둑 잘랐습니다 여든의 몸이 까
《뒤뜰 매화나무에 어린 하늘이 내려와 배냇짓하며 잘 놀다 간 며칠 뒤 끝이 뾰족한 둥근 잎보다 먼저 꽃이 피어
《햇살 고요한 푸른 물안개 피는 방죽 은비늘 옷을 입은 물고기 튀어 올라 눈 뜨는 순간 백로 한 마리 하늘로 업
얘들아, 바소쿠리 뗀 알지게에 장군 하나 얹고 꽃배달 가자. 아 글쎄 요 폭 삭은 냄새를 장군 택배로 부치면 꽃이 된
저런 ‘속없는’ 양념 같으니라구.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그 속을 어따가 비웠을까. 가만, 저 양반 우습게 볼 일
늦바람 무섭다더니. 겨우내 적멸로 돌아가리라, 일제히 한 잎마저 벗고 동안거에 들었던 나뭇가지들 입춘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