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그늘 - 이 영 광 늙은 느티의 다섯 가지는 죽고 세 가지는 살았다 푸른 잎 푸른 가지에 나고
《과메기 덕장 경비 덕수씨는 짤막한 다리에 긴 허리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나만 보면 겅중겅중 뛰는 눈 검은 사내다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 밑
《쇠똥구리의 생각 - 이건청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리고 가다가 잠시 멈춘다. 지금 내가 거꾸로 서서 뒷발로
《대가리를 꼿꼿이 치켜든 독 오른 뱀 앞에 개구리 홀로 얼어붙은 듯 가부좌를 틀고 있다 비늘 돋친 이 독한 세상마
여름 한때 - 조성국 가문 마당에 소낙비 온 뒤 붉은 지렁이 한 마리 안간힘 써 기어가는 일필휘지의 길 문득
《묵 화 墨畵 - 김 종 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절구통만한 먹이를 문 개미 한 마리 발 밑으로 위태롭게 지나간다 저 미물 잠시 충동적인 살의가 내 발꿈치에 머문
간장독을 열다 - 김평엽 간장독 속에 어머니 들어가 있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을 달인 말씀 그득 채우고 물빛 고요히
어떤 대화 - 이창숙 - 아버지 응 - 자꾸따라와유 뭣이? - 바람이유 …바람?! 아무것도읍는디 ……… -
강물재판 - 최정란 아프리카 어떤 부족은 살인사건이 있고 일 년이 지나면 범인을 강물에 들어가게 한다 슬픔의
《아뿔싸 여든여덟 살 잡수신 이로 고기는 쉽게 못 잡수시는 아버님 간데없으시다 서빙하는 젊은 여자였다 낙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