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 추씨 댁에 김해 김씨 며느리 들어왔는데 시아버님 말끝에 늘 토를 달아 “쌀 한 말 여와라” 하면 “
강에 나간 어부네 집 푸른 함석지붕에 눈이 소복하다 할멈과 손주가 싸워대는 소리에 내리던 눈들이 놀라 공중으로 튀
지난해 첫날 아침에 우리는희망과 배반에 대해 말했습니다설레임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데 두려움에 대해서도 말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사랑만 있는 곳. 근심걱정이 없고 슬픔도 없고 눈물 같은 것은 단 한 방울도 없는 곳. 내가
눈 내리는 성탄(聖誕) 아침 우리 집 개가 혼자서 제 새끼들을 낳고 있다 어미가 있어 가르친 것도 아니고 사람의
며칠째 내리는 폭설이다 바람마저 잠든 깊은 산속 자꾸만 쌓이는 눈의 무게를 이를 악물고 견디던 소나무 가지 하
16층 베란다 홈통 속에서 트라이앵글 소리 울려온다, 아니 풀 이슬 송송한 피아노 가락이다 위층일까 아래층일까
끈이 있으니 연이다 묶여 있으므로 훨훨 날 수 있으며 줄도 손길도 없으면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리 눈물이 있으니
비가 갠 그 이튿날 우물을 치려고 어른들은 머리를 감아 빗고 흰옷을 갈아입었다 신발도 빨아 신었다 손 없다
제 삶을 사랑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냐 사랑하는 마음 없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조간신문에 흑백 사진 한 장과 함께 실린 부음란을 바라볼 때면 죽어라 하고 싶은 일만 하다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
우리 집 개가 막내 놈이 콩밭에 눈 똥을 훌떡 삼켜버렸다 그리고 내게로 와서 맨발로 핥았다 걷어차지 못했다 물리
양말을 빨아 널어두고 이틀 만에 걷었는데 걷다가 보니 아, 글쎄 웬 풀벌레인지 세상에 겨울 내내 지낼 자기 집
바알간 초록시금치 밑둥 아침 산책 나온 바알간 오리밭 맨발 채마밭을 지나 바알간 볼의 소년이 새 운동화
바다를 와서야 비로소 이제껏 헛돌았다는 것을 안다 튜브 속에 거북한 바람으 품지 않고 고무 타는 냄새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