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한 마리가 감나무 가지 끝에 앉아 종일을 졸고 있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차가운 소나기가 가지를
꿀맛에 취해 허랑방탕하게 사는 사람은 가슴 뜨끔할 것이요, 귀밑머리 흰 주름 얼굴은 돌아갈 날을 헤아릴 것이요,
복숭아 꽃빛이 너무 아름답기로서니 사람꽃 아이만큼은 아름답지 않다네 모란꽃이 그토록 아름답다고는 해도 사
뗏목도 아니고 돛단배도 아닌 ‘꺼먹 고무신’ 한 켤레 타고 의기양양 대해로 나가는 저, 저, 불개미 같은, 부
내가 다섯 해나 살다가 온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 동물원, 철책과 철망 속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짐승과 새들이
저녁을 먹고 어머니의 팔을 껴안고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문을 나서니 어머니의 몸 안에서 새들이 지저귀고 있
소나기 그친 뒤 장독대 빈 독 속에 달이 들었다 찰랑찰랑 달 하나 가득한 독 어디 숨어 있다 떼지어 나온 개구리들
저, 저 고양이가 물어갈 호랭이 같으니라고. 그러니께 저게 다 같은 족보로구먼 그랴. 곶감에 놀라 소도둑 태우고 삼십
살진 이슬이 내리는 늦은 밤 변두리 공터에는 세상 구르다 천덕꾸러기 된 갖은 슬픔이 모여 웅성웅성 타고 있다 서
새는 새장에 갇히자마자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새는 의미가 아니어도 노래했지만 의미가 있어야
가슴에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생애가 저물어가도록 그 못을 차마 뽑아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의 가장
창녕 우포늪에 가서 만났지 뻘 빛 번진 진회색 판에 점점점 찍혀 있는 빗방울 화석. 혹시 어느 저녁 외로운
배고픈 날 누룽지 한 조각 먹어보아라. 밥 짓다 태웠다고 푸념할 일이 아님을 꼭꼭 오래 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알리
지랄, 지랄, 저것들이 저렇게 환장하게, 육실허게 붐벼쌓는 건 살아서 좋다는 것인가 살아서 못 살겠다는 것
머리 가슴 배 나비도 똥을 누는데 머리 가슴 배 무엇을 담아두려 해 다 벗고 오른발 먼저 탕(湯)을 나온 이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