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산소 가는 길에 밤나무 아래서 아빠와 쉬를 했다 아빠가 누는 오줌은 멀리 나가는데 내 오줌은 멀리 안 나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이슬을 건너가는 여치 뒷다리에 이슬이 걸리더라 이슬을 건너가는 여치 뒷다리에 이슬이 걸리오 은하수를 건
연탄 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장이지? 금방이겠다. 머. 아직 소녀티를 못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
늑골에 숨어살던 승냥이 목젖에 붙어 있던 뻐꾸기 뼛속에 구멍을 파던 딱따구리 꾸불꾸불한 내장에 웅크리고 있
우리 앞을 가로막는 절벽은 있어야겠다 사정없이 후려치는 바람에게 뺨 맞고 쓰러져 기댈 수 있는 막막함 있
달빛 찬 들국화길 가슴 물컹한 처녀 등에 업고 한 백 리 걸어보고 싶구랴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창작과 비평
푸른 나무들도 숟가락 모양으로 꽂혀 있다 그 아래 지상의 눈부신 밥상들 부서져 뒹굴고 물 젖은 휴지처럼 누워
잘 가거라, 이 가을날 우리에게 더이상 잃어버릴 게 무어람 아무 것도 있고 아무 것도 없다 가진 것 다 버리고 집
그 여자 단풍 드는 여자 어머니 내속에 서 있는 나무 그 시간 단풍 드는 시간 죽음 내 속에 서 있는 나무
추석 성묘 ―송수권 추석에는 郊外線을 타자힘 있게 흐르는 강물이 천리강산을 달려와서 몇 평의 모
비 내리네 이 저녁을 빈 깡통 두드리며 우리집 단칸방에 깡통 거지 앉아 있네 빗물소리 한없이 받아주는 눈물 거지 앉
어렵사리 서럽사리 사노라 사랑하노라, 천 년을 묵 어도 아니 풀릴 원한으로, 꼬리가 아홉 달린 구미 호라도 되어,
망석이 어디 갔나. 망석이 없으니 마당이 없다. 마당이 없으니 삽사리가 없다. 삽사리가 없으니 삽사리가 짖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