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을 갉아먹던 벌레가 가지에 걸린 달도 잎으로 잘못 알고 물었다 세상이 고요하다 달 속의 벌레
흙탕물은 아무리 흐려도 수심 위에 저녁별을 띄우고 흙은 아무리 어두워도 제 속에 발 내린 풀뿌리를 밀어내지 않
풀숲에 호박이 눌러앉아 살다 간 자리같이 그 자리에 둥그렇게 모여든 물기같이 거기에다 제 얼굴을 가만히 대보는 낮
숲을 지나 개울로 안개 속에서 어둠의 지혜를 배우고 새로운 무지가 밝아올 때까지 거기에 무엇이 있을까, 상상
오랜만에 사람들과 함께한 저녁 식사는 이 저녁에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일지 몰라 얼굴에 젖는 촉촉한 어둠마
난롯가에는 여전히, 주전자 속에는 여전히 부글부글 내 삶들이 들썩이는데 저만치 등 뒤에선 누군가 누군가가
아침만큼 자신만만한 얼굴은 없다 모든 선생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초록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아침 곁에서 사람을 기다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매듭짓지 마라 있는 그대로 마음 그대로 너는 한 가닥 바람으로 영원 속에
문을 열고 창 밖을 본다 꽃도, 나무도 심지어 선까지도 흔적 없는 녹은 새벽 안개 속에서 새 한 마리 허망한
나는 좌절하는 자세가 좋다 바닥에 이마를 대고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뿌리의 세계를 들여다본 것들 마치 하늘에 엎
그것은 대답이 아닐 것이다. 짐진 어깨를 잊지 말라고, 자기가 자기한테 들려주는 간절한 메아리일 것이다. m
나같이 사는 것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이렇게도 가련한 놈 어느 사이에 자꾸 자꾸 소심해져만 간다 동요
그리움엔 길이 없어 온 하루 재갈매기 하늘 너비를 재는 날 그대 돌아오라 자란자란 물소리 감고 홀로 주저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