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
《눈 펄펄 날리는 오늘은 내 나귀를 구해 그걸 타고 그 집에 들르리라 그 집 가게 되면 일필휘지一筆揮之, 뻗치고
푸른 경전 - 김화순 쓰레기통 열자 음식 찌꺼기 엇섞여 뻘뻘 땀 흘리며 썩고 있는 중이다 아, 그런데 놀라워라
《봉지 속에 한 사내가 있다 꽃 떨어지자마자 봉지 속에 유폐된 사내 얼마의 내공을 쌓았기에 독방에 갇혀서
《말없음표처럼 이 세상 건너다 점점이 사라지는 말일지라도 침묵 속에 가라앉을 꿈일지라도 자신을 삼켜버릴
메주 - 신 달 자 날콩을 끓이고 끓여 푹 익혀서 밟고 짓이기고 으깨고 문드러진 모습으로 한 덩이가 되어 붙는 사
《너에게 꼭 한마디만, 알아듣지 못할 것 뻔히 알면서도, 눈에 어려 노란 꽃, 외로워서 노란 꽃, 너에게 꼭 한마
이상한 밥상 - 이용한 어느 날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10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어느 날의 횡재 - 최영철 시장에 들어서며 만난 아낙에게 두부 한 모 사고 두부에게 잘게잘게 숨어든 콩 한 짐
《오동나무 숲으로 산책을 가려고 집을 막 나서는데 잠깐! 아내가 불러 세웠다. 부엌에서 나온 아내는 미나리를
《거대한 반죽 뻘은 큰 말씀이다 쉽게 만들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물컹물컹한 말씀이다 수천 수만 년 밤낮으로
요요놀이 - 정채원 지하철 승강장에서 아이들 요요를 던지며 놀고요 손바닥에 움켜쥐었다가 멀리 던지고 던졌다
추석 - 유 용 주 빈집 뒤 대밭 못미처 봐주는 사람 없는 채마밭 가 감나무 몇 그루 찢어지게 열렸다 숨막히게 매달
노을·景 (박수근) - 이영식 늦가을 해 질 무렵 노인 셋 방앗간 담벼락 앞에 붙어 벽화를 그리고 있다 어쩌다 어르신네들
《물가에 버드나무 한 그루 제 마음에 붓을 드리우고 있는지 휘어 늘어진 제 몸으로 바람이 불 때마다 휙휙 낙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