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리나무풍뎅이 한 마리 나뭇가지에서 삭정이를 맞아 압사했다 아무도 소리치는 사람 없다 마을 불빛 하
인간은 생각의 순금을 얻기 위해 생애를 바친다 집중하고 천착하라 얻은 것 아무것도 없다 할지라도 생각하는 시
《달을 따기 위해 지붕에 사다리를 걸쳐놓고 올라간 아이와 달을 건지기 위해 두레박을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간 아
별밥 - 서 상 영 우물로 내려와서 목욕하던 별들은 엄마가 바가지로 물을 퍼서 물동이에 담을 때, 달아나
《할머니 한 분이 초록 애호박 대여섯 개 를 모아놓고 앉아 있다. 삶이 이제 겨우 요것밖엔 남지 않았다는 듯 최
晩鐘 - 고창환 호박엿 파는 젊은 부부 외진 길가에 손수레 세워놓고 열심히 호박엿 자른다 사는 사람 아무도
뜨거운 발 - 함순례 어스름 할머니민박 외진 방에 든다 방파제에서 그물 깁던 오십 줄의 사내 지금쯤 어느 속정 깊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 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
어떤 등불이 -배한봉 쇠물닭 가족 헤엄치고 있다. 짙푸른 자라풀 위에 햇발 불러 앉힌 한 폭 평화. 갈숲 지나던
산경 -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목계리 ― 박라연 가도 가도 산뿐이다가 겨우 몇 평의 감자밭 옥수수밭이 보이면 그 둘레의 산들이 먼저 우쭐거린다
풀들이 시드렁거드렁 자랍니다 제 오래비 시누 올케에다 시어미 당숙 조카 생질 두루 어우러져 여름 한낮 한가합니
거 미 ― 윤 임 수 어린 거미 한 마리가 연방 흔들리면서도 그물집에 말갛게 걸린 노을을 조금씩 핥아대고 있었지요
《저런, 휘휙 스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내 시간의 회전판은 어지럽고 간단없는 생의 행군은 코뿔소처럼 달리며 꿈
나방 - 송기흥 스님 한 분이 찾아오셨다 그런데, 어디가 아픈지 몸을 뒤틀며 쓰러지셨다 입적이라도 하셨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