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가 시시각각 살구꽃을 맛있는 농담처럼 몸피 밖으로 쬐끔씩 밀어 내보낼 무렵 꽃필 무렵 살구나무가 건너다보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고 비스듬히 열어놓은 문으로 사람 사는 냄새 연신 흘리며 가는 사
후박나무 아래 잠들다 ― 박이화 봄날이 와서 억세게 운수 좋은 어느 날 내게로 어떤 봄날이 와서 이 세상 모
《웃고 있다. 물 담긴 사기그릇 속에서 흠뻑 웃고 있다. 나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저리 신나게 웃는 어머니를, 어
매받이는 사냥을 나가기 한 달 전부터 가죽장갑을 낀 손에 나를 앉히고 낯을 익혔다 조금씩 먹이를 줄였고 사냥의
냉장고의 생선 한 마리 서늘하게 누워 바다를 추억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 갇힌 채 두 눈을 부릅뜨고 마지
《낡은 고물상 트럭 짐칸에 산수화 액자 하나 실려 있네 곰팡이가 기러기떼 나는 가을 하늘까지 피어 있네 궁금
달 하나 등에 지고 산도 하나 지고 둥그런 어둠 속을 밤 열어 길 열어 가는 사내. 길바닥 드문드문 괸 빗물에 내려비
가족사진 - 이창수 할머니를 중심으로 우리 가족은 카메라를 보고 있다 아니, 카메라가 초점에 잡히지 않는 우리
빈방에 내가 서 있다 빈방에 들어와 낯선 내가 내 몸을 만진다 쥐의 간만치도 못하고 벌레의 발만치도 못한
비닐봉지를 열어보니, 후다닥 무언가 뛰쳐나간다. 가슴을 치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꽃이다. 까만 봉지 속이 환하다.
《할머니가 유모차를 밀고 가신다. 유모차는 비었다. 따뜻한 봄날이다. 미풍이 불고 있다. 죽기 싫은 날이다. 할
제 몸의 구멍이란 구멍 차례로 틀어 막고 생각까지도 죄다 걸어 닫더니만 결국 자신을 송두리째 염해 버린 호수를 본
하늘에만 별이 있을까요 새파랗게 풀 돋아오릅니다 처음에 어린 풀 총총 검은 땅에 박힙니다 마른 땅에 쏟아
간짓대에 얹힌 눈이 차분한 햇살을 못 견디고 사르락 떨어진다. 적요의 팽팽한 떨림 속으로 댓잎 하나가 사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