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 조 현 명 재빨리 날쌔게 얼른 금세 당장 냉큼 선뜻 후딱 싸게 잽싸게 속히 즉각 곧 곧장 바로 이내 퍼뜩 급히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따뜻한 얼음 -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
다슬기 다슬다슬 물풀을 갉고 난 뒤 젖몽우리 생겨 젖앓이하듯 하얀 연蓮몽우리 두근두근 돋고 난 뒤 소금쟁이 한
미키마우스와 함께 권혁웅 미키, 밤마다 머리 위에서 머리 속에서 놀던 미키, 내 대신 천장에 오줌을 지렸던 그
내 귓속에는 막다른 골목이 있고, 사람 사는 세상에서 밀려난 작은 소리들이 따각따각 걸어들어와 어둡고 찬 바
올망졸망한 자식이 셋 그리고 낡은 리어카 한 대가 전부였다 집을 나설 때는 배추가 돌아올 때는 하드를 문 아이들
똥 누고 가는 새 임길택 물들어가는 앞산바라기 하며 마루에 앉아 있노라니 날아가던 새 한 마리 마당에 똥
새 한 마리가 똥을 누네 느릅나무 가지 사이로 반짝, 빛나는 지상의 얼룩. 조금 전 밀잠자리 사냥으로 배가 부른 채
계란 한 판 - 고 영 민 대낮, 골방에 처박혀 시를 쓰다가 문 밖 확성기 소리를 엿듣는다 계란…(짧은 침묵) 계란
하나님 거기서 화내며 잔뜩 부어 있지 마세요 오늘따라 뭉게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들판은 파랑물이 들고 염소
평해 오일장 끄트머리 방금 집에서 쪄내온 듯 찰옥수수 몇 묶음 양은솥 뚜껑째 젖혀놓고 바싹 다가앉은 저 쭈그렁
휴일이면 한번 다니러온 차들로 골목골목이 빽빽한 좁은 마을 길 무심코 후진하다 호박덩굴을 밟았다 얼른 빠져나가려
《사랑에 걸린 육체는 한 근 두 근 살을 내주고 갈고리에 뼈만 남아 전기톱에 잘려 어느 집 냄비의 잡뼈로 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