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쁜 놈은 태생부터 나쁜 놈일까요? 아니면 세상에 의해 나쁜 놈으로 만들어지는 걸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영화가 최근 국내 극장에 정말 오랜만에 걸린 일본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걸작 ‘복수는 나의 것’(1979년)이에요. 살다 살다 이런 미친놈은 처음 봐요. 연쇄살…
이번에 유독 늘어난 N수생 여러분, 특히 수고 많으셨어요. 저도 재수를 해봐서 N수생의 심정을 알아요. 똥을 싼 것도 아니고 안 싼 것도 아닌, 빼도 박도 못한 찜찜한 기분 속에서 살았으니까요. 성인이면서도 여전히(아니 영원히) 청소년인 것 같은, 돌아버릴 인지부조화 말이에요. 그래서…
[1] “의심이라는 건 어려운 게 아니야. 의심은 사랑에게 방 한 칸만 내주면 되는 거래.” 명대사죠? 작은 의심일지라도 일단 시작되면 결국 사랑을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증식해간단 의미죠. 어느 영화에 나오느냐고요? 제가 만든 대사예요. 천재적이죠? 사실 손예진 정우성 주연 ‘…
※ 영화 ‘믹의 지름길’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제목만 봐도 내용이나 결말을 딱 알 수 있는 영화가 있어요. 허진호 감독의 ‘외출’(2005년)이 그래요. 각자 배우자를 둔 배용준과 손예진이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는 이 작품의 제목이 왜 ‘외출’이겠어요? 잠깐 나갔…
사지선다형 문제 나가요. 다음 중 허진호 감독의 멜로 영화 ‘봄날은 간다’(2001년)에서 핵심적인 대사 딱 하나를 고른다면? ①라면 먹을래요? ②떠나가는 버스랑 여자는 붙잡는 게 아니란다 ③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④아저씨, 강릉! 정답은 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③이에요. 사랑의 영원…
흑인 남성 ‘카터’는 잘나가는 그래픽디자이너. 매력적인 흑인 여성과 원 나이트를 즐긴 그는 이튿날 그녀의 아파트를 룰루랄라 나서요. 배낭을 열고 담배를 꺼내어 무는 순간, ‘나이트메어’의 꿈속 살인마 프레디를 닮은 백인 경찰 ‘머크’가 다가와 시비를 털어요. “담배 냄새 같지 않은데?…
[1] 엄마 손 식당. 왠지 이런 이름이면 맛있고, 저렴하고, 영양가도 높고, 조미료도 적게 쓰고, 다른 손님이 남긴 반찬도 재활용 안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실제로 내 엄마는 요리를 더럽게 못했을지라도 왠지 남의 엄마는 정성스레 잘할 것만 같은 종교에 가까운 믿음, 바로 엄마라는…
[1] 대학교수의 부인이 옆집 ‘제비’ 청년과 바람난다는 (지금은 동네 개도 관심 없을 얘기지만) 당시로선 파격적 불륜을 담은 영화 ‘자유부인’(1956년)의 클라이맥스를 소개할게요. 춤꾼 춘호가 “춤을 가르쳐 주겠다”며 선영을 자취방으로 유인해요. LP 레코드의 끈적한 음악이 깔리는…
“제가 남자인데, 사랑도 없이 여자를 안는다는 게 죄스럽다고 느껴졌습니다.” 2021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각본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 ‘인트로덕션’의 한 장면이에요. 배우로 활동하던 젊은이가 연기를 그만두었어요. 여자친구가 있는 자신이 연기를 한답시고 외간 여자를 안고 키스하는 …
“내가 아직도 네 엄마로 보이니?”보다 200배 무서운 대사가 ‘범죄도시2’에 나와요. 베트남으로 건너간 근육질 형사 마동석이 양아치 한 놈을 신문하는 순간 무슨 분홍색 풍선껌 씹듯 내뱉는 대사죠. “형은 어차피 네가 말 안 해도 다 알 수가 있어. 귀는 많아. 하나 뜯어도 돼.” 이…
세상에나! 얼마 전 ‘똥’이 주인공인 일본 영화를 보았어요.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오키쿠와 세계’인데, 무슨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 같은 제목이지만 90분 내내 똥을 푸지게 감상할 수 있어요(다행히 대부분 흑백 영상이에요). 19세기 일본 에도시대가 배경. 가난뱅이 두 청년 야스케와…
얼마 전 챗GPT의 놀라운 힘에 관해 트렌드 전문 강사의 강의를 들었어요. 강사는 챗GPT의 기원과 변천사에서 시작해 챗GPT가 인간을 대체할 영역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줬어요. 그는 “여기 여러분의 일자리는 대부분 챗GPT에 의해 사라질 것”이라면서 “앞으로 인간은 데이터 정리가 아…
[1] 위드 코로나는 물 건너갔고, 다시 ‘집콕’이에요. 전대미문의 감염병과 만난 지 2년이 되니, 자유를 구속당하는 일에 너무도 익숙해진 나 자신이야말로 코로나19보다 더욱 무섭게 ‘변이’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요. 어차피 바이러스가 박멸될 리는 만무하니, 이놈이 변이에 변이…
[1] 종부세를 두고 “세계가 부러워할 K세금”이라고 어떤 세무사가 말씀하셨어요. 세계가 부러워할지 안 할지 저는 모르지만, 여하튼 ‘훌륭하고 아름다운’ 세금이 있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아닐까 생각해요. K방역에 이어 K세금까지 나오는 추세라면, 층간소음 흉기…
[1] 친구의 아내는 전업주부인데요. 휴일에 혼자 외출할 때는 세탁기 돌리기, 재활용 쓰레기 분류해 버리기, 아이 수학숙제 봐주기 같은 ‘오늘 할 일’을 적은 포스트잇을 냉장고에 붙여놓는답니다. 그리고 목록마다 빈 네모(□) 표시를 그려 놓아요. 남편이 과업을 완수할 때마다 네모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