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서태지는 ‘문화대통령’은커녕 ‘공포의 대상’이었다. 서태지가 ‘난 알아요’란 혁신적인 노래로 데뷔한 1992년 나는 군복무 중이었는데, 나를 포함한 부대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무림공적 ‘김 병장’은 서태지의 열혈 팬이었다. 김 병장은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누군…
#1. 얼마 전 만난 대기업 인사담당 차장은 “달걀귀신보다 무서운 게 신입사원”이라고 말했다. 20여 년 전 신입사원 시절의 자신은 “이번이 선배께서 제게 내리시는 일곱 번째 잔입니다”라며 직장상사가 주는 술잔의 숫자까지 세어가는 말도 안 되는 아부를 해가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싫…
이병헌을 처음 만난 것은 2005년 1월이었다. 그가 주연한 누아르영화 ‘달콤한 인생’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던 서울 안국동의 뒷골목. 우리는 호된 추위를 피해 스태프가 머무는 근처 여관방에서 방바닥에 엉덩이를 깐 채 톱 배우와 기자로 만났다. 내가 대뜸 “병헌 씨랑 내가 동갑인 거 …
‘블록버스터’ 효시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1975년)는 사업적으로도 신세계를 연 경우였다. ‘죠스 티셔츠’ ‘죠스 이빨 목걸이’ ‘죠스 비치타월’ ‘죠스 플라스틱 컵’과 같은 각종 연관 상품 판매를 통해 떼돈을 벌어들인 첫 영화였던 것이다. 얼마 전 ‘명량’이 1500…
“강동원. 개조으다.”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를 본 한 공부 잘하는 여중생이 카카오톡(카톡) 메시지로 올린 촌평이다. 신세대 사이에서 ‘개’는 ‘매우’란 뜻의 은어이고 ‘조으다’는 ‘좋다’는 뜻. 결국 ‘강동원, 정말 좋아요’란 말이다. 이 여중생…
10년도 넘은 이야기다. 당시 영화사 ‘신씨네’의 신철 대표는 요절한 무술스타 리샤오룽(李小龍)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복원해 영화 속에 되살려내겠다는 의욕적인 프로젝트에 몰두해 있었다. 노트북 컴퓨터의 화면을 내게 보여주면서 신 대표는 “진짜 이소룡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알아맞혀 …
이것은 바보들을 위한 영화가 아닐까. ‘트랜스포머’의 네 번째 편인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이다. 2시간 40분이 넘는 이 영화는 단언컨대 구소련 출신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의 예술영화 ‘희생’ 이후, 내가 태어나서 본 최고로 지루한 영화였다. 중간에 오줌을…
요즘 내가 가장 이해하기 힘든 두 남자가 있다. 하나는 홍명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장동건이다. 두 남자 모두 참으로 멋진 남자들인데, 이상하게도 후진 선택만 거듭하다 망해가는 것이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미남배우 장동건. 그는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에 주연으로 출연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주를 둘러싼 작금의 상황은 ‘초현실적’으로까지 보인다. 유.병.언. 그는 적어도 미디어를 통해서는 지금 전국 각지에 있는 동시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얼마 전 유 전 회장에 대한 현상수배 전단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메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
영화 속 노골적인 섹스 장면을 둘러싸고 종종 일어나는 논란 중 하나가 바로 ‘외설이냐 예술이냐’이다. 예술과 외설, 둘 사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뭘까. 어떤 이는 “원초적 욕구만을 자극하면 외설, 미적 가치를 추구하면 예술”이라고 있어 보이게 구분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진짜로 (…
국산영화 ‘역린’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이하 스파이더맨)는 최근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관객몰이 중인 작품이다. 두 영화의 주인공인 정조와 피터 파커는 비극적으로 아버지를 잃은 뒤 심리적 결핍에 시달리는 고독한 영혼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
지금껏 본 영화 중 내가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영화는 아마도 중국 펑샤오강 감독의 ‘대지진’일 것이다. 1976년 중국 탕산(唐山) 대지진을 담은 이 영화엔 한 어머니의 가슴 찢어지는 사연이 나온다.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도 아깝지 않을 딸과 아들이 모두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더미…
2010년 11월, 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다. 국내 최초의 4D(입체상영에다 의자가 움직이고 바람, 물방울, 향기까지 분사하는 오감 자극 첨단영화) 영화인 ‘나탈리’를 4D 전용관에서 본 것이다. 에로영화를 온몸으로 느낀다는 기대감에 한껏 고무된 나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충격과 공포…
이 시대, 영화평론은 죽었다. 평론가의 권위는 더이상 인정받지 못하며, 대중은 자신들의 취향과 괴리된 난해한 평론을 ‘있어 보이는 것’으로 여기는 대신에 ‘그래, 네 팔뚝 굵다. 잘났다’며 외면해 버린다. 영화평론의 위기는 비단 국내의 일만이 아니다. 얼마 전 칸영화제에서 만난 …
화제작이 의외로 참패하는 경우를 극장가에서 종종 보게 된다. 알고 보면 이유는 진짜로 간단한 것을…. 이 영화, 왜 망했을까? 지금부터 Q&A를 통해 내 맘대로 묻고 대답해준다. Q. 인기그룹 ‘빅뱅’의 멤버 탑(본명 최승현)이 비운의 남파공작원으로 나오는 영화 ‘동창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