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이어집니다. 이 글엔 ‘겨울왕국2’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럼 ‘겨울왕국2’의 엘사는 기존 슈퍼히어로물의 영웅과 뭐가 다르냐고요? 엘사는 자신의 고유한 여성성을 슈퍼파워로 승화시킨다는 점이 절묘합니다. 엘사가 갖는 힘의 근원은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이 아닌…
과거 영화나 TV 드라마 속 여성 영웅에겐 남성적 시각이 반영된 설정이 많았다. 코르셋 차림을 한 원더우먼의 황금팔찌는 귀금속에 매혹되는 여성을 연상시키고, 그녀가 휘둘러대는 채찍(‘진실의 올가미’로 불린다)은 ‘저런 섹시한 여자에게 꽁꽁 묶인 채 철저히 유린당하며 마구마구 진실을 털…
언제나 수능이 끝나면 잘 봤다기보다는 망쳤다는 수험생이 훨씬 많아요. 잔에 절반 남은 물을 보고 “물이 반이나 남았네?” 하기보단 “물이 반밖엔 없네?” 하는 게 상처받기 위해 태어난 수험생의 영혼이기 때문이죠. 이미 지난 일인데도 우린 미련이 생겨요. 지구상 모든 동물 중 인간만이 …
최근 400만 관객을 넘은 지독하게 불편한 영화 ‘조커’는 배트맨 시리즈 중 최고 수작 ‘다크 나이트’(2008년)에 등장하는 전대미문의 악당 조커를 주인공으로 한 외전(外傳)이다. 고담시의 광대 아서 플렉이 사회의 냉대와 억압 속에서 소외된 자들의 왕인 조커로 탄생하는 과정을 담는다…
가수 출신 배우 배수지(25·이하 수지)는 예쁘면서도 ‘민간인스러운’ 매력이 만점이다. 영화 ‘건축학 개론’(2012년)으로 일약 스타배우가 된 것도 이런 자연미 덕택이다. 그런데 요즘 TV 드라마 ‘배가본드’를 두고 수지의 연기가 ‘옥에 티’라며 입 도마에 올랐다. 물론 잘하는 연기…
국내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공정성 시비로 한때 몸살을 앓은 이 영화제는 그해 심사 과정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본심 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교환을 원천봉쇄하고 심사 결과지를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했다가 영화제 개막 2시간 전에 경찰 입회하에 개표키로 …
‘라이온 킹’이 지난달 30일 역대 디즈니 영화론 최단기간인 14일 만에 400만 관객을 넘었다. 가족, 꿈, 성장이라는 디즈니 유전자가 이식된 여름방학 최적의 패밀리 상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시는지? 영화를 뜯어보면 자라나는 새싹들이 웃고 즐기기엔 위험한 요소들이 암세포처럼 …
[1] 전세 3000만 원짜리 반지하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남자 A 씨는 영화 ‘기생충’(5월 개봉)을 보고 봉준호 감독의 탁월한 ‘계급감성’에 놀랐다. 부자와 빈자로 일도양단해 계급 간 분열과 갈등을 단순무식하게 보여주는 대개의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언덕 높은 곳 궁전 같은 주…
[1] 제작과 관련된 인물이나 주연 배우의 이름이 나오는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과 엔딩 타이틀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역학관계를 발견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엔 장동건이 나오는 영화의 오프닝, 엔딩 타이틀을 분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짓이 그의 영화보다 대개는 더 재밌다. 1972년…
“성욕이야, 사랑이야?” 지난달 개봉해 겨우 30만 관객이 보고 망한, 놀랍도록 잘 만든 영화 ‘미성년’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우등생인 고1 딸과 작은 회사 이사인 남편(김윤석)의 뒷바라지만 묵묵히 해온 전업주부(염정아)는 어느 날 남편이 오리고깃집 여사장과 바람피운 사실을 알…
한 유명 식당에 갯장어 샤부샤부를 먹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TV에서 한 음식평론가가 ‘궁극의 맛’이라고 극찬한 곳이었다. 이게 웬일? 육수는 아리수 수준의 맹탕이었고, 갯장어 살은 퍽퍽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일행 중 누구도 “더럽게 맛없다”고 불평하지 못했다. 이름난 평론가가 이…
<1>분식집=전교 1등을 밥 먹듯 하던 내가 중학생 시절 혐오했던 대상은 분식집이었다. 남·여학생들이 떡볶이를 먹는답시고 앉아서는 서로 힐끗힐끗 훔쳐보고 시시덕거리는 분식집이야말로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라고 굳게 믿었던 내가, 철나고 처음으로 분식점에 간 것은 고1 때였다. 하기도 지겨…
최근 국내 개봉한 일본 좀비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는 ‘부산행’보다 500배쯤 피 칠갑하는 고어(gore·선혈) 영화입니다. ‘부산행’처럼 이 영화에서도 원인 모를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전국적 비상사태가 일어나는데 정부 탓, 시스템 탓, 남 탓을 하는 ‘부산행’과 달리 이 일본…
포스터만 보면 더럽게 재미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감수성 짙은 데다 인간에 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만드는 영화가 최근 개봉된 ‘이퀄스’다. 영화는 핵전쟁 후 생존자들이 세운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으로 시작한다. 사랑, 분노, 질투 같은 인간적 감정이 모든 갈등과 전쟁의 씨앗이라고 …
1. 얼마 전 막을 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보면서 나는 ‘추격자’라는 끔찍한 영화를 퍼뜩 떠올렸다. 이유는 황당할 만큼 단순하다. ‘추격자’에서 살인마 하정우에게 도륙을 당하는 출장안마업소 여종업원 서영희의 어린 딸이 “너희 아빠 어디 있니?” 하고 묻는 안마업소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