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어느 가을밤의 일이다. 나는 가요 취재에 정통한 문화부 선배 기자를 따라 가수 조용필과 일식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재혼한 아내를 심장병으로 떠나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점이라 나는 수다를 떨지 않으려 자제했지만 그는 담담했다. 저녁을 먹고…
※이 글에는 영화 ‘킬러조’와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에 관한 어마어마한 스포일러(결말 노출)가 담겨 있습니다.할리우드 영화 ‘킬러조’(지난달 7일 국내 개봉)는 최근 내가 본 영화 중 단연 가장 저질스러운 내용이라 할 만하다. 이야기는 암흑가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살해당할 위기에…
좀비 영화의 대부인 조지 로메로 감독이 14일 개봉된 ‘웜 바디스’란 영화를 본다면 성질을 못 이겨 스크린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1968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밥’을 시작으로 이른바 ‘시체 3부작’을 만든 로메로는 좀비란 존재를 현대사회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정치적 …
6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 조각들이 퍼즐처럼 던져진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서로 다른 사건들. 그런데 에피소드마다 동일한 배우들이 다른 배역을 맡아 연기하면서 혼란이 가중된다. 주연배우 톰 행크스는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인류를 구하려는 선한 인물로,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탐욕…
6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 조각들이 퍼즐처럼 던져진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서로 다른 사건들. 그런데 에피소드마다 동일한 배우들이 다른 배역을 맡아 연기하면서 혼란이 가중된다. 주연배우 톰 행크스는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인류를 구하려는 선한 인물로,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탐욕…
아내의 외도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들이 최근 잇따라 개봉됐다. 남편들의...
“엄청나게 예뻐. 흐흐.” 영화 ‘타워’를 보고 난 40대 중반의 아저씨 하나가 내게 기름진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영화는 제법 재미나고 영화보다 더 볼만한 건 손예진의 예쁜 자태’란 얘기였다. 맞다. 뇌가 없어 보이는 이 아저씨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타워’ 속 손예진은 참 예쁘다…
많은 한국 남자는 가수 겸 배우 정지훈(예명 ‘비’·31)에 대해 열등감을 느낀다. 키가 크고 잘생긴 데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며 연기도 잘하고 몸도 끝내주며 심지어는 돈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여성이 정지훈의 매력에 빠져들수록 많은 남자는 정지훈을 시샘하면서 그의 …
포스터는 영화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얼굴’인 동시에 영화의 내용이나 마케팅적 지향점을 암시하는 창(窓) 같은 역할을 한다. 때론 해당 영화의 예술적 감각과 수준을 가늠하게 만드는 잣대이기도 하다. 올해 국내 개봉한 영화의 메인포스터 중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매우 ‘놀라운’ 것들을 손꼽…
시골 한적한 마을로 이사 간 소녀(박보영)가 야생 속에 살아온 의문의 늑대소년(송중기·사진)을 발견한다. 소녀는 금수나 다름없는 늑대소년에게 옷 입는 법, 밥 먹는 법, 글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고, 결국 둘은 정분이 난다. 늑대소년을 대자연으로 돌려보낸 뒤 마을을 떠난 소녀. 그는 …
영화 속 내용을 뒤집어 읽어 보면 의외로 놀라운 교훈을 얻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늑대와 춤을’을 보자.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을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로 뽑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지나친 호연지기는 오히려 출세에 도…
‘배트맨’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인 ‘다크 나이트’(2009년 국내 개봉)가 위대했던 이유는 슈퍼 히어로인 배트맨이 ‘나는 영웅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자신의 영웅 신화를 스스로 의심한다는 이야기의 놀라운 충격 때문이었다. 위기에 빠진 시민을 구해주는 영웅이란 사실을 스스로 믿어 의심치 …
이번에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를 두고 여전히 “불편하다” “여성에 대한 가학적 시선이 변하지 않았다”라는 평가가 있지만, 이 영화는 정반합의 고통스러운 변증법을 경유한 김기덕 예술세계의 분명한 진화이다.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무…
‘잠을 확 쫓아주는 영화’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이번 런던 올림픽 기간처럼 빅 매치를 생중계로 보기 위해 오전 3∼4시까지 졸음을 쫓는 데는 영화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반면 ‘잠에 확 빠지게 만드는 영화’도 필요하다. 올림픽 경기를 보느라 어느새 낮과 밤이 뒤바뀌어 버린 몹쓸 라이프사…
19일 개봉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개봉 나흘 동안 240여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그야말로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전작인 ‘메멘토’ ‘다크 나이트’ ‘인셉션’ 등을 통해 ‘쉬운 얘기를 무지하게 어렵게 할 줄 아는’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야심작인지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