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초등학교 교실. 선생님이 “인간이 동물과 다른 특별한 점은 뭘까”라고 물었다. 아이들이 “생각을 할 줄 알아요” “언어를 사용할 줄 알아요” 같은 유식한 답들을 쏟아내자 선생님은 “그렇지” 하고 끄덕이며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이때 머리가 매우 큰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의기…
2010년 1월 김혜수가 유해진과의 열애 사실을 공식으로 인정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랄 노 자’란 반응이었다. 일단 글래머 스타 여배우가 ‘구질구질한’ 이미지로 알려진 남자배우와 연애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단군 이래 최대 충격이었다. 유해진의 깔끔 떠는 성격과 예술에 대한 각별…
가수 박진영의 나이는 올해로 마흔넷이다. 유부남이다. 그런데 그가 작사 작곡해 최근 음원차트 1위를 휩쓴 신곡의 제목은 ‘어머님이 누구니’다. 노래의 시작은 이렇다. “넌 허리가 몇이니?”(박진영) “24요.”(젊은 여성) “힙은?”(박진영) “34요.”(젊은 여성) “와우!”(박진영…
지난주에 이어 최근 개봉된 영화에 관한 독자의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이 계속됩니다. Q. ‘위플래쉬’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음악학교의 교수가 제자를 최고의 드러머로 만들어 내기 위해 끔찍한 짓을 서슴지 않더군요. 제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는 것은 기본이고 박자를 가르쳐 준답시고…
독자로부터 영화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해달라는 내용의 e메일을 받기도 합니다. 궁금증 중 가장 많은 것은 ‘이 영화가 이런 관람등급으로 분류된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등급분류에 관한 내용이지요. 최근 접수된 독자의 궁금증 중 등급분류에 관한 내용을 골라 속 시원하게 해결해드립…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차승원’이란 이름을 치면 ‘제육볶음 레시피’, ‘요리 잘하는 이유’, ‘아들 딸’, ‘아내’, ‘겉절이’, ‘짬뽕’, ‘볶음밥’, ‘추성훈’ 같은 단어들이 함께 뜬다. 이들 중 남성성을 가진 단어는 ‘추성훈’ 하나뿐이다. 대중이 마초의 상징으로 생각했던 배우…
십수 년 전, 나는 남성사우나 수면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취재 중이었다. 자고 있던 남성을 다른 남성이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었는데, 동성애자들 간 치정에 얽힌 일이었다. 남자 A와 남자 B는 오랜 기간 사귀어온 커플. B가 아침운동을 하다 알게 된 남자 C와 사랑에 빠지자, 질투심이…
글을 참 잘 쓰는 나로서는 “어떻게 하면 재미나면서도 직관력 넘치는 글을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 그냥 쓰다 보니 잘 써지는 것인데 어찌 특별한 요령이나 노하우가 있을까.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한 것이거늘 어찌하여 홍시 맛이 나느냐고 물으시면 …
제아무리 후진 영화라도 빛나는 교훈 한 줄을 발견할 때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18년 동안 ‘썸’을 타온 남녀가 결국 사랑에 골인한다는, 듣기만 해도 지루해 미쳐버릴 것만 같은 내용의 로맨틱코미디 영화 ‘오늘의 연애’(14일 개봉)에서도 딱 한 가지 교훈이 있다. 바로 ‘서울여자 조심…
때는 2012년, 내가 국내 한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등의 후보작으로 오른 로맨틱코미디 ‘내 아...
제가 쓴 영화 칼럼에 달리는 어떤 댓글을 보면 피 칠갑 공포영화보다 살벌하다고 생각될 때가 있어요. 비판을 넘어 인신공격(‘개쓰레기’ ‘변태자식’)에다 음모설(‘돈 먹고 썼다’ ‘주연 여배우와 사귄다’)까지 제기되지요. 뚱뚱하고 마음 여린 저로선 이런 댓글을 볼 때마다 많이많이 상처 …
영화 ‘졸업’(1967년)의 유명한 마지막 장면.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서약을 하기 직전, 결혼식장에 난입한 남자는 신부를 낚아채 지나가던 버스에 무작정 올라탄다. 승리의 환호도 잠시. 갈망하던 둘만의 사랑을 쟁취한 남자와 여자의 표정은 이내 시무룩해진다. 왜일까. 그건, …
2014년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국내 개봉한 국내외 영화들을 떠올리니 이런 ‘최고’와 ‘최악’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①최고의 대사=많은 사람들이 영화 ‘명량’의 명대사 “신에게는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혹은 “충(忠)은 의리다. 의리는 왕이 아닌 백성에게 …
내가 속한 기자 집단에선 유능하다고 생각되는 기자 후배일수록 해외출장을 잘 보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불만 없이 일 잘하던 후배가 해외출장만 다녀오면 “저 이제 새로운 미래를 위해 회사 그만두겠습니다”라며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평소 선배들로부터 “띄어쓰기 틀렸다” “큰…
에로비디오 감독의 주류 상업영화 도전기를 담은 영화 ‘레드카펫’(지난달 23일 개봉)을 보면서 나는 에로영화계야말로 창의적 인재들로 득실득실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엔 유명 한국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한 ‘공공의 젖’(공공의 적) ‘해준대’(해운대) ‘싸보이지만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