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증과 각종 상장들, 프랑스 미남배우 알랭 들롱 사진과 일기, 산모수첩과 아기이름 작명 서류…. 추억 어린 물건들이 보물처럼 유리 진열장 안에 전시돼 있고 벽면에는 깨진 접시로 만든 소품이 놓여 있다. 지하철 1호선 독산역에서 5분 거리에 자리한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리는 ‘이 도시의…
하늘에서 바라본 백두산이 태고의 신비를 드러낸다. 대형 사진 속의 우람한 등줄기, 섬세한 근육과 힘줄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안승일의 ‘백두산) 사진과 얼굴을 마주한 곳에는 ‘神市’라고 쓴 대형 붓글씨 작품이 천장에서 바닥으로 이어져 내려온다. 단군신화에 따르면 백두산 신단수…
《항상 외골수였다. 경계성 성격장애와 대인기피증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도 서툴렀다. 고교 중퇴 후 건축 현장 막노동판에 뛰어들었다. 화가가 되고 싶어 20대 후반 영국으로 건너갔다가 스승의 권유로 건축 공부를 시작했고 내쳐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도 땄다. 중국 베이징에서 대안공간을…
최초의 휴대용 TV는 어떤 모습일까.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만우)에선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이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 감각으로 빚은 TV를 전시하고 있다. 독일 부엌에서 사용한 소박한 강판에 모니터를 그려 넣고 ‘최초의 휴대용 TV’(1973년)라고 …
거대한 괴물이 호흡하는 것처럼 들린다. 전시실 중앙을 가로막은 흰 벽은 들숨과 날숨에 맞춰 횡경막이 부풀었다 가라앉는 듯 팽창과 수축의 움직임을 반복한다. 마치 벽이 살아 숨쉬는 듯하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조각공원에 자리한 소마미술관의 ‘Type: Wall’전은 우리가 접해온…
전시장에 들어가도 눈으로 감상할 작품은 없다. 볼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빈 의자에 앉으니 앞에 앉은 여성이 말을 건넨다. “안녕하세요. 저는 물에 관한 미술작업을 설명하겠습니다.” 시각화하기 힘든 물을 미술적 표현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을 말로 설명해준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
당신은 다른 사람의 불행에 웃은 적이 있습니까? 죽고 싶은 장소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누군가의 사생활을 은밀하게 훔쳐볼 수 있다면 보겠습니까? 전시장에 놓인 열 개의 헤드폰 중 하나를 끼면 가슴을 파고드는 질문이 이어진다. 천경우 씨의 ‘100개의 질문, 1000개…
어둠 속에 떠있는 붉은색의 유기체, 벽 뒤에서 얼굴만 빠끔히 내민 남녀, 행성의 배열인 양 일렬로 자리한 오렌지, 만화 속 인물과 액세서리 등 밝고 경쾌한 이미지가 들어찬 분홍 그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 1층에서 열리는 김광열 씨(48)의 ‘Black, White &…
검은 바탕에 금빛으로 빛나는 대나무 그림이 쌍을 이루고 있다. 둘은 능숙한 운필에서 닮은꼴이나 댓잎을 살펴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한쪽에는 막 세상에 나온 듯 어린 댓잎이 위로 힘차게 뻗어 있고, 다른 쪽에선 한밤에 비를 맞은 듯 잎이 땅을 향해 있다. 대나무 그림으로 동양회화사에서 당…
작품을 보려면 어른 키보다 작은 출입구로 몸을 숙인 채 들어가야 한다. 어두컴컴한 실내로 들어서니 장난감 크기의 모형 기차들이 눈높이로 높게 설치된 나무 구조물 위로 끝없이 달리고 있다. 기관차에 매달린 15량의 기차는 어디가 시작인지 끝인지 알 수 없는 궤도를 따라 순환하고 그 속에…
우리 시대의 화두처럼 등장한 ‘융합적 사고’를 시각적 이미지로 펼쳐낸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마련한 ‘다중감각’전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희망제조공장’전. 굳어진 틀에서 벗어나 시각예술과 다른 분야를 연계한 개성적인…
캔버스를 시원하게 가로지른 붓질이 힘차면서 부드럽다. 붓이 내달린 흔적을 따라 생겨난 여백이 독특한 무늬를 이룬다. 수려한 산수를 보듬은 양, 바람 세찬 날의 흔들리는 풍경인 듯 볼수록 오묘한 조형적 흥취와 아득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추상화가 윤명로 씨(75)의 근작을 소개하는 전시…
‘뜰 가운데 거니는데 달이 나를 따라오니/매화 둘레 몇 번이나 서성이며 돌았던고./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설 줄 몰랐는데/향기는 옷깃 가득, 그림자는 몸에 가득.’ 퇴계 이황은 매화를 노래한 91수를 모아 시첩을 펴낼 만큼 매화를 지극히 아꼈다. 매란국죽(梅蘭菊竹), 사군자 중 첫손…
《영상에서 시선을 떼기 힘들다. 잉그리드 버그먼, 메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등 은막 스타부터 프랭크 시내트라, 엘비스 프레슬리 등 전설적 가수까지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카우보이가 등장하는 고색창연한 흑백 서부극에서 멜로 스릴러 로맨틱코미디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뒤죽박죽으로 …
《푸른 구슬이 깔린 바닥에 12가지 무늬로 공들여 오려낸 종이가 빼곡히 붙은 푸른 벽면. 바닷속 같은 공간에 자리 잡은 여인은 바리공주를 상징한다. 일곱째 딸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지만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신화 속 인물을 테마로 한 윤석남 씨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