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음에 커서 밀레 같은 화가가 되게 해주세요.” 강원도 시골에 사는 열두 살 소년은 밀레의 ‘만종’을 본 뒤 간절히 기도한다. 곤궁한 형편에 학력은 국졸에 그쳤으나 온 마음을 다한 기도는 응답을 받는다. 역경 속에서 독학으로 화가의 꿈을 이룬 것이다.무명 저고리를 입은 아낙네,…
볼수록 기분 업! 최석운익숙한 일상의 순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영혼까지 맑아져 한선현염소의 희로애락 통해 더불어 사는 지혜 선사해변에서 수영을 즐긴 뒤 막 샤워장으로 들어가려는 참일까? 복부비만이 확실시 되는 메릴린 먼로의 비키니 차림을 보는 순간 웃음을 참기 힘들다. 다른 작품에선…
보수적 권위의 성채처럼 여겨진 국립미술관에 새 숨결을 불어넣은 전시이자 최장기 기획전이다. 당대의 가장 전위적이고 실험적 작가의 작품과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지금 한국 현대미술의 든든한 기둥으로 자리 잡은 작가 327명이 이 전시를 거쳐 나왔다. 이는 바로 ‘젊은 모색’전이다. 19…
공간 속으로 걸어 들어온 관객들은 “도대체 작품은 어디 있느냐”며 두리번거리곤 한다. 2000m 비닐 시트지에 직접 붓으로 드로잉한 뒤 이를 조각조각 잘라 벽에 붙여 완성한 ‘배경’이란 공간설치작품. 늘 새로운 감상 방식을 제안해온 작가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관객이 존재해야 온전…
《설마 이런 곳에 있을까 싶은데 정말로 있다. 이화여대 앞 옷가게와 노래방이 어깨를 맞댄 골목에 자리한 건물. ‘도화서’라는 간판 아래 지하로 이어지는 좁은 계단을 내려간다. 철문이 열리면 마치 첩보영화의 비밀 아지트처럼 제법 널찍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지하 1, 2층 복층형 공간…
서울에는 없다. 부산에 가야 볼 수 있다. 지금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일본 근현대미술전’과 ‘베트남 현대미술전’. 지역적으로 가깝지만 서구 미술과 달리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아시아 미술과의 새로운 만남을 제안하는 자리다. 일본 미술사에 빛나는 구마가이 모리카즈, 레오나르 후지타…
마음이 맑고 투명해진다. 텅 빈 여백과 명징한 색채가 어우러진 그림들이 헝클어진 생각마저 가라앉혀 준다. 4월 18일까지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박노수: 봄을 기다리는 소년’전은 한국화의 웅숭깊은 매력을 재발견하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이 전시는 2003년 뇌수종으로…
93세 노화가의 검정 구두는 온통 물감 떨어진 자국으로 뒤덮여 있다. 매일 오전 4시면 잠에서 깨어나 위층 스튜디오로 올라가 꼬박 서너 시간 작업하는 ‘현역 작가’임을 증명하는 ‘훈장’인 셈이다. 작업실 벽에 기대어 놓은 대형 캔버스들에서도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 뉴욕에 자리…
아름답고 섬뜩하다. 영상 스크린 속 할아버지가 힘들게 호흡을 불어넣으면 전시공간에 놓인 세 벌의 웨딩드레스는 생명을 얻은 듯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바람은 서서히 빠져나가고 옷들은 다시 바닥에 주저앉는다. 화면 속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늘 현재로 돌아와 자신의 딸, 그 딸의 딸을…
아프리카가 찍은 아프리카 아무렴, 아침은 밝아올거야 《절로 웃음이 나오는 풍경이자 가슴 찡한 장관이었을 게다.아프리카 잠비아의 난민지역에 사는 개구쟁이 2000명이 일회용 카메라를 손에 들고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모습….엄마도, 어린 동생도, 동네 어르신도 사진 찍어준다고 법석을…
《“Wow, 워홀전 대단해요. 굵직굵직한 작품이 대거 출동해 정말 눈이 즐거웠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안주하지 않는 도전 정신…나와는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과 시간을 나눈 멋진 시간이었어요.” “언뜻 보기에도 이 위대한 예술가가 우리 현대인의 삶의 얼마나 많은 영역에 영향을 끼치…
처음엔 먹먹하다, 탄광촌 풍경차츰 넉넉해진다, 봄을 봤기에 바람이 쉬어가는 전깃줄, 매서운 칼바람 앞에서도 의연한 원색의 빨래, 이마를 서로 맞댄 슬레이트 지붕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차갑게 식은 도시락을 먹는 광부는 밥 한 숟가락의 무게를 일깨우고, 남편 잃은 탄광에서 일하…
《콩깍지 속 삼형제 같다. 담요 틈새로 얼굴만 겨우 드러낸 아기들. 콩고의 한 보육원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은 눈물겹도록 사랑스럽고 안쓰럽다. 차밭에서 일하는 아이의 환한 미소, 카메라를 응시하는 르완다 난민 소녀의 당당한 표정도 인상적이다. 기아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들을 부여안…
《‘부서지기(깨지기) 쉬운, 무른, 덧없는. 곧 사라지는, 섬세한.’ 영어사전에서 찾아본 ‘Fragile’의 정의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Fragile-여림에 매혹되다’전. 제목 그대로 거창한 담론이나 눈이 휘둥그레질 볼거리는 없다. 작품의 형식, 표현 수단과 방법이 소박…
보라! 자연의 희로애락을…“용암 앞에서 땅-물-불-공기는 생로병사처럼 순환함을 느꼈다” 과테말라의 활화산 파카야. 3000m 고지를 걸어 올라갔다. 붉은 용처럼 꿈틀대며 흘러내리는 용암을 마주 보며 촬영을 시작했다. ‘보따리’ ‘바늘여인’ 시리즈로 알려진 영상설치작가 김수자 씨(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