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의 연극은 굴 요리와 같다. 처음엔 심심한 듯하지만 향긋한 뒷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제 맛 내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원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비릿한 맛은 은은하게, 상큼한 뒷맛은 길게 끌고 가기 쉽지 않다. 그의 탄생 150주년을 맞은 올해 많은 체호프 작품이 무대에 오…
인기 TV드라마 연극으로주연 정애리 열연 인상적장면 이어붙이기 바빠원작 못살린 연출 아쉬워 영상매체가 산문이라면 공연은 시다. 영상의 미덕은 이야기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공연은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모든 사건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지 못…
이야기는 외지게 곰팡이가 피었다. 쉰내 나게 가난한 남자 주세희(김용준)와 성냥개비처럼 타들어가는 그의 엄마 임용순(백현주)이 그 주인공이다. 공장 말단직원인 아들은 불혹의 나이에 진짜 사랑에 빠졌는데 하필이면 그 상대가 남자다. TV드라마 보면서 종이꽃 만들어 살아가는 어미는 자궁암…
연극의 서두는 앤 타일러의 소설 ‘우연한 여행자’를 떠올리게 한다. ‘우연한 여행자’의 주인공 메이컨은 갑작스레 출장을 떠나야 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실용 안내서를 쓰는 프리랜서 작가다. 그가 사고사로 열두 살 아들을 잃었고, 아내를 볼 때마다 그 고통이 떠올라 끝내 이혼한 남자라는 사…
운보 김기창 화백의 ‘바보 산수화’를 닮았다. 빨갛고 두툼한 해가 떠 있는 창공 아래로 청록색 산들이 굽이친다. 황금빛 소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산골에서 감자밭을 일구는 총각 오장군(김주완)과 우물가에서 물을 긷는 처녀 꽃분이(주인영)가 동심까지 느껴지는 소박한 사랑을 나눈다. 내일…
민주주의가 초래하는 골치 아픈 부산물 중의 하나가 바로 전직 최고통치자다. 임기를 마치고 권좌에서 내려오면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한 손에는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방패를, 다른 한 손에는 회고록이란 창을 쥐고 왕조시대 ‘상왕(上王)’의 …
극장은 배우의 집이다. 관객은 그 집의 손님이다. 그래서 관객은 편안한 상석에 앉고 배우는 무대 위에서 그를 접대한다. 지난 2주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선 이를 뒤집는 주객전도의 현상이 벌어졌다. 프랑스 출신 극작가 장 주네 탄생 100주년 기념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공연…
에스프레소 커피는 수백만 번의 실험을 거쳐 탄생했다. 90∼92도의 온도와 m²당 9kg의 수압을 지닌 물에 곱게 간 커피 8∼9g을 20∼25초가량 적셔서 20% 농도로 추출했을 때 최적의 풍미를 낸다는 과학적 연구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술주정뱅이에 고발꾼인 아빠와 그 아빠를 작신작신 두들겨 패는 택배회사 직원인 아들, 그 아들의 미성년자 동거녀, 오피스텔 건설현장의 함바집 아줌마, 마지막으로 그 아줌마의 전남편이 탐내는 교복의 주인인 중학교 1학년짜리 소녀가 야유회를 간다는 것이다.” 연극의 원작인 김영하의 단편소…
춤 음악 노래 어우러진아일랜드 문화 종합선물세트구체적 배경설명 없어‘눈요기’에만 그친 느낌 왜 ‘강의 춤’을 뜻하는 ‘리버댄스’로 이름을 붙였을까. 1990년대 중반 이후 아이리시 댄스 열풍의 원천이 된 ‘리버댄스’ 공연을 보면서 떠오른 질문이었다. 공연기획사 측은 ‘물방울 하나하나가…
‘극장의 우상’이란 말이 있다. 17세기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말한 4대 우상론의 하나다. 자신의 독자적 판단을 생략하고 전통이나 권위의 베일을 쓴 편견을 우상시하는 것을 뜻한다. 글을 쓸 때 유명한 아무개가 어떻게 말했다는 것을 앞세우면서 그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폐해를 …
신라 삼국통일의 서사시에는 영원불멸의 두 영웅이 있다. 김유신과 김춘추다. 하지만 여성주의가 팽배한 요즘 이런 마초형 남자 주인공으로야 어디 관심이나 끌겠는가. 그래서 TV 드라마 ‘선덕여왕’은 그 숨은 주인공으로 선덕여왕이란 카드를 뽑았다. 그러면서 유신과 춘추를 여왕을 모시는 꽃미…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노래 ★★★☆ 연기 ★★★☆ 대본 ★★★ 사랑은 환상을 먹고 자란다. 로맨스는 그 환상을 투사하는 스크린이다. 스크린은 실재론 텅 빈 공간이다. 하지만 불이 꺼지면 실재보다 강렬한 환영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 된다. 낭만주의(로맨티시즘)는 그 환영의 힘을 찬미한…
오랜만에 대본 연출 연기 3박자를 갖춘 연극을 만났다. 영국 현대극작가인 데이비드 헤어 원작의 ‘에이미’(연출 최용훈)다. 영국의 한 예술가 집안을 무대로 ‘옛것’과 ‘새것’의 충돌을 다룬 작품이다. 옛것을 대표하는 장르는 연극이고 새것을 대표하는 장르는 영화다. 그러나 단지 연극과 …
무대 ★★★ 연출 ★★★ 연기 ★★★☆극 전개될수록 소설과 달리‘욕망’보다 ‘희생’ 부각맏딸役 서이숙씨 연기 돋보여 객석에서 눈물 콧물 훔치는 소리가 연방 들렸다. 소리 죽여 흐느끼는 이도 있었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 첫 공연 현장 풍경이었다. 엄마의 힘은 역시 셌다. 연극은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