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면 다들 지나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열녀 춘향? 21세기에 무슨 열녀 타령이란 말인가. 하지만 눈 밝은 관객은 극단의 이름 앞에 멈춰 설 것이다. 극단 성북동비둘기.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을 1시간 공연 내내 트레드밀(러닝머신)…
이 연극을 보며 많은 사람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90년)를 떠올릴 것이다. 엘리트 남자 고교생을 상대로 시험의 노예가 되지 않고 진정한 삶의 주인이 되도록 이끄는 교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들의 수업이 ‘죽은 사람이 남긴 빵을 함께 나눠 먹는 동맹의식’을 닮았다는 …
연극은 영화와 달랐다. 폭군 광해와 그를 닮은 광대 하선이 빚어내는 ‘진짜 & 가짜 게임’이란 극의 골격은 같았지만 연극에 맞게 구성과 캐릭터, 결말을 차별화했다. 하선이 광대라는 점에 주목해 광대들의 가면극을 삽입함으로써 연극적 재미를 가미한 것도 돋보였다. 마치 연극 ‘이’…
뮤지컬에 대한 사랑이 담뿍 담긴 뮤지컬,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새로운 창작뮤지컬이 등장했다. 극작가 정준과 작곡가 조한나, 신인 여성뮤지컬 콤비가 4년간 공들여 다듬은 끝에 대학로 공연장에 올라간 ‘날아라, 박씨’(권호성 연출)다. 이 뮤지컬은 우리의 전통소설 ‘박씨부인전’을…
기독교 성경에 신약과 구약이 있듯이 뮤지컬의 황금콤비 앤드루 웨버(작곡)와 팀 라이스(작사)에게도 그에 해당하는 작품이 있다. 신약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라면 구약은 14일 샤롯데씨어터에서 정식 라이선스 공연으로 첫선을 보이는 ‘요셉 어메이징’이다. 축약한 영어제목만 보면 ‘…
국립극단이 법인화되면서 첫 작품으로 ‘오이디푸스’를 올린 2011년 국내 연극계에선 오이디푸스 바람이 불었다. 2500년 전 소포클레스가 쓴 그리스 비극을 새롭게 극화한 작품이 네 편이나 무대화됐다. 올해는 그 오이디푸스의 딸인 안티고네의 바람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년 전 국립…
정의신 연극의 출발점은 일본이다. 재일교포 2세 극작가이자 연출가이기에 당연하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야끼니꾸 드래곤’(2008년)은 1960년대 그의 고향인 일본 오사카 인근에 정착한 재일교포의 가족사를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이후 그의 연극은 시곗바늘을 뒤로 돌리면서 한발 …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연극을 보는 중간에 문득 기형도의 시 ‘오래된 서적’의 이 시구가 떠올랐다. 스물두 살 나이에 아직도 고등학생인 청년(김동원)의 영혼의 페이지는 온통 잿빛이다. 홀아비 신세인 아버지(이규회)와 맞담배질도 모…
지난해 우리 연극계가 연출가로는 ‘김광보의 해’였다면 극작가로는 ‘김은성의 해’라고 할 만했다. 김은성(36)은 지난해 무려 4편의 희곡을 무대에 올렸다. 두산아트센터에서 기획한 ‘목란언니’와 ‘뻘’, 그리고 자신이 대표로 지난해 창단한 극단 달나라동백꽃에서 올린 ‘달나라 연속극’과 …
‘레베카’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흑백영화(1940년)가 원작이다. 히치콕이 할리우드에 진출한 첫 작품이자 그의 영화 중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유일한 작품이다. 하지만 정작 영화팬이 꼽는 히치콕의 걸작 반열에 들지는 못한다. 왜 그럴까. 히치콕 영화의 매력인 ‘낯설게 하기’보다는 할…
여러 모로 ‘광화문연가’를 떠올리게 한다. ‘광화문연가’가 1980, 90년대를 수놓았던 작곡가 고(故) 이영훈의 히트곡을 엮었듯이 ‘내 사랑 내 곁에’는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겸 작곡가 오태호(45)가 작곡한 가요를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이영훈의 노래가 이문세라는 가수…
만일 당신이 리어왕을 연극으로 본다면 가장 기대하는 장면이 무엇인가. 천둥번개와 폭풍우 몰아치는 광야에서 인생의 회한을 털어놓는 늙은 왕의 광기어린 독백? ‘리어외전’의 주인공 리어 역을 맡은 노배우 이승철 씨의 속내도 비슷했을까. 공연 도중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다음과 같은 대사를 …
“인간이 불쌍하다.” 올해 서거 100주기를 맞아 9월부터 펼쳐진 스트린드베리 페스티벌 포스터의 문구다. 이 문구는 7일 개막한 연희단거리패의 연극 ‘꿈’(이윤택 연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사다. 왜 하필 이 대사가 스트린드베리 페스티벌을 관통하는 주제어가 됐을까. 궁금하면 오백…
한번 상상해 보자. 고우 김옥균부터 고하 송진우, 설산 장덕수, 몽양 여운형, 백범 김구까지 우리 근현대사의 내로라하는 지도자를 암살한 암살범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창작뮤지컬을. 준엄해도 너무 준엄한 뮤지컬이 되지 않았을까.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진정한 ‘작가’로 꼽히는 스티븐 손드…
마녀사냥은 중세 유럽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 도처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누군가 한 명을 ‘마녀’라고 단정적으로 선언하고 무리 지어 돌팔매를 가한다. 인터넷에서 무수히 벌어지는 ○○녀, △△남에 대한 신상 털기와 무차별적 인신공격은 극단적 예에 불과하다. 정치인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