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고 진지한 연극은 사절, 재미있고 웃기는 연극은 환영. 대한민국 공연 1번지라는 대학로의 요즘 관극(觀劇) 풍경이다. 티켓 판매의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작품들은 웃음을 담보하는 코미디나 통속 연애극이 대다수다. 가끔 비극 작품이 끼었다고 해봤자 꽃미남 배우들의 동성애 코드로 무장…
무더운 여름밤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연극 기획 공연이 있다. 지난해 2인극 페스티벌에서 남우주연상과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두 편의 연극을 한 편 가격에 동시 상연 중이다. 국내에서 ‘미란다’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한 영국 극작가 존 파울스 원작 소설을 뒤튼 ‘콜렉터-그놈의 초대’(유현…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19금(禁) 연극 두 편이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하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해럴드 핀터의 ‘더 러버’(1962년 작)이고 다른 하나는 1990년대 대학로 최고 히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만희 작가의 ‘불 좀 꺼주세요’(1992년 작)다. 두 작품은…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룬 뮤지컬들이 인기다. 하지만 대부분 ‘쓰릴 미’나 ‘헤드 윅’ 같은 소극장이나 중극장용 뮤지컬이다. 동성애코드 공연 시장의 한계를 보여 준다.4일부터 국내 초연에 들어간 뮤지컬 ‘라카지’는 그 한계에 도전한다. 1973년 발표된 장 푸아레 원작의 프랑스 희곡을 브…
《 재치가 넘친다. 19세기 말 제정 러시아의 호젓한 호숫가를 무대로 한 체호프의 세련된 비극 ‘갈매기’를 1980년 광주의 아픔을 간직한 전남 벌교의 뻘밭에서 펼쳐지는 해학적 풍속극으로 엮어낸 극작 솜씨가. 자기연민과 허위의식으로 물든 채 예술의 본질을 찾아 방황하는 러시아 부르주아…
셰익스피어는 햄릿의 대사를 빌려 말했다. “연극의 목적이란 예나 지금이나 세상을 향해 거울을 들어 올리는 일”이라고.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히타자와 세이고 작·김광보 연출)는 정확히 이 말에 충실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학교폭력의 생생한 현장을 보여주…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 ‘각시탈’은 허영만 화백의 만화가 원작이다. 허 화백이 등단한 이후 두 번째로 발표한 동명의 만화(1974년 작)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허 화백의 또 다른 만화 ‘쇠퉁소’(1982년 작)를 떠올리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만화는 일제…
“마지막 날, 그 집을 나오기 직전에, 그놈한테 두 발을 쏠 거야. 한 발은 널 위해, 한 발은 날 위해. 한 발은 난민들을 위해, 한 발은 우리 고향 사람들을 위해. 그 자의 어리석음을 향해 한 발, 우리를 공격한 군대를 향해 한 발. 쌍둥이처럼. 하나도, 셋도 아냐. 딱 둘.” 동…
《 “마을 남자 전부 다라고?…그런 식으로 남자들을 사라지게 하다니…그건 좋지 않아. 여자들을 미치게 하지. 손가락이라도 하나씩 줘서 장례를 치르게 해줘야 해. 그렇지 않고 아무것도 없으면…여자들은 미치지. 그러면, 마을 전체가 같이 미쳐버린다고.” 강가에 위치한 한 가난한 마을. 군…
춤은 크게 두 개의 운동으로 이뤄진다. 직선운동과 곡선운동이다. 정열적으로 발을 구르고 손을 찌르는 동작이 직선운동이라면 골반이나 관절을 흔드는 것은 곡선운동이다. 행위예술가 강성국(32)은 움직임 그 자체가 춤이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그는 손과 발이 뒤틀려 있다. 그래서 걷거…
이 뮤지컬에는 다섯 명의 배우만 등장한다. 네 명의 아이와 검은 옷을 즐겨 입는 중년의 유모. 줄리 앤드루스 주연의 디즈니 뮤지컬 영화 ‘메리 포핀스’의 구도다. ‘침치미니. 침치미니’로 시작하는 왈츠풍의 영화 삽입곡 ‘침 침 체리’를 편곡한 선율도 들린다. 그런데 분위기는 딴판이다.…
헤다 가블러는 여성들이 부러워할 만한 모든 것을 지녔다. 명문가의 혈통에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총명하다.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까지 모두 지닌 도도한 여성이다. 하지만 그는 권총으로 자살한다. 그것도 교수 자리가 보장된 헌신적 남편과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이틀 뒤. 도대체 헤다는 왜 극단…
환상은 우리 현실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환상을 깨끗이 제거한 삶이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상이 우리의 현실을 통째로 집어삼켜 버린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실화를 토대로 한 연극 ‘M. Butterfly’(연출 김광보)는 그렇게 환상이 현실을 통째로 삼켜버린 남자의 이야기다.…
도발적 제목이다. 제목만 보면 톡톡 튀는 상큼 발랄한 소녀가 주인공일 듯하다. 실제 작품을 보면 그 반대다. 소녀는 이미 죽어서 재가 됐다. 게다가 생전에도 콜라 따위가 아니라 나물과 청국장을 좋아했다. 그런데 왜 콜라소녀일까.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
후후후, 하하하. 노장 오태석의 장난기가 일품이다. 어른들이 “이게 무슨 의미일까”라고 머리를 팽팽 돌리고 있는 동안 아이들이 먼저 눈치 채고 깔깔대기 시작한다. 100여 개에 이르는 온갖 탈을 쓰고 등장하는 배우 스물네 명의 몸짓에서 아이들은 잽싸게 짓궂은 장난기를 감지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