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도발적 질문으로 시작한다. “당신은 탈레반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손을 들어보십시오.” 탈레반은 1996∼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한 악명 높은 이슬람 근본주의 정치세력이다. 이슬람 율법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율법에 투철한 삶을 살기로 유명하다. …
지난주 개막한 이 두 뮤지컬은 각각 미국과 프랑스에서 화제를 불러 모은 최신작의 번역극이다. ‘캐치 미…’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동명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 2009년 초연됐고 2011년 토니상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칼 해너티 형사 역의 노버트 레오 버츠)을 수…
연극에 대한 고정관념을 때려 부순 공연이었다. 우선 형식부터 달랐다. 허구의 이야기를 배우의 연기로 재현한다는 전통적 연극의 형식을 무너뜨렸다. 한 명의 배우가 무대와 객석을 휘저으며 철학적 강설(講說)과 행위예술을 결합했다. 배우 파비안 힌리히스(36)는 공연이 시작되자 신발, 셔츠…
《 웬만한 오페라라면 터져 나올 법한 ‘브라보’ 같은 환호는 없었다. 젊은 성악가들이 최고음과 최저음을 넘나드는 음정을 제대로 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오페라라면 빠질 수 없는오케스트라도 없었다. 무대 위에 함께 등장한 한 대의 피아노 반주가 전부였다. 그 때문일까, 모차르트의 화…
고대 희랍 비극이었다면 탈북자는 ‘저주받은 자’의 전형이다. 새로운 희망을 품고 목숨을 걸고 고향 땅을 탈출했다는 점에선 고전적 영웅의 풍모를 지녔건만 정착할 땅을 찾지 못해 만리타향을 유리걸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천생 그러하다. 그들은 고향을 그리면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설사 …
이 연극, 도끼와 같다.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에서 연극적으로 필요한 부분만을 쩍쩍 패어내 날 선 범죄 심리게임으로 쪼개냈다. 팽팽한 심리전을 위해 원작의 길고 장황한 대사를 짧게 찍어냈고, 등장인물도 묵직한 다섯 명으로 압축했다. 주인공은 둘. 하나는 완전범죄를 꿈꾸는 …
니체는 그의 첫 작품 ‘비극의 탄생’에서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통타했다. 질서와 조화로 대표되는 아폴론적 영감뿐 아니라 파괴와 광기로 대변되는 디오니소스적 영감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에쿠우스’와 ‘아마데우스’의 극작가 피터 셰퍼 원작의 ‘고곤의 선물’(구태환 연출)은 연극에서 디…
이 연극 제법 대담하다. 평생 앙천대소(仰天大笑)하며 대자유인을 자처했던 장자를 희롱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프랑스로 망명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오싱젠 원작의 연극답다. 가오싱젠이 1987년 베이징에서 초고를 쓰고 1991년 파리에서 완성한 ‘저승’은 얼핏 둘로 나뉘는 것으로 보인…
1990년대 등장한 비엔나(빈) 뮤지컬의 첫 대표주자라고 할 ‘엘리자벳’은 1992년 탄생했다. 뮤지컬 ‘에비타’(1978년)와 ‘명성황후’(1995년) 사이다. 셋 다 몰락하는 체제에서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실존 여성의 삶을 그렸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래서 여주인공의 ‘파란만장한 …
밖은 한겨울 칼바람이 매서운데 배우들 대부분은 맨발이다. 대부분 얇은 옷 한 장 걸쳤을 뿐이고 아예 웃통을 벗은 남자배우도 있다. 을씨년스러운 지하 소극장 무대는 객석을 둘로 나누고 그 가운데 설치된 것은 사각의 철창이다. 바닥엔 모래까지 깔렸다. 대형 로프 2개까지 매달려 불법 격…
퀴즈=‘영원한 평화’란 제목의 연극이 있다면 주인공은 다음 셋 중 누구일까? 1번 오딘. 2번 임마누엘. 3번 존존. 제목만 보고도 이를 맞힌다면 당신은 이 연극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설사 모른다고 해도 이 연극을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연극 속에 그 해답이 나오기 때…
한국 연극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관념의 역사(力士)’가 돌아왔다. 2008년 연부역강(年富力强)한 서른 나이에 4시간 반짜리 장대한 서사극 ‘원전유서’로 동아연극상 대상과 희곡상을 거머쥔 극작가 김지훈 씨가 상연 시간 4시간에 육박하는 대작으로 다시 찾아왔다. 18일 서울 예장동 남산…
실로 거창한, 아니 시대착오적 제목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에 혁명이라니. 그것도 적군파라는 악몽을 떨치고 고도자본주의사회로 이행한 뒤 오히려 집단 무기력증에 빠진 현대 일본에서. 12∼1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된 일본 극단 청년단의 연극 ‘혁명일…
이야기는 1970, 80년대 한국 영화의 단골 소재다. 일부종사의 한을 짊어진 젊은 과부가 뒤늦게 사랑에 눈을 뜬 뒤 몸부림친다. 양반댁 딸과 그 머슴네 아들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도 들어 있다. 법도를 강조하는 시어미와 자유를 꿈꾸는 며느리 사이의 갈등도 빠지지 않는다. 극작가 하…
20세기 남미대륙을 떠돌던 전설적 시체 두 구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둘 모두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에비타’로 알려진 여인, 에바 페론(1919∼1952)과 ‘체’란 애칭으로 불렸던 사나이, 에르네스토 게바라(1928∼1967)다. 33세로 숨을 거둔 에비타의 시체는 복잡한 국내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