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얼굴에 점 두 개로 찍은 눈, 삐뚤빼뚤한 선으로 그린 팔다리. 이 서툰 그림의 만화가 요즘 인터넷과 단행본에서 20, 30대 여성들에게 인기다. 남편 ‘한 군’과의 좌충우돌 신혼생활을 솔직하게 그려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는 ‘어쿠스틱 라이프’다. 만화의 주 배경으로 등장한 신혼집…
“구미호 전설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세요?” 초가을로 접어들어 쌀쌀한 바람마저 불던 날, 머리를 풀어헤치고 온 허혜진 작가(24)가 대학로의 한적한 카페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남정네들의 간을 빼먹으며 사람이 되길 원하는 꼬리 아홉 개의 암여우, 구미호. “왜 구미호는 사람…
“삶을, 행복을,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한 가지. 전부를 걸어 지켜야 할 단 한 가지.” 작품의 마지막 화(話)에 나왔던 그 가슴 뭉클한 말은 작가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다. 누구에게나 전부를 걸어 지키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지난해 7월 웹툰 ‘패밀리맨’의 연재를 마치고 1년…
‘우리의 사랑이 과연 운명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일까.’ 문득 드는 의문. 뜨겁기만 하던 연인 간의 정열을 잠시 식혀줄 이런 진지한 고민은 한여름 밤의 소나기처럼 갑자기 찾아온다. 운명이라 믿는 남자와 우연이라 생각하는 여자, 그들의 감정은 이어질 듯 엇갈리고 애끓는 마음으로 서로를 …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닳은 검정 슈트를 입고 무언가에 오래 굶주린 듯한 눈빛을 한 남자가 서울역 지하에서 한 무리의 노숙인들과 처절하게 싸운다. ‘올드보이’의 최민식처럼. 다음 만화속세상에 연재 중인 웹툰 ‘라스트’는 과장도 비약도 없다. 논픽션이지만 철저히 픽션의 법칙을 …
만화가 미티? ‘미티’란 젊은 사람들이 귀여운 척 혀 짧은 소리로 내는 ‘미치(겠다)’ 소리다. 웃겨서 미치겠고, 즐거워서 미치겠고, 만화에 미치겠다고 지은 필명이다. 인기 웹툰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남엘만)의 홍승표 작가(29). 그는 190cm의 큰 키에 어울리지 않는 혀 짧…
“사랑하는 남편이 내 앞에서 피범벅이 된 채 죽었다. 하나밖에 없는 딸도 야구방망이로 머리를 맞은 채 숨졌다. 집으로 쳐들어온 살인마에게 가족을 모두 잃고, 나만 간신히 살아남았다. 평생 착하게 살았는데, 이제야 행복의 끄트머리를 잡았다고 믿었는데,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
두 남녀가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서로의 명함을 연방 바라본다. 남자의 이름은 김진, 기자다. 여자의 이름도 김진, 만화가다. ‘단발머리에 큰 눈, 만화 속 캐릭터와 똑같네.’ 기자의 생각. ‘이름과 성, 모두 나랑 똑같네. 신기하다.’ 만화가의 생각. 순간 동시에 터져 나온 질문. …
길게 기른 머리에 마른 체구, 아무렇게나 눌러쓴 비니,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 그리고 맨발. 하지만 느슨한 차림새와 달리 그의 눈빛은 어딘가 매서워 보였다. 북한 최고의 간첩이 남파돼 동네 바보 형으로 살아간다는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주인공 동구처럼. 최근 연재를 마치고 작업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때문에 모처럼 새벽같이 일어난 날, 깜빡 다시 잠이 들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빠듯한 출근시간 버스 정류장에 운 좋게 일등으로 줄을 섰는데 만원 버스는 정류장에 100m도 못 미쳐 정차하고, 전력질주를 해보지만 결국 버스를 놓친다. 회의시간에 간신히 맞춰…
“지난 1000일 동안 꾸준히 해 온 무엇인가가 있습니까?” 대부분의 사람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다. 혹 ‘일기’라고 대답할 사람이 있다면, 하나 더 묻고 싶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쓰고 있는지. 야후에 ‘조이라이드’를 연재하는 웹툰 작가 윤서인 씨(37)는 1000일 동안 …
《“저 지 작가한테 관심 없어요! 그리고 저 쉬운 여자 아니에요!” 출판사 ‘마녀도서관’에 다니는 한그루 부장은 지난달 25일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름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듯 한 부장은 만화 주인공이다. 마녀도서관 역시 만화 속 출판사다. 그러나 한그루의 트위터는 실제 계정(@…
(神)과 함께.’ 주호민 작가(30)가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제목이다. 만화 제목으로는 무척이나 ‘큰’, 부담스러운 제목이다. 지난달 10일 ‘신과 함께’ 이승편 연재가 시작되자 누리꾼들은 ‘왕의 귀환’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왜 신일까. 왜 왕이라고 할까. 2005년 만화를 그리기…
웹툰 독자의 최근 화제는 단연 ‘정글고’다. 김규삼 작가(36)가 2006년 1월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해 올해 1월 말 끝낼 때까지 15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품이다. 공식 제목은 ‘입시명문사립정글고등학교’. 연재 종료를 아쉬워하는 댓글이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입시 경…
자기 키만 한 가위를 들고 외모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구하는 정체불명의 이발사(삼봉이발소), 주변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늘 외로웠던 고등학생과 로봇의 우정(3단합체 김창남), 마술사가 되겠다는 어릴 적 꿈을 접고 가난한 현실 속에 하루하루 힘겹게 사는 소녀와 마술사의 만남(안나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