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를 찾는 여행객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진주성이다. 남강 절벽을 따라 쌓은 성곽은 절벽의 위엄을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그 풍경의 절정에는 촉석루(矗石樓)가 있다. 그 이름은 강가에 뾰족 솟은 바위 위에 만들어진 누각이란 뜻이다. 정면 5칸, 측면 4칸의 이 거대한 누각은…
지난주 전남 구례군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四獅子三層石塔·국보 제35호)을 다룬 데 이어 이번 주 스케치여행의 주제도 화엄사다. 화엄사의 백미인 구층암(九層庵)을 스케치하지 않고 발길을 돌리기란, 그 아늑함을 두고 매정하게 눈길을 돌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구층암은 화엄사 대웅전…
전남 구례군 화엄사의 거대한 각황전(覺皇殿·국보 제67호)을 지나 동백숲 사이로 잘 닦인 돌계단을 올랐다. 숨이 찰 즈음이 되자 탑이 있는 언덕에 도착했다. 멋들어진 모습의 소나무와 그 너머 지리산의 넉넉한 품이 언덕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여러 계절, 다양한 시간에 이곳에 와 보…
‘명승(名勝)’이란 국가가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 또는 유명한 건물이 있는 경승지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87곳의 명승이 있다. 명승으로 지정된 구역에서는 현상변경(문화재의 모양이나 형태를 바꾸는 행위)이 금지되고, 동식물은 물론 광물까지도 엄격히 보호…
국보를 찾아 떠나는 스케치 여행은 곧잘 감탄을 동반한다. 특히 야외에서 만나는 석조물이나 탑파(탑의 본말)는 국보라는 이름에 걸맞은 멋진 모습을 자랑한다. 이들이 멀리서부터 발산하는 아우라는 답사를 더욱 즐겁게 해준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하려는 ‘냉수리 신라비’(국보 제264호)는 …
창의문에서 시작한 서울성곽 스케치가 어느덧 한 바퀴를 돌아 숙정문(肅靖門)까지 왔다. 짧지 않은 길을 걷고 스케치하며 새삼 서울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느꼈다. 언젠가 모든 성곽길이 복원돼 아무런 걸림 없이 성곽을 한 바퀴 돌 수 있다면 서울의 역사적 깊이는 한층 더 빛날 것이다.○ 기운…
이른 새벽 서울을 떠나 고속도로에 올랐다. 동쪽을 향한 길. 안동에 도착할 즈음에는 이미 동이 트고 있었다. 동쪽의 아늑한 고을을 뜻하는 ‘안동(安東)’이란 이름은 후삼국시대 말에 붙여졌다. 고려 태조 왕건은 후백제의 견훤을 지금의 안동 일대에서 물리친 후 고창군(古昌郡)을 안동부(安…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한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어디선가 홀로 등대를 지키고 있을 등대지기를 생각하며 누구나 어릴 적에 불러 봤을 노래 ‘등대지기’다. 한밤 나지막이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아무도 없는 까만 밤바다의 쓸쓸함이 가슴속을 채운다. 깊은 밤 홀로 바다를…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 내리면 이내 젊음의 분위기에 휩싸인다. 대학로라 불리는 이 동네는 인사동에 이어 ‘문화지구’로 지정된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거리다. 공연 한 편 보기 위해 찾는 것도 좋고, 아무 계획 없이 어슬렁거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거리…
제주도는 언제 태어났을까? 화산섬인 제주는 신생대 한라산의 화산 분출 이후 형성됐다고 한다. 만일 지구의 탄생부터 지금까지를 1년으로 놓고 본다면, 지구의 생일은 한 해의 첫날인 1월 1일이 되겠고, 바다생물이 출현한 것이 11월 21일 정오쯤, 제주도는 12월 31일 오후에 태어났다…
나무는 인간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소중하다. 셸 실버스타인의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한 인간에게 모든 걸 허락하고 마지막 남은 그루터기까지 앉으라고 내주는 나무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야 만다. 나무는 공기 정화에서부터 과실, 목재 같은 쓰임새 말고도 한여름 녹음의 초록 빛깔…
‘민북지역(군사분계선 남방 15km 이내에 지정된 민간인 출입통제 지역) 출입 간 준수사항’ 이행에 대한 각서에 서명을 하고 건네받은 군복과 군용 방탄모를 착용했다. 디지털무늬라는 처음 보는 위장색과 단추 대신 지퍼와 접착포로 간편해진 신형 군복은 한눈에도 예전보다 좋아진 걸 느낄 수…
서울 종로구의 혜화로터리에서 동소문로(東小門路)를 따라 낮은 언덕을 오른다. 그런데 도로 이름대로라면 이 길 어딘가에 있어야 할 듯한 동소문이 선뜻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 대신 망루처럼 높은 축대 위에 떡하니 서 있는 커다란 건축물 하나가 보인다. 그 이름은 혜화문(惠化門). 19…
어두운 산을 걷노라면 많은 생각들이 내 뒤를 따라온다. 손전등은 오로지 내가 나아갈 몇 미터의 주위만 밝히고 있다. 산의 나머지 부분은 암흑 속에 있다. 야간산행. 나는 지금 서울의 일출을 보기 위해 이른 새벽 관악산을 오르고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오르기 시작한 낯설지 않은 산. 야…
석가탄신일(28일)이 다가온다. 나는 최근 사찰 스케치 여행을 많이 다녔다. 사찰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자연스레 궁금증도 늘어났다. 하지만 많이 알아야 많이 보이는 건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 ‘눈을 감아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해하며 보는 것만큼 마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