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여행-나짐 히크메트(터키 시인)가 감옥에서 쓴 시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한 해를 돌아보는 마음은 저마다 천양지차일 것이다. 그래도 연말이 설레는 이유는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 때문이리라. 이런 연말의 막바지에 성탄절이 있다.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늘어나고 색색의 전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래서 성탄절 즈음엔 기독교인…
‘광명의 문’. 잘 알려지지 않은 한양의 옛 성문인 ‘광희문(光熙門)’의 뜻이다. 길 한가운데를 막고 출입하는 모든 백성들을 지켜봐왔던 성문은 도로의 발달과 함께 한낱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나마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다른 성문들을 생각하면 길 밖으로 옮겨져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
《 서울에 남아 있는 조선시대 궁궐 중 으뜸은 단연 최초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이었던 복궁이다. 경복궁은 한양을 수도로 정하면서 처음으로 만든 가장 큰 궁궐이었다. 하지만 나는 경복궁의 웅장함에 감동하면서도 왠지 차가운 느낌을 받는다. 궁궐 조성의 원칙대로만 지어진, 지나치게…
오늘날 우리 주변엔 많은 공원이 있다. 동네 길모퉁이의 쌈지공원부터 서울 여의도 한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도시공원까지 말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만드는 공공녹지인 공원은 이제 도심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시설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공원은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
‘중산간 광활한 초원에는 눈을 흐리게 하는 색깔이 없다. 귀를 멀게 하는 난잡한 소리도 없다. 코를 막히게 하는 역겨운 냄새도 없다. 입맛을 상하게 하는 잡다한 맛도 없다.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나는 그런 중산간 초원과 오름을 사랑한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이곳은 산도 푸르고 옷 색깔이 너무 다양해서 마치 커다란 꽃바구니를 보는 것 같다. 게다가 그들이 강화 왕립도서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책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예술품에 가깝지 아니한가?” - 한 프랑스 군인의 회고록에서 “황제(나폴레옹 3세) 만세”를 외치며 강화도 해안에 오…
강화도는 한강으로 들어가는 내륙 뱃길이 시작되는 관문이다. 교통의 요충지였을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특히 외적이 침략했을 때 왕실이 피란할 제1의 후보지였다. 조선 조정은 병자호란 이후 강화도의 방비를 더욱 강화해 5진과 7보, 153개의 돈대(평지보다 높은 곳에 설치…
서울 한가운데 있는 남산은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온 고래처럼, 마천루의 숲을 헤집고 솟아오른 거대한 초록빛 생명체 같다. 그 숨결은 서울의 대기에 은은하게 스며들어 잔잔하게 퍼져간다. 남산이 있어 서울은 더욱 서울스럽다. 그야말로 자연이 선물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나는 ‘…
경북 영주 부석사는 국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특히 사찰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 번쯤 들러보았을 유명한 고찰이다. 상당수 답사기나 여행기의 목차 한쪽에는 부석사가 빠지지 않고 들어 있다. ‘부석사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좋으냐’고 묻는다면 사실 나도 선뜻 대답할 수가 없다. 모든 절…
팔십 살 먹은 커다란 상수리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어느 날 그 자리에 건물이 들어서게 됐다. 나무는 어떻게 될 것인가. 건축가 우경국(예공아트스페이스 대표)은 모두가 예상하는 ‘당연한 답’을 무시해버렸다. 그는 건물과 나무의 공존을 택했다.○ 상수리나무를 보듬은 미술관오늘날 우…
비자나무는 바늘잎나무(침엽수)이지만 특이하게도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남부지방과 제주에서만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제주에는 단일 수종의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비자림이 있다. 사계절 내내 초록빛 피톤치드를 한가득 쏟아내는 이 소중한 숲은 천연기념물 374…
2003년, 인천 연안부두 입구에 있던 ‘인천개항100주년기념탑’이 철거됐다. 인천 개항 100주년인 1983년 세워진 이 탑은 높이 33m, 길이 9m의 거대한 석조물이었다. 선박과 문(門)을 형상화했으며 인천항이 근대의 관문 구실을 한 것을 상징했다. 인천시는 기념탑의 철거 이유로…
아무것도 써지지않는 날이 있다. 책상에 몇시간을 앉아 있어도 한 줄 써지지않는 그런 날에는 스케치북 달랑 넣어 배낭을 꾸린다. 거창하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책상을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지하철역까지 걸으며 생각한다. 어디로 갈까? 잠깐 고민하다 지하철 1호선에 정처없이 몸을 맡긴다…
인왕산 선바위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만만치는 않다. 지하철 독립문역에서 내려 고층 아파트 옆 가파른 경사의 축대길을 땀을 뻘뻘 흘리고 올라가면 일주문(一柱門)이 보이고, 이내 수없이 많은 절집들을 만나게 된다. 무속신앙에서 말하는, 인왕산과 국사당, 선바위의 기운이 뿜어내는 위력을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