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따뜻함은 외로움 속에 있는지 모른다. 외로움이 없다면 따뜻함도 없고, 따뜻함이 없다면 외로움도 없다. 그래서 모든 섬은 외롭지만 외롭기 때문에 동시에 따뜻한 게 아닐까.-‘모든 섬은 따뜻하다’, 이승훈○ 왕실에 소나무 공급하던 섬섬을 향해 가는 정기선 위에서 나는 뜨거운 햇살 때…
사냥을 하던 이성계는 몹시 목이 말랐다. 때마침 발견한 우물 하나. 한달음에 달려갔더니 마침 웬 여인이 있어 물을 달라 청했다. 여인은 바가지에 물을 담은 후 버들잎 하나를 띄워 건넸다. 의아해진 이성계가 그 연유를 물었다. 그녀가 말했다. “갈증에 급하게 냉수를 드시면 탈이 나실 …
“정말 그 산이 예전에 이랬단 말인가요?”이것이 과연 방금 전 본 그 산인가 싶었다. 박성열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장이 사진을 다시 보여줬다. 1970년대의 빛바랜 사진에는 허허벌판과 민둥산만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야말로 진한 황톳빛투성이였다. 그 모습에서 울창한 오늘날의 포항 영…
내가 나무를 즐겨 그리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나무가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객(客)을 맞아 준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같은 듯하면서도 끊임없이 달라지는 나무의 그윽한 변화 때문이다. 나무는 진정 ‘느리게’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멋진 존재다. 늘 풍경 …
《 나는 걸으면서 가장 풍요로운 생각을 얻게 되었다. - 키르케고르(덴마크의 철학자) 》 아침 안개가 낮게 깔린 조용한 숲을 걷는다. 원시림의 모습을 담고 있는 제주 중산간 숲 속. 숲을 걸으면 항상 따르는 그 고요가 나는 좋다. 녀석은 내 옆에서 나란히 걷는다. 무수한 상념들은 이내…
경희궁(慶熙宮)은 조선시대 5대 궁궐 중 가장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입장료도 없는 그곳에는 관람객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담도 없이 홀로 서 있는 정문을 지나면 어느새 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 마당에 당도하게 된다.○ 광해군이 왕족 집 빼앗아 만든 궁궐경희궁은…
하얀 종이 위에 무언가를 그린다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소소한 수채화 하나를 그릴 때도 창작의 기쁨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물며 드넓은 대지 위에 도시를 세우는 일은 형용할 수 없는 놀라운 경험일 것이다. 송도국제도시는 그런 엄청난 계획과 시도가 만들어낸 신도시다. 더군다나 바다를…
내가 마지막으로 반딧불이를 본 것이 언제였을까? 자려고 불을 끄자 창 근처에서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 몇 마리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마침 잠이 잘 오지 않는지 아이가 벌떡 일어나 창으로 다가갔다. 아이는 창에 코를 바짝 붙이고 앉아 벌레를 쳐다보았다. 반딧불이는 어떤 신호를 보내는 듯…
나는 가족 중 누군가가 죽음을 맞은 방은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는 어느 고장의 관습에 대해 생각한다. 그곳에선 방 안의 모든 것이 죽는 당시의 상태 그대로 보존되고 아무도 그 방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아마도 한 세대 정도가 지나면, 그 집이 아무리 넓어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사용할 방이 …
처음 본 순간 “우아” 하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한눈에 모두 담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책들. 문득 시골에서 봤던 은하수가 떠올랐다. 그 밤, 평상에 누워 바라본 검은 하늘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책도 그 별들처럼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것이구나! …
서울지도를 보면 드는 의문 중 하나. 왜 동대문은 동대문구에 없고, 서대문구에는 서대문이 없는 걸까?동대문은 현재 종로구에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행정구역의 변천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명의 상징성과 현실의 차이는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그렇다면 서대문은 어디에 있을까. 서대문은 …
어느 노래 가사처럼 ‘눈물처럼 후드득 지는 꽃’을 본 일이 있는가, 아니 그 ‘후드득 지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송창식의 ‘선운사’는 동백꽃에 대한 노래다. 하지만 동백의 그 처연한 낙화(落花)를 제대로 느끼려면 선운사보단 강진 백련사로 가라. 고창 선운사에선 울타리로 동백숲을…
조선의 수도 한양(漢陽)은 성곽 도시였다. 하지만 그 이름이 경성(京城)과 서울로 바뀌면서 성곽도시의 면모는 거의 사라져버렸다. 도시의 성장이 주요 원인이었다. 성벽은 적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쌓는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건국과 동시에 많은 인력을 동원해 무리하다시피 성벽을 쌓았다…
외근을 마치고 돌아오던 오후, 화창한 초여름 하늘빛이 무척 아름다워 지하철 대신 버스에 올랐다. 다리를 건너기 훨씬 전부터 막히는 도로. 푸른 강을 바라보자 이미 마음은 강물 따라 먼 바다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문득 다리 위로 우뚝 솟은 카페가 보였다. 매일 지나면서 한 번 가봐야지…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경복궁 경내 너른 마당 한가운데 서 있다. 이 탑은 고려시대 석조예술 중의 최고 수준의 걸작으로 꼽힌다. 지광국사탑은 정확히 말하면 묘탑(墓塔)이다.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땅속에 봉안한 후에는 봉분을 올리지 않고 탑을 세운다. 이것이 바로 부도, 즉 묘탑이다.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