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당시 교황의 방한은 생방송으로 중계될 정도로 장안의 큰 관심사였다. 교황은 김포공항에 도착해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자마자 허리를 굽혀 땅에 입을 맞췄다. ‘순교자의 땅’이란 말을 연방 되풀이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긴, 한국인…
인사동에서 점심을 먹게 되면 종종 운현궁으로 발길을 옮긴다. 운현궁 입장료가 그리 비싸지는 않다. 하지만 점심시간에는 무료로 개방되는지라 전혀 부담 없이 쉬어 갈 수 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인사동의 소란스러움은 솟을대문을 지나면서 이내 고요해진다. 운현궁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살았…
서울광장에서 두 번 길을 건너 낮은 언덕의 계단을 오르면 건물들 사이에서 황궁우(皇穹宇)가 거짓말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황궁우는 고종 황제가 천신과 지신, 인신(태조 이성계)의 위패를 안치한 3층 8각 건물.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지만 황궁우 주변은 늘 인적 드문 산사(山寺)처럼 한적…
화창한 봄날, 백송(白松)을 보기 위해 서울 북촌의 헌법재판소를 찾았다. 소나무도 세분하면 여러 종류가 있다. 백송이란 말 그대로 껍질이 하얀 소나무다.정문을 통과하며 용건을 말하자, 경비 아저씨는 인사 대신 “조용히 보고 오세요”라고 짧은 말을 건넨다. 건물을 돌아서자 작은 언덕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