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석물에 반해 30여 년간 수집 수억 원짜리 중국 문화재급도 사들여 양평에 세계 최초 해태박물관 건립 꿈 “돌 기운 받아 좋은 일 많아지길”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태어나 보낸 6년이었다. 이인한 씨(65)의 반평생 ‘돌과의 사랑’을 결정지은 건. “경복궁 인왕산 북한산을…
《그림 속, 달도 별도 뜨지 않은 낯선 도시와 높이 솟은 건물들은 어딘가 뒤틀려 있다. 샛노란 시계탑, 분홍색 고층빌딩. 벽면을 채운 유화(油畵) 속 야경은 흔하디흔한 도시의 모습 같으면서도 어딘가 이질적이다. 다른 그림도 비슷하다. 정장을 입은 남성이 둘러멘 기타는 자신의 얼굴보…
《 갤러리는 어쩐지 낯설다. 그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천에 자연을 옮겨 놓은 그림이 전시된 갤러리라면, 게다가 어느 고급스러운 카페에 들어온 듯 창밖으론 맑은 호수가 펼쳐진 곳에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가 보고 싶지 않겠는가.충북 제천시 청풍면 ‘박정우 …
《10만6199km. 그가 모는 2006년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누적 주행거리다. 매년 평균 1만5000km쯤 달린 셈이다. 직장인 출퇴근용이라면 회사가 좀 멀겠다 싶은 정도다. 아니면 주말 여가활동에 꽤 투입됐던지. 그런데 차주가 정년퇴임을 한 지 10년도 넘은 70대라면 …
《 2002년 여름의 어느 날, 그는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2층 기타 수리점의 문을 닫아 버렸다. 돈이 없는 학생들에게 수리비를 깎아주기로 유명한 가게였다. “돈은 벌 만큼 벌었고 이제는 먹고살 만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가게를 하며 몸이 많이 상한 것도 이유였다. 기타를 고칠 때마다 …
부부를 만난 건 약 두 달 전인 올해 7월이었다. “서울서 온 착실한 젊은이들”이라는 얘기만 듣고 찾아간 ‘갤러리노리(nori)’에서였다. 갤러리의 하얀 외관과 빨간 명패는 파란 잔디밭과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있었다. 1층 전시관 규모(230m²)는 그리 과하지도, 그렇다고 크게 모자라…
참 멀리도 돌아왔다. 아니 아직 다 온 것도 아니다. 최은진 씨(52)는 지금까지 음반을 두 장 낸 가수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가수인지 잘 모른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헌법재판소 남쪽 담벼락을 따라 난 골목길, 작은 카페 ‘아리랑’이 그의 무대다. 2004년 혼자서 20일 동안 인…
‘모든 나무는 습도에 민감하여 수축 팽창은 물론 터지거나 휘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섬세한 조직을 가진 사오기(산벚나무의 제주 방언)도 예외는 아닙니다. 너무나 훌륭한 이 고재(古材)가 가진 나뭇결과 색감을 생각할 때마다 어쩌다 제주에서 태어나 이러한 선택된 목공예의 길을 걷게…
이건 좀 심하다 싶었다. 중국의 진시황제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과 동일 인물이라…. 두 인물이 활약했던 시대는 약 100년의 차이가 있다. 진시황제는 기원전 259년 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알렉산더 대왕은 기원전 356년에 출생한 것으로 돼 있다. 당대 ‘세계를 통일했다’는 …
웅장하게 솟아오른 빌딩 숲 사이로 행인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반쯤 정신이 홀린 듯 앞만 보고 나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그가 머무를 곳은 없었다. 흡사 마네킹이 된 기분. 모두 나침반을 손에 쥐고 있는데 혼자만 맨손인 기분. 그만큼 막막하고, 또 외로웠다. 그런데 이상했다. 우울한 마음…
방에서 잠을 자다가도 인기척이 있으면 벌떡 일어났다. 어른이 보이면 바로 거실로 나갔다. 그러고선 두 손을 정성스럽게 모아 절을 드렸다. 상대방이 누군지는 상관없었다. 그냥 당연히 그렇게 했다. 친구 집에 놀러 가서도 마찬가지. 일단 어른을 보면 달려가 넙죽 절부터 했다.○ 인사는 자…
‘이 도자기들은 신부님께서 직접 만드신 작품으로 현재 99개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경기 하남시 망월동에 위치한 구산성지(한국 순교성인 가운데 한 사람인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이 묻혀 있는 곳. 천주교 박해 기간 동안 신자들이 숨어들어 살기도 했으며, 많은 순교자가 나온 곳이기도 함)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내부가 하마터면 모두 철제(鐵製)로 만들어질 뻔한 사실을 아십니까. 1972년 12월 화재로 시민회관이 타버린 뒤 세종문화회관을 지을 때 서울시장은 “목재를 쓰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소실(燒失)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거였지요. 이를 전해들은, 파리의 피아니스트 …
“너는 참 너답다.” 이강남 씨(70)는 이 말이 가장 듣고 싶다고 했다. 소박한 바람처럼 보이기도, 참 뜬금없는 얘기 같기도 하다. 내가 나답다는 게 뭘까. 그는 자신의 부족한 허물을 꼭꼭 감추려다 보면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 부족함마저 ‘나의 일부’임을…
무모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남자 둘이 직장도 버리고 축구 보러 유럽을 가다니요. 그것도 장장 75일간이나 말이지요.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에 10월 1일자부터 12월 3일자까지 5회에 걸쳐 ‘두 청춘의 무작정 유럽 축구기행’을 연재한 우승호 조영래 씨(이상 31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