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如意)’는 마음먹은 대로 된다는 뜻이다. 마음먹은 대로 늘이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는손오공의 지팡이가 여의봉(如意棒)이요,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꼭 얻어야 하는 것이 여의주(如意珠)이다. 기물명의 세계에서는 이따금 여의침(如意枕)을 소재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베개를 베…
조선에 금주령(禁酒令)이 엄했던 1766년 5월 23일. 중국의 베이징(北京) 쯔진청(紫禁城) 근처 건정동(乾淨)의 객점에서 한중학술사의 기념비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조선 선비인 홍대용(洪大容)과 김재행(金在行)이 중국 문인 엄성(嚴誠) 육비(陸飛) 등과 의형제를 맺으면서 이후 한중…
갓난아이 품고 돌아가는 여제자의 뒷모습을 배웅한 뒤, 도검(刀劍)에 미친 친구 조 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명(劍銘)을 쓰기 전에 허락을 받아둘 겸, 자료를 보내 달라 부탁할 겸해서였다. 칼 미치광이인 그는 무(武)의 목표를 주저 없이 ‘살(殺)’로 규정하는 무사이자 칼에 관한 글이라…
공자와 모세의 지팡이는 동서양 성현의 지혜를 대표한다. 도연명이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노래하며 고향으로 돌아갈 때 짚은 지팡이나 퇴계 선생이 도산에서 사용한 청려장(靑藜杖)은 은퇴한 존장(尊丈)의 품위를 상징한다. 사제와 여왕, 오광대놀이의 양반도 지팡이가 없으면 허전하고, 채플린…
‘서산(書算)을 아시나요’라는 지난 글에 당나라의 문호인 한유(韓愈)가 친구인 이관(李觀)을 위해 써준 벼루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벼루를 묻으면서(예연명·硯銘)’라는 이 글은 깨진 벼루를 땅에 묻어준 친구의 사연을 배경으로 삼았다. 고락을 같이한 벗을 영송(永送)하는 것처럼 벼루…
“연날리기 마치고서 숨을 씩씩대며, 처마 끝 고드름 한 가닥을 잘라먹네. 웬일이냐 책상 앞에선 기침만 콜록콜록, 책 읽는 소릴랑 파리 소리 같으니…(鳶罷氣騰騰 吃却端一股氷 歸對書床無盡嗽 讀聲出口只如蠅).”18세기의 시인 유득공이 지은 ‘연 날리는 꼬마(飛鳶童子)’란 시다. 서당 다니는…
‘묻노라. 옛사람들의 경전에는 실려 있지 않으나 민생에 이로운 물건으로 이보다 더한 것이 없노라. 인자한 천지가 인간을 사랑하여 선물한 것으로도 이만한 것이 없는데, 왜 그대들은 이를 금지하자는 것인가?’국왕 정조(正祖)가 신하들에게 낸 문제다. 문제 속의 ‘이것’은 무엇일까? 의아스…
서늘한 대자리에 누워 목침(木枕)에 턱을 괸 채 흘러가는 흰 구름을 바라본다. 가끔 이러고 싶을 때가 있다. 장마가 물러가고 연일 쾌청한 하늘이 펼쳐지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햇살은 더할 나위 없이 투명하고 산뜻하다. 불쑥 ‘부석사의 능금은 참 행복하겠지?’ 하고 운을 띄웠더니 …
얼마 전 배우 엄앵란 씨(75)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62)에게 부채를 선물했다. 그것을 보고 여러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래, 참 좋은 선물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부채를 펼치듯 부채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부채를 선물하는 문화서양인에게는 이…
‘자치통감(資治通鑑)’은 ‘지난 일을 거울삼아 치도(治道)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뜻이다. 역사가들은 자치통감을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와 더불어 불후의 걸작으로 칭송한다. 이 책을 지은 사마광(司馬光·1019∼1086)이 왕안석(王安石)의 개혁에 반대하다가 낙양(洛陽)으로…
○ 선비의 아침 풍경‘이빨을 마주치고 뒤통수를 퉁기며, 침을 잘게 씹어 진액을 삼킨다. 옷소매로 갓을 쓸어 티끌을 털어내며, 세수할 땐 주먹의 때를 비비지 말고, 양치질할 때는 냄새가 없게 한다.’ 박지원(朴趾源·1737∼1805)의 ‘양반전(兩班傳)’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도가(道…
○ 목욕탕에서 훔쳐본 문신10년 전쯤 해운대의 목욕탕. 동서 내외가 출근하면서 집 앞의 목욕탕에 꼭 가보라 권했다. 바다 전망이 ‘끝내준다’고 했다. 한적한 오전이라 탕에는 아무도 없었다. 알몸에 대양을 품고 몽롱하게 풀어져 있는데, 웬 구부정한 아저씨가 두 번째로 입탕. 온탕 저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