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4일, 이날은 내가 지난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공연했던 ‘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란 작품으로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하는 날이었다. 3분 안팎의 수상소감을 준비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전날 밤 그동안의 과정을 돌이켜봤다. 학교에서 선생…
아침부터 비가 퍼부었다. 낮게 드리운 검은 구름은 지표면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시야를 가리는 희뿌연 안개는 댐으로 가는 길을 좀처럼 내주지 않았다. 자주 드나들던 길을 이날만은 돌고 돌아 가야 했다. 기괴하고 음침했다. 댐에 다다랐을 때, 5개의 모든 수문은 입을 열고 거대한 폭…
“무대 위에서 한국말로 농담을 했는데 관객 중 절반 정도는 통역이 말하기 전에 알아듣고 웃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유튜브와 인터넷 팬카페를 통해 한국말을 배운 거죠.” ‘샤이니’ 멤버인 스무 살의 키는 그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어질어질하다. 기쁨과 놀라움과 흥분이 뒤범벅된, 한…
《 처음이었나. 무대 위에서 내 한계 지점과 맞닥뜨린 것이. 아니 엄밀히 말하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1999년 동초제 춘향가 8시간 완창 때였다. 공연 절반인 4시간쯤 지났을 때 스무 살 내 몸과 정신이 더 버틸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외롭고 두렵고 모든 것이 새까매졌다. 공연…
“왜 니체를 얘기하는데 이런 영화음악 같은 걸 썼을까요. 그걸 알려면 당연히 그 사상(思想)을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7월 27일 오후 8시 경기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습실. 경기필 상임지휘자 구자범은 화이트보드와 그랜드피아노 사이를 오가며 열정적으로 강…
외규장각 도서 마지막 4차분 도착 예정일 하루 전인 2011년 5월 26일.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도서 도착과 이후 일정에 대한 문의가 밀려들었다. ‘145년 만의 귀향’ ‘약탈문화재 반환의 새로운 역사’와 같은 표현들이 쏟아졌다. “왜 대여 형식으로 돌려받아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하룻밤 새 스타가 됐다”는 말은 ‘길러지는 스타’가 많은 요즘 연예계에서 좀처럼 통하지 않는다. 2011년 한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10월 6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드레스 하나로 화제의 중심에 선 배우 오인혜(27)다. 가슴 주요 부위만 가린 채 상반신을 거의 노…
《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주간순위 1위에 오르며 독주를 시작한 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오인혜가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이며 인터넷 검색어 1위를 휩쓴 날, 프랑스군에 약탈당했던 외규장각 도서가 1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던 날, 폭우로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 공연이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