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솜사탕 같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구사하는 1990년생 네덜란드 프로듀서 ‘산 홀로’의 음악에 요즘 빠졌다. 그의 예명을 보며 정말 홀로 산 정상에 올라 운해를 바라보며 듣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산울림의 ‘산 할아버지’를 특히 좋아하는 한국 음악가가 아니라면 필…
“이게 무슨 소리지? 개구리 소린가? 아파트 앞에 개구리 살 만한 데가 없을 텐데….” 며칠 전부터 초저녁에 창문을 열면 괄괄한 울음소리가 들린다. 저리도 끝없이 울어대는 대상이야 따로 있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저이는 왠지 우리 집 안으로도 열심히 저 소리를 욱여넣는다. 풀벌레인지…
‘새벽 4시 잠들지 않아∼’(오왠 ‘오늘’ 중) 이런 노래를 새벽 4시에 듣는 건 마치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양화대교를 건너며 듣는 것과 흡사하다. 요즘 통 잠을 못 잔다. 진짜 새벽 4시에 스포티파이를 열었다가 인공지능님이 쏜 화살을 심장에 맞았다. 감성적인 노래를 죄다 때려 박…
이럴 때 팬들은 ‘계 탔다’고 한다. 그것도 무려 12년 묵은 곗돈. 해체했나 싶던 노르웨이 포크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가 신곡 ‘Rocky Trail’(4월 30일 발매)을 냈다. 3집 ‘Declaration of Dependence’(2009년) 이후 12년 만의 정규앨범도…
데이미언 라이스의 ‘O’, 닉 드레이크의 ‘Five Leaves Left’, 로의 ‘I Could Live in Hope’, 쳇 앳킨스의 ‘Sails’…. 인공지능이 작곡하는 자장가에 대해 얼마 전 취재하다가 나의 ‘인생 자장가 앨범’은 뭐였나 돌아보게 됐다. 한 앨범당 최소 2,…
‘나라가 없다고 상상해보라/어려운 일은 아니지/죽여야 하거나 기꺼이 죽을 이유도 없고/종교도 없다면’ 존 레넌(1940∼1980)의 ‘Imagine’(1971년)은 웬만한 헤비메탈보다 더 살벌한 곡이다. 세계평화 메시지와 부드러운 악곡 때문에 온화한 노래라 생각하기 쉽지만. 대표적인 …
학창시절엔 왜 그리 숨기고 싶은 게 많았는지…. 너에게 써둔 수줍은 편지, ‘F 워드’가 미국 힙합보다 많은 성적표, 그리고 이스트팩 가방 깊이 넣어둔 직사각형의 그것. 직사각형이 정사각형보다 열등하던 시대 이야기다. 카세트테이프 말이다. 1만2000원짜리 정사각형 CD를 소니 플레이…
스코틀랜드 출신 밴드 ‘모과이’가 데뷔한 지 무려 25년 만에 처음으로 UK 앨범차트 정상에 올랐다. 새 앨범이자 정규 10집인 ‘As the Love Continues’가 그 주인공. 판매량에 집착하는 팀은 아니지만 멤버와 팬들의 축하 글이 온라인에 넘쳐난다. 마치 스코틀랜드의 2부…
시각은 과대평가됐다. 존 레넌의 안경, 비틀스의 더벅머리,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눈꼬리 화장, 데이비드 보위의 번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바나나, 마시멜로의 마시멜로…. 스타가 신(神)이 되는 이 판에서 저들은 예수의 십자가나 성모의 후광이다. 서너 개의 끝내주는 히트 곡에 강렬한 대표…
“몸은 이탈리아에서 왔지만 가슴은 스페인의 것입니다.” 지난해 5월 26일 오후, 수화기 너머로 칙 코리아가 말했다. 9일(현지 시간) 별세한 재즈 거장. 눈앞에는 없는 그의 얼굴을 대신해 나의 뇌리엔 한 장의 사진이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투우사 복장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저 ‘My …
“한 시간 내내 100만 원짜리 기타로 연주하다 마지막에 슬쩍 바꾸는 거지. 마지막 곡 남기고 5만 원짜리로….” 학창시절 라이벌 밴드의 기타리스트 A는 그날따라 이탈리아를 치고 온 나폴레옹 같았다. 얼마 전 무대 위에서 전기기타를 부쉈노라고, 무용담에 비결까지 덧붙여 들려준 것이다.…
이달 20일(현지 시간) 미국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떠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비행기 뒤꽁무니를 잊을 수 없다. 기지에 깔아둔 이별의 노래는 비행기 기장과 1초 단위까지 예행연습을 한 듯 완벽한 연출을 보여줬다. 그 노래, 프랭크 시내트라의 ‘My Way’(사진)는 인류 역…
국립공원 관리직의 업무 중 75%가 숲속에서 앨범 표지 사진 찍다가 길 잃은 메탈 밴드 구출하기. 핀란드에서는 가능한 얘기다. 인구 10만 명당 평균 메탈 밴드 수가 70팀(2019년 기준)에 이르는 ‘메탈 밀도’ 세계 1위 국가. 미국이나 영국의 10배에 달하는 밀도다. 지금껏 …
‘아니, 이 사람은….’ 2018년 초가을에 찾았던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대. 총장실 문 앞에서 발이 굳었다. 문 바로 앞 벽에 걸려 있는 단 하나의 액자에 사자갈기 장발 사내가 웃고 있었다.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 이 학교 역사상 최연소 교수(19세)의 기록을 가진 이다. 1945…
2011년 6월 2일 저녁, 에스프레소 샷이 3개나 들어간 카페라테를 들고 향한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75)의 독주회장. 동행한 음반사 대표인 M 씨는 클래식을 전공한 재럿 마니아다. 그가 푸는 재럿에 관한 장광설을 들으며 객석에 앉았다. “이 양반(재럿)이 얼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