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2일 일요일 흐림. 리셋. Corinne Bailey Rae ‘I'd Do It All Again’(2010년) 설은 민족 최대의 (무기력감을 주는) 명절이다. 뉴스의 둘째 꼭지는 대개 쓸쓸한 죽음을 맞은 노인과 가족의 안타까운 이야기로 어둡게 장식된다. 그들은…
트래비스 칼턴, 노스 웨스트, 매디슨 맥퍼린, 바비 크리스티나 브라운, 제임스 가펑클…. 낯선 이름들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유명 가수의 자녀라는 것. 각각 재즈 기타리스트 래리 칼턴, 미국 래퍼 카니에 웨스트, 가수 바비 맥퍼린, 휘트니 휴스턴, 아트 가펑클의 아들딸이다. 1…
소년소녀세계명작동화, 위인전, 펭귄 클래식, 그리고 성경. 책장 한쪽을 가득 메운 전집은 형형색색이 아니었다. 흰색, 진갈색, 칠흑의 일색으로 도열한 책의 연쇄가 고전의 완고한 향기를 풍겼다. 고전은 유행을 타지 않는 영원한 명작. 시대의 물살에 휩쓸리지 않는다. 삶은 유행(流行)하지…
누군가 내게 역사상 가장 무서운 음악이 뭐냐고 묻는다면, 괴롭지만 난 고전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서 저승사자가 악인이 기거하는 방의 미닫이문을 박력 있게 열어젖히는 장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아아아아악!’ 하는 기괴한 소리에 맞춰 저승사자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그 드라마에서 …
어제는 DJ인 C를 만났다. DJ란 디스크자키(disc jockey)의 약자다. 세상엔 두 가지 DJ가 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비빔밥처럼 섞거나 이어 붙여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클럽 DJ. 그리고 음악을 골라 틀고 청취자를 상대로 이야기를 하는 라디오 DJ. C는 말하자면 클럽 D…
Q. 신비로운 기후와 풍광을 지닌 아이슬란드에는 아직도 요정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당신들도 믿는가? 요정에게서 영향을 받은 곡이 있나? A. …우리가 사실은 요정이다. 재작년, 첫 내한공연을 앞둔 아이슬란드 록 밴드 시귀르로스(Sigur R´os)와 나눈 e메일…
“이미 오래전에 그녀와 사랑에 빠진 터였죠. 하지만 스스로에게 계속해 말했어요. ‘그녀는 (아직) 아이잖아….’”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편집된 조병만 할아버지의 대사 같지만 실은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글렌 핸사드가 2007년 미국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영화 ‘…
3일까지 두 차례 방영된 MBC ‘무한도전-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30%에 가까운 높은 시청률을 보이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김건모, 지누션, 터보, 엄정화, 조성모, 쿨, 김현정, 소찬휘, S.E.S, 이정현이 나와서 1990년대 무대를 재현했더니 엄정화의 ‘포이즌’, …
꼭 두 달 전 돌아간 가수 S를 추모하는 공연이 어젯밤 열렸다. 그가 이끈 록 밴드 넥스트 유나이티드의 콘서트다. 불완전한 음향과 연출, 산만한 구성이 아쉬웠지만 ‘날아라 병아리’ ‘민물장어의 꿈’에서 고인의 생전 목소리와 관객 5000명의 목소리가 겹칠 때 뭔가 뜨거운 게 여기서…
#1. “우리, 한강까지 걸어갈래요?” 긴 속눈썹을 소녀처럼 빠르게 깜빡이며 A가 말했다. 밤이었다. 서울 서대문 네거리쯤이었고, 여기서부터 얼마를 걸어야 한강 어귀에 닿을까, 짐작할 수 없었다. A의 청유는 밑도 끝도 없었다. 걷는 동안 동이 터버릴지 몰랐다. 난 얼떨결에 “그래…
분량이 넘쳐 신문기사엔 담지 못했지만 미국 팝스타 제이슨 므라즈와의 인터뷰에서 두 번째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나의 이런 질문 다음에 펼쳐졌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래퍼는?’ “MC 요기(Yogi·요가 지도자)!”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므라즈가 답했다. ‘그런 이름의 래퍼가 실…
반세기 넘는 록의 역사를 하나의 거대한 판타지 세계나 가상 종교의 경전쯤으로 본다면 록 밴드 AC/DC의 챕터는 구약의 끄트머리쯤 등장할 법하다. 록의 열두 사도를 꼽는다면 그중 들 것이요, 주일마다 집어들 록의 성가집에는 적어도 30쪽 안쪽에 이들의 곡이 두엇쯤 포함될 것이다. …
‘딸깍!’ 20년 전쯤. 매일 밤 세상이 뒤집히고 새로운 지평선이 열렸는데 그때 이런 소리가 났다. 워크맨과 이어폰 없인 잠들 수 없던 시절 얘기다. 비몽사몽이 음악과 결합된 몽롱한 상태는 대개 카세트테이프의 A면이 다 돌 때까지 계속됐다. A면 마지막 곡이 끝나면 ‘스으으으으으읍…
어제(22일) 막을 내린 TV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6’는 경연자들의 훌륭한 무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밤 안개 속을 걷듯 답답한 뒷맛을 남겨줬다. 저번 시즌부터인가 생방송 시청자 문자 투표수, 참가자별 득표수가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번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승한 곽진언이 몇 표…
영화 ‘인터스텔라’를 본 뒤 광막한 우주공간의 이미지가 시청각적 잔상이 아니라 몸뚱이를 떠받치는 무중력의 촉각으로 남아있다. 섬뜩하다. 음표가 음표를 추격하고 협화음과 불협화음, 장조와 단조가 갈마드는 아슬아슬한 청각적 장면을 연출한 한스 치머의 영화음악이 절묘했다. 영상만으로도 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