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 여성그룹 ‘오렌지 캬라멜’이 이달 초 낸 신곡 ‘까탈레나’ 뮤직비디오가 KBS에서 ‘인명 경시’를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인어가 초밥 되는 이야기가 황당무계하긴 하지만 인어가 초밥 되는 걸 보고 ‘사람 목숨이란 참 우스운 거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12일 자정 무렵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시내의 ‘라우디스’ 바. 군데군데 걸린 맥주 상표 모양의 네온사인. 무대 위의 자니 윈터(70·사진)는 힘도 의지도 없어 보였다. 검은 카우보이모자, 긴 은발과 초점 없는 눈동자. 관객 60명이 전부인 구식 바 한쪽으로 낡은 로데오 기계가 보였…
어젯밤에 들국화의 보컬 전인권이 10년 만에 연 솔로 콘서트에 다녀왔다. 지난해 27년 만에 나온 들국화의 새 앨범에 담긴 신곡들을 처음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여서인지 객석은 가득 찼다. 콘서트 제목은 들국화 새 음반 첫 곡 제목이기도 한 ‘걷고, 걷고’. 근데 난 이 공…
아무리 이상한 노래라도 장점을 알아주는 이들이 있건만, 꽤 오래 방영 중인 이동통신 서비스 광고에서 지드래곤이 외치는 ‘8!’을 곱게 보는 시청자들을,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찾기 어렵다. 이렇다 할 스토리도 없이 게임 캐릭터 같은 지드래곤이 “팔로 팔로 미” “8!”을 몇 번 외치면 …
냉정한 나답지 않게 며칠 밤을 뜬눈으로 스포츠 경기에 몰입했다.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말이다. 김연아(사진)의 마지막 국제무대라고 하니까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았고 그 드라마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음악 질환자’인 탓에 선수들의 선곡에 눈길이 갔다. 클래식 곡이…
결국 시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스물한 살 때, 우리 밴드의 공연 팸플릿에 자기 소개 대신 ‘난 아직 10대다’라고 썼다. 만 나이로라도 아직 10대라고 우기고 싶었던 거다. 어떤 피아니스트가 하루에 14시간씩 피아노를 친 이유도 그와 비슷할 거다. 인생은 유한하기 때문에, 죽거나…
가인의 신곡 ‘진실 혹은 대담’이 대담하다. 바로 몇 달 전에 빌보드 싱글차트 12주 연속 1위를 한 미국 가수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스’랑 많이 비슷하다. 표절은 아니다. 주요 멜로디가 똑같지도 않고 원작자가 문제 제기를 한 것도 아니니까. 근데 도입부의 카우벨(소의 목에 거…
회색 얼굴로 잔뜩 흐린 하늘. 아무것도 내리지 않으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거워 보인다. 그저 ‘흐림’이라니. 눈, 비가 아니라면 음표라도 내려야 가벼워질 것 같다. 이런 겨울 하늘을 고개 젖혀 마주할 때의 사운드트랙으로 미국 록 밴드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의 ‘퍼스트 브…
‘아무것도 기억 안 나/이게 진짠지 꿈인지도 알 수 없어/맘속 깊이서부터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이 지독한 침묵이 날 멈춰’ (‘원’ 중) 1만2000피트(3657.6m) 상공에서의 스카이다이브, 109m 높이 벼랑에서의 번지점프, 지상 7500피트에서의 열기구 체험…. 지난 주말 …
여행지로 이곳, 뉴질랜드를 택한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촬영지인 ‘호빗 마을’. 둘, 오세아니아 최대의 록 페스티벌인 ‘빅 데이 아웃’. 셋, 여름. 낮 최고 기온이래야 섭씨 19∼20도에 불과한 여기서 진짜 여름을 맛본 건 엊그제였다. 오클랜…
H가 더이상 싱글이 아니라니. 에드바르 뭉크의 압도적 화풍으로도 내 절망감을 그려내지는 못하리. 어제 서울 서교동 클럽 V에서 열린 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신랑신부 입장은 결혼행진곡이 아니라 록 기타 연주로 대체됐다. H가 어설프게 전기기타를 메고 다니던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
몇 달 전 입주한 집엔 단일품목으로는 전세금 다음으로 많은 지출을 하게 한 물건이 하나 있다. 로즈우드로 된 장식장인데 미닫이문을 열면 라디오 튜너와 턴테이블이 나오는 1960년대 덴마크 제품이다. 지난해 10월 구입 당시 가구박물관 주인은 “오디오는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그…
입술의 시대다. 요즘엔 남자도 입술이 예뻐야 한다고들 했다. 귀찮아서 입술용 크림을 안 발랐더니 최근의 내 입술이 거칠다. 날마다 많은 입술을 본다. TV를 켜면 매일 수많은 입술이 살아 움직이는 게 보인다. 요즘 TV에서 하는 연말 가요 축제도 마찬가지다. 바쁜 입술들 사이에서 …
올여름까지 1년 동안 살았던 동네에 이상한 ‘돌아와’가 있었다. 그 ‘돌아와’는 내가 지하철을 타러 나가는 좁은 이면도로변 빈 점포 쇼윈도에 1년 내내 걸려 있었다. 창문에 얼굴을 내민 진열용 서가(書架)에, 내 기억이 맞다면, 마름모꼴 색지 세 장에 각각 손 글씨로 한 자씩 쓰여…
대학 시절의 형은 우리 집 ‘혁명의 아이콘’이었다. 내 롤 모델이 고집하는 장발부터 난 맘에 들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그는 꿋꿋이 꽁지머리를 길렀고, 끝내 핍박을 못 견디고 머리를 잘랐지만, 난 어느 날 형의 열린 가방에서 우연히 삐져나온 긴 가발까지 발견했다. 밴드에서 기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