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담달에 품절됨 ㅎ.” 며칠 전 야근을 끝내고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프랑스 파리에 신접살림을 차린 대학 후배 M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차창 밖으로 서울 외곽의 아파트촌이 하늘에 그린 윤곽선 위로 뜬 노란 달이 보였다. 내 목적지는 경기 서부의 도시. 내가 이 도시…
세계 4대 비보이 대회로 꼽힌다는 ‘레드불 비씨 원’ 최종 결승이 지난달 30일 오후 처음 한국(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대회 시작 전부터 미디어 라운지에 100명쯤 되는 외신기자가 몰렸다. 외국에 온 것 같았다. 오후 7시, 본 대회 시작. “엘 니뇨!” “스톰!” 사회…
어제, 태어나서 처음 119에 전화를 걸었다. 죽을 뻔해서다. 오랜만에 좀 잘 살아보자고 비타민 알약을 먹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커다란 두 알이 서로 짜고 어깨동무 상태로 내 식도를 통과했나. 숨이 턱 막혔다. 이따금 명치쯤이 찌릿찌릿 너무 아파 나도 몰래 ‘억’ 소리를 냈…
일본에 다녀왔다. 조용필 도쿄 콘서트와 폴 매카트니 오사카 콘서트를 5일 간격으로 봤다. 조용필은 63세, 매카트니는 71세. 조용필은 가수 스티비 원더, 방송진행자 제이 레노, 배우 빌 머리와 같은 나이. 매카트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배우 변희봉 반효정이랑 동갑이다. 둘 다…
내가 처음 작곡 비슷한 걸 한 것은 스물한 살 때였다. 이제 와 고백하지만 그때 난 동경하던 외국 그룹 S와 K를 ‘레퍼런스(참고)’로 삼았다. 아아, 난 정말 재능이 부족했다. 요즘 표절 논란이 유별나다. 아이유의 ‘분홍신’부터 거머리(박명수, 프라이머리)의 ‘아이 갓 시’, 박…
지난주, 지구에서 제일 비싸다는 스피커로 음악을 들어봤다. 스위스의 명품 오디오 제조사 골드문트에서 25대만 한정 출시한 6억5000만 원짜리 오디오 시스템 ‘아폴로그’. 서울 청담동의 오디오 갤러리 쇼룸에서 들어본 그 억대 스피커에서 ‘억’ 소리 났다. 스위스에서 날아온 골드…
한국의 가을 겨울은 정말 괴랄(怪剌)맞다. ‘괴랄’이 사전에 안 나온다고? 내 사전에 쓰레기 단어란 없다. 갖가지 속어를 모셔 둔 휴지통을 비우기는커녕 신줏단지처럼 아껴 버리니까. 인터넷 언어 ‘괴랄하다’는 ‘괴이하며 신랄하다’ ‘괴이한데 발랄하다’ ‘괴이하고 지랄맞다’ ‘괴물 …
내가 태어나 처음 가족 앞에서 소리 내 읽은 영어 단어는 ‘독수리들’이었다. 아홉 살, 여덟 살 많은 큰형과 작은형이 가져온 미국 록 밴드 이글스(Eagles)의 포스터를 보고 작은 꼬마는 ‘이글스!’라고 외쳤던 거다. 수많은 레코드판에 새겨진 수많은 음악인 중에도 귀여운 꼬마…
C는 늘 젖어 있었다. 유난히 땀이 많은 그에게서 기분 나쁜 아가 냄새가 났다. 사람들은 그를 멀리했지만 정작 C 자신은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마음씨 고운 나에게도 C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나에게선 부디 그런 냄새가 나지 않길 바랐다. 그런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난 …
지각몽(遲刻夢)을 아는가. 난 살면서 몇 번, 그것 때문에 지각했다. 시계의 알람 벨을 끄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씻고 차에 오르는 순간 다시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말이다. 깨어난 건 꿈이었던 거다. 시계를 보면 이미 일어났어야 할 시간에서 30분이 훌쩍 흘러가 있다. 찾아보니…
대학교 때 록 밴드에 들어가 기타를 친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때였나. 기타를 둘러메고 캠퍼스를 걷다 교수나 선배들을 마주치면 많이 받는 질문이 있었다. “야, 근데 너넨 대학가요제 안 나가느냐?” “네.” “왜?” “음…. 우리 음악하고 안 어울리기도 하고요. 실력도 안 돼서요. 허…
지난주 목요일, 친하게 지냈던 대학교 학과 선후배들을 몇 년 만에 만났다. 10년 전, 우리는 신선놀음을 했다. 취업이나 유학 준비를 한답시고 학과 연구실에 기생하며 허구한 날 술잔을 기울였으니. 내가 랩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돌아보면 그 무렵 동기 Y와의 술자리 말장난이 발단이…
올 들어 노마를 세 번 운명처럼 만났다. 처음은 3월 14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작은 클럽 ‘더티 도그 바’에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음악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무대에 오른 록 밴드 노마 진(Norma Jean)이었다. 날 선 헤비메탈에 수학적으로 복잡한 박자를 결합한 매스코어(m…
지난 주말, 세계적인 음반사 ECM 레코드의 수장인 만프레트 아이허를 만나고 왔다. ECM은 키스 재릿, 팻 메스니, 얀 가르바레크 같은 재즈 뮤지션의 앨범을 제작해 온 전설적인 음반사다. 관조적인 음악, 단조로운 톤의 인상주의적 이미지의 음반 표지는 ECM의 전매특허다. 44년 됐지…
24일 늦은 밤 스웨덴 스톡홀름의 기온은 영상 9도까지 떨어졌다. 반팔 차림으론 어림도 없다. 이곳 요하네스호브에 새로 문을 연 ‘텔레2 아레나’ 안쪽은 달랐다. 관객 4만5000명이 내는 열기가 이 추운 나라를 남쪽으로 1000km쯤 끌고 내려간 듯했다. 텔레2 아레나 개장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