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9일 화요일 눈. 히든 트랙. #307 Tool ‘Disgustipated’(1993년) “‘CD의 종말’, 이거 기삿거리로 어떻죠?” 친한 음악평론가 H는 조만간 중고 CD 장터를 열 계획이다. 얼마 전 이사를 했는데 공간이 좁아져 소장한 CD를 대거 처분해야겠다…
2019년 2월 12일 화요일 맑음. 노바디. #306 Mitski ‘Nobody’(2018년) 열 몇 살에 처음 영어를 배우면서 인상적이었던 단어가 ‘nothing’과 ‘nobody’였다. 마치 0의 존재와 같았으니까. 존재하지 않는 존재. 그 역설적인 실재들. 이 단어들이 들어간…
2019년 1월 29일 화요일 흐림. 알려진 세상의 끝.#305 Brian May ‘New Horizons (Ultima Thule Mix)’(2019년) 새해가 밝았지만 요 며칠 우울했다. 우주 탐사 기술의 발달 때문에 음악가들의 터전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걱정 탓이다.…
2019년 1월 22일 화요일 맑음. 코메다.#304 Marcin Wasilewski Trio ‘Sleep Safe and Warm’(2014년) 크시슈토프 트슈친스키(1931∼1969)는 본디 이비인후과 의사였다. 뛰어난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현실을 택했다. 의대에 진학했다. 그나마…
눈가리개가 전염병처럼 번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 속에서 사람들은 눈을 가린 채 농구를 하고 쇼핑몰에 간다. 잔디 깎는 기계나 자동차를 운전한다. ‘버드 박스 챌린지’ 열풍이다. ‘버드 박스’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45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왜 잊을 수 없는 기억에 울게 되는 걸까.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1988년)은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의 추억 앞에 무너지는 이를 그렸다. 그를 쓰러뜨리는 비수는 향기다. 손에 잡히지 않는 회상처럼 형체가 없어 떨칠 수조차 없는 잔인한 매혹. 재즈…
‘1990년대로 가서 살 수 있다면 진짜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아.’ 며칠 전 한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읽곤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영상은 밴드 데이브레이크의 ‘넌 언제나’ 뮤직비디오. 1993년 발표된 그룹 모노의 원곡을 최근 리메이크한 노래다. 비디오는 요즘 촬영됐지만…
평론가 H와 크리스마스이브에 중국 음식을 먹었다. 중식당에 앉자마자 그는 내게 성탄 선물을 내밀었다. 흰 비닐봉지에 담긴 가로 30cm, 세로 30cm가량의 물체. LP레코드임에 틀림없었다. H가 내용물을 꺼낸다. 안에 든 얇은 그 물체가 비닐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은 내겐 늘 일…
2018년 12월 4일 화요일 흐림. 스크린 밖. #299 Judas Priest ‘Lightning Strike’(2018년) 퀸, BTS 얘기로 시작하는 신문 칼럼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2014년 여름 퀸의 첫 내한 때도 객석이 가득 찼나 돌아보니 그것도 아니다. 오늘 …
2018년 11월 20일 화요일 맑음. 제프를 위하여. #298 Jeff Beck ‘Beck‘s Bolero’(1966년) 얼마 전 방문한 일본에서 엑스저팬의 콘서트를 놓친 것은 땅을 칠 낭패였다. 갑자기 상륙한 태풍 탓이다. 당일 도쿄 인근 지바까지 달려갔음에도 현장에서 공연 취…
인생에는 일시정지 버튼이 없다. 음악도 삶을 닮았다. 일시정지 버튼이 있긴 하지만 그걸 누르는 순간 수줍은 음악은 침묵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특히나 라이브 음악과 삶은 비슷하다. 얼마 전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77)의 솔로 콘서트 후반부. 코리…
2018년 10월 23일 화요일 흐림. 인디언 서머. #296 Lily Chou-Chou ‘Arabesque’(2001년) 속설에 따르면 릴리 슈슈는 1980년 존 레넌이 죽은 날 태어났다. ‘천재. 라기보다는, 우주.’ ‘갇힌 사고의 개방. 그녀가 하고자 하는 것.’ ‘그…
2018년 10월 9일 화요일 맑음. 신원. #295 Massive Attack ‘Teardrop’(1998년)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이런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서울 시내 곳곳에 나붙을 겁니다. 마지막 포스터가 공개되기 전까지 가수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합니다.” 몇 년…
2018년 9월 18일 맑음. 오지니까. #294 Ozzy Osbourne ‘Mr. Crowley’ (1980년) 8일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주말 저녁 교통량 폭증 탓에 목적지인 롱아일랜드의 존스비치까지는 2시간 가까이 걸릴지 몰랐다. 그래도 그날 난 반드시 그곳에 가야만 했다…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짧게만 느껴지는 북유럽 출장. 취재를 위해 동분서주할 때면 ‘뭐야, 서울에서보다 더 바쁘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따금 차창 밖 풍경이 날 위로해줬다. 언젠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기묘하고 낯선 그 안락함. 귀국 비행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