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핀란드 헬싱키에서 본 음악 축제 ‘플로 페스티벌’에는 숨은 보석 같은 공간이 있었다. 장내에 설치된 10개의 특설무대 모두 저 나름의 개성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나만 알고 싶은 곳. 바로 ‘디 아더 사운드(The Other Sound) 스테이지’다. 실험적 현대 음악가…
2018년 8월 7일 맑음. 소나기. #291 Enigma ‘Return to Innocence’(1993년) 어제 오후 2시쯤. 카페의 에어컨 바람이 지긋지긋해졌다. 야외와 통한 건물 계단참으로 햇볕을 쐬러 나갔다.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 건 그때다. 가끔 세상은 어떤 뮤직비…
며칠 전, 택배 포장을 뜯다 문구용 칼에 왼손 엄지를 살짝 베었다. 그 짧고 날카로운 고통의 순간에 지성적 말씀이나 영혼의 은유는 소용없었다. 평소엔 인지도 못한 살갗의 얕은 깊이, 동물로서 인간의 허약함을 느끼며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수밖에는…. 밴드를 붙인 손으로 문득 기타가…
2018년 7월 3일 화요일 흐림. 사람들이. #289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 ‘They Say It's Wonderful’(1963년) 가끔 이층버스를 탄다. 늦은 밤 귀갓길에 타는 이층버스는 좀 더 특별하다. 차가 서소문고가를 지날 때면 빌…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중 친척 한 명 안 사는데 응원하게 되는 나라가 있다. 아이슬란드다. 환상적인 풍광뿐 아니라 시규어 로스(Sigur R´os·시귀르 로스), 뷔욕(Bj¨ork·비외르크) 등 신비로운 음색과 공간감을 자랑하는 음악가를 여럿 보유한 국가다. 인구 약 33만 명 …
2018년 6월 5일 화요일 맑음. 의식. #287 Moses Sumney ‘Quarrel’(2017년) ‘잘 지내고 있지?’ 거의 1년 만이었다. A 선배의 문자메시지. 소속된 회사는 다르지만 한때 같은 분야에서 뛰었던 선배. 근데 오후 10시에 메시지라니…. 뜬금없는 시간이…
2018년 5월 8일 화요일 맑음. 미주리 하늘. #286 Charlie Haden & Pat Metheny ‘Spiritual’(1997년) 인적 드문 지방도로. 그 길가에 얼마간의 간격을 두고 선 세 개의 대형 광고판. 이 쓸쓸한 정경 위로 천상에서 내리는 듯, 소프라…
2018년 4월 17일 화요일 맑음. 열대야. #286 M83 ‘Midnight City’(2011년) 지난 주말, 북미 최대 야외 음악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코첼라)을 거실에서 즐겼다. 예년처럼 코첼라는 주요 공연 실황을 유튜브로 3일간 생중계했다. 거…
2018년 4월 10일 화요일 맑음. 미성. #285 Arch Enemy ‘The World is Yours’(2017년) 인간은 왜 노래에 열광할까. 노래 중엔 왜 사랑 노래가 제일 많을까. 생물의 가장 강렬한 열망은 생존과 번식이다. 인간도 생물이다. 겉보기엔 성스러워 보이는…
2018년 4월 3일 화요일 흐림. 콜 미 바이 마이 네임. #284 Sufjan Stevens ‘Mystery of Love’(2017년) 커다란 스크린 위로 쏟아지는 부서질 듯 가녀린 노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채우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수프얀 스티븐스의 음성에서 성…
2018년 3월 27일 화요일 맑음. (초미세)먼지가 되어. #283 Kansas ‘Dust in the Wind’(1977년) 요 며칠 미세먼지 탓에 뿌연 세상을 보며 두 개의 캔자스를 떠올렸다. 하나는 미국 캔자스주.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펑펑 울며 그리워하던 그 캔자스…
2018년 3월 20일 화요일 흐림. 올모스트 페이머스. #282 Superorganism ‘Everybody Wants to Be Famous’(2018년) “야, 너 유명해졌더라.” “너는 TV 안 나오니?” 이런 농담을 가끔 듣는다. 잘은 모르지만 유명해진다는 건 좋고도 나…
2018년 3월 13일 화요일 맑음. 여름을 달리다. #281 Enya ‘Dark Sky Island’(2015년) ‘도…미…레 파…미레미/도…미…레 파…미솔.’ 쨍한 봄 햇살이 강한 인력으로 작용한 걸까. 2007년 여름이 문득 나를 향해 파도치더니 푸른 에게해와 하얀 집들이 …
2018년 3월 6일 화요일 맑음. 나비. #280 Jerry Goldsmith ‘Theme from Papillon’ (1973년) ‘악마의 섬’이 있다.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 해안에 위치한 섬이다. 중범죄자들을 수용했던 곳이다. ‘드레퓌스 사건’으로 유명한 알프레드 드레퓌스…
2018년 2월 27일 화요일 흐림. 봄비. #279 Toto ‘Africa’(1982년) TV 속에서 왕년의 그룹 H.O.T.가 노래방 점수 95점에 도전하는 것을 봤다. 위대한 노래방 기계님의 점수 기준이 뭐냐는 것은 음악계 최고의 미스터리다. 아무리 그래도 노래는 물론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