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이 벽에도, 남의 가슴에도숱한 못을 박아놓았다부모님, 형제, 친구, 제자, 아내, 자식들 가슴에알게 모르게 박아 놓은 못죽기 전에 내 손으로 그것을 뽑아 버려야 할 텐데부모님은 이미 먼 길 떠나셨고아내는 병이 들었고형제는 절반이 이승을 떠났고자식들은 다 커 버렸다지금도 그대들 가슴…
추석에 내려왔다추수 끝내고 서울 가는 아우야동구 단풍 물든 정자나무 아래― 차비나 혀라― 있어요 어머니철 지난 옷 속에서꼬깃꼬깃 몇 푼 쥐여주는소나무 껍질 같은 어머니 손길…차마 뒤돌아보지 못하고고개 숙여 텅빈 들길터벅터벅 걸어가는 아우야서울길 삼등 열차동구 정자나뭇잎 바람에 날리는쓸…
한 편의 잔잔한 영화와도 같다.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시간, 적막한 방에 홀로 앉은 남자는 남루하고 비참한 현실을, 늙으신 어머니와 다른 사람과 결혼한 사랑하는 여인을 떠올리며 사무치는 슬픔과 그리움에 젖는다. 백석(白石·1912∼1995)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는 193…
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
잘못 든 길이 나를 빛나게 했었다 모래시계는 지친 오후의 풍광을 따라 조용히 고개 떨구었지만 어렵고 아득해질 때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마저 가야할 어떤 약속이 지친 일생을 부둥켜 안으리라 생각했었다 마치 서럽고 힘들었던 군복무 시절 제대만 하면 세상을 제패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내 욕…
단기 4343년 올해까지 931번이나 침략 받아 평균 4년꼴로 전쟁을 겪은 셈이라는데 1953.7.27 휴전협정 이래 처음으로 57년 동안이나 안전하다는데 내게는 위험이 필요한가? 안전하게 밥 먹고 안전하게 잠자고 안전한 꿈만 꾼다 두통마저 안전해 딱따구리도 두통약 먹을까? 나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