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마데우스’ 후반부. 자루에 담긴 모차르트의 시신이 마차에 실려 가는 가운데 슬픈 합창이 울려 퍼지죠. 모차르트 ‘레퀴엠’(진혼미사곡)에 나오는 ‘라크리모사’(눈물의 날)입니다. 마침내 자루에 싸인 시신이 구덩이에 떨어지면서 강렬한 ‘아멘’과 함께 과거를 회상하는 살리에리의 모…
지난해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었습니다. 19세기 초의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였던 벨리니의 고향, 시칠리아의 카타니아에서 식당에 들렀습니다. 갑자기 몰려든 동양인들에게 주인아저씨가 ‘어디서 왔느냐? 무슨 일로 왔느냐?’ 물었습니다. 한국에서 온 오페라 팬들이라고 했더니 그의 눈이 빛났습니다…
세고비아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기타와 관련된 이름’이란 느낌은 받으실 겁니다. 우리나라에도 기타 상표 ‘세고비아’가 있으니까요. 학생 시절 이 브랜드의 기타를 가진 친구에게 “값이 세 곱이냐”고 물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저씨가 되기도 전에 시쳇말로 ‘아재력’(썰렁한 농…
며칠 동안 아침 햇살이 무척 밝았습니다. 예전에 쓴 글들을 찾아보니 매년 이맘때가 되면 아침마다 햇살에 마음이 설렜던 모양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일찍 눈을 떠서 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집어든 음반은 라벨(사진)의 발레음악 ‘다프니스와 클로에’(1…
오늘날 베토벤과 함께 전 세계 교향곡 연주회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스타프 말러(사진)는 생전에 지휘자로 명성을 날렸지만 작곡가로서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건 말건 그는 2번 교향곡에서 기존 표준(2관편성) 오케스트라의 두 배 정도 규모의 오케스트라에 합창단과 독창자 …
19세기 후반은 음악가들에게 ‘교류의 시대’였습니다. 유럽 전역이 기차로 연결되고, 새롭게 열린 전신망과 정비된 우편망도 빠른 원거리 소통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다른 나라 도시로 연주 여행을 간 기악 연주자들이나 지휘봉을 든 작곡가들은 그 도시의 유명 음악가들을 찾아 음악관을 토론하거…
피아노 곡 ‘고양이 춤’을 들어보셨나요? 제목이 생소할 수 있지만, 들어보셨거나 심지어 쳐보신 분도 많을 겁니다. 피아노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이 치는 ‘3대 명곡’ 중 하나라는 우스개도 있으니까요. 참고로 ‘고양이 춤’ 외 ‘젓가락행진곡’ ‘마음과 영혼(Heart and Sou…
올해 부활절은 지난 16일이었죠. ‘춘분이 지난 첫 음력 보름달 직후의 일요일’이라는 복잡한 규정 때문에 매년 날짜가 다르지만, 대체로 부활절은 꽃이 처음 피는 아름다운 계절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부활절이면 기억나는 오페라도 있습니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입니다. …
3주 전 우리 가곡 ‘동무 생각’과 슈만이 쓴 교향곡 ‘봄’을 소개했죠. 그렇게도 그립던 봄은 이제 완연히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4월에 관한 가곡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가곡과 이탈리아 작곡가 토스티의 가곡입니다. 요즘처럼 꽃이 피어나고 대지가 뭉근한 기운을 띠기 시작하면…
최근 ‘여섯 살 외교사절’의 활약이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손녀인 아라벨라 쿠슈너 양이 7일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외할아버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에서 중국 민요 모리화(茉莉花)를 불러 갈채를 받은 것입니다. ‘아라벨라’는 음악팬들에게…
푸치니 오페라 ‘외투’는 파리 센 강의 바지선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선장의 아내인 조르제타의 노래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파리 교외의 아름다운 마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내 꿈은 달라요(‘E ben altro il mio sogno)’입니다. …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이은상 시, 박태준 곡의 가곡 ‘동무 생각’입니다. ‘푸른 담쟁이’를 뜻하는 ‘청라(靑蘿)’ 언덕은 대구에 있는 실제 지명이지만, 이 시에서 노래하는 ‘봄의 교…
음악가들은 각기 자신의 악기(Instrument)를 가지고 있죠. 지휘자도 도구를 갖고 있지만 그것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없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지휘봉(Baton)이 그것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지휘봉은 대체로 1810년에서 1840년 사이에 확산되었습니다. 낭만주의 초…
클래식 명곡을 대중음악으로 편곡하는 걸 환영하는 편은 아닙니다. 원곡이 가진 성격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껍데기만’ 가져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서죠. 그런데 예외도 있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오락실 게임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3악장 선율이 나오는 걸 듣…
주말 내내 바람이 포근했습니다. 이제 봄이 온 것일까요? 새로운 주가 열리자마자 찬 아침 바람이 옷깃을 다시 여미게 만드는군요. 되돌아보면 어느 해 3월이나 반짝 따뜻함과 반짝 추위가 반복되며 마음을 조급하게 했습니다. 봄이 세 발짝쯤 다가왔다가 다시 두 발짝 뒤로 물러나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