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대국 러시아에 와 있습니다. 기온이 영하 7도에서 영상 3도 정도이니 서울보다 딱히 춥지는 않군요. 제 성장기에는 공산주의의 총본산이자 ‘동토의 왕국’으로 알려진 음험한 이미지로 떠오르는 곳이었고, 더 자라서는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들로 인해 훨씬 친근한 인상으로 다가온 …
“오페라 공연하기 좋은 계절이군!” 생뚱맞게 들리나요? 유럽 유수의 오페라극장들은 가을에 시즌을 시작해서 늦은 봄까지 이어갑니다. 한겨울인 2월은 시즌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명작 오페라들이 2월에 초연되었습니다. 어제(2월 20일)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가 …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랑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 믿음, 소망, 사랑은 늘 함께 있을 것인데 그중에서도 으뜸은 사랑입니다.” 사도 바울이 쓴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사랑’에 대한 글입니다. 특정의 신앙…
위도가 높은 유럽의 겨울은 낮이 매우 짧습니다. 오후가 되는가 싶다가는 금방 사방이 어두워져 버리죠. 이 ‘어두운 시기’를 유럽인들은 다양한 사교 모임과 축제로 이겨냅니다. 핼러윈과 긴 크리스마스 시즌, 2월의 카니발(사육제)을 지내면서 이들은 나름대로 우울함을 이겨낼 동력을 얻습니다…
예술가들은 그 삶이 불운할수록 사랑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기 작가들도 예술가의 여러 측면 중에서 유독 동정받을 만한 면을 강조합니다. 모차르트는 삶의 대부분을 호사스럽게 살았는데도 만년에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써 보낸 편지들이 유독 자주 인용되고, 말러는 빈 국립오페라 감독…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들리브의 발레 ‘코펠리아’, 슈만의 피아노 모음곡 ‘크라이슬레리아나’, 그리고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이 네 음악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엉뚱할 정도로 환상적인 얘기가 펼쳐진다는 점을 들 수 있겠군요. 호두를 깨는 도구가 …
‘소리가 높다’ ‘음이 낮다’.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입니다. 일정한 시간 동안 여러 번 떨리는 소리를 ‘높은 소리’, 적은 횟수로 떨리는 소리를 ‘낮은 소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소리의 높낮이는 본디 땅이나 물의 ‘높고 낮음’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왜 우리는 주파수가 큰 소리에서 ‘…
대학 시절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처럼 추운 겨울날이었고, 집에 돌아온 저는 늘 그랬듯이 라디오 전원부터 켰습니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토스티의 가곡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Non t'amo piu)’였습니다. 음반도 갖고 있어 익숙한 노래였지만 …
새해를 우아한 왈츠와 폴카 리듬으로 장식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습니다. 올해에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대에 올라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천일야화’를 비롯한 슈트라우스 부자의 왈츠와 폴카, 발퇴펠의 왈츠 ‘스…
‘바흐 생전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작곡가.’ ‘음악사상 가장 많은 작품을 작곡한 인물.’ 누구일까요? 바흐와 같은 시대에 활동한 인물로는 헨델과 비발디가 있었고, 헨델은 독일 땅을 넘어 영국에 진출해 큰 인기를 끌었으니 헨델이 그 주인공일까요? 하지만 헨델의 작품 수는 바흐의 …
유난히 길고 어지럽던 한 해도 저물어가고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왜 ‘붉은’ 닭이라고 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닭은 아침을 알리는 동물이며, 아침 해는 붉게 떠오르기 마련이죠. 닭 울음이 알리는 상서로운 새 아침 새 햇살처럼, 내년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연말입니다. 곳곳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가 이어지는 계절이죠. 4악장에서는 명상적인 3악장에 이어 인류가 하나 되기를 호소하는 ‘환희의 송가’ 합창이 펼쳐지므로, 한 해를 보내며 감상하기에는 딱 좋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베토벤에게는 이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형제 작품’…
어제(12월 5일)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지 225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1791년 9월 초부터 모차르트는 몸에 이상을 느꼈지만 영화 ‘아마데우스’로 익숙한 죽음의 미사곡 ‘레퀴엠’을 포함해 작곡의 손길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해 10월에는 친구 안톤 슈타들러가 의…
오페라는 작품마다 제목이 있지만 오페라 속에 나오는 노래들에는 본디 제목이 없습니다. 대체로 가사 첫머리가 제목 대신 사용되죠. 오페라에 사용되는 이탈리아어나 독일어, 프랑스어와 우리말의 구조가 다르다 보니 의역(意譯)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베르디 ‘리골레토’에 나오는 아리아…
노랗고 붉은 잎들이 거리에 흩날리고 바야흐로 겨울이 문턱 앞까지 왔군요.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 나그네’(원제목 Winter-reise·겨울여행) 음반을 꺼내 보게 되는 시기입니다. 모두 24곡으로 구성된 이 가곡집의 끝에서 두 번째 곡은 ‘세 개의 태양’(원제목 Ne-benson…